벌써 이 영화가 15년 전의 영화가 되었군요. 여러분들은 한 편의 영화를 몇 번까지 본 적이 있습니까? 전 태어나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스스럼없이 이 영화를 말합니다. 스무번은 넘게 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워낙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영화라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못 보신 분들은 대체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어떤 영화길래 그렇게 많이 봤냐고 물으신다면, 매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전쟁'이라는 괴물을 매우 사실적으로 경험하게 해주어서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쟁에서 일어나는 드라마 따위는 없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은 아들도, 와이프가 그리운 학교 선생님도, 위로 세명의 형이 전쟁에서 모두 전사한 병사도, 전쟁이 끔찍하게 무서운 겁쟁이 병사도 그 누구도 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도, 그리고 죽음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전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감상따위가 아닌 자식이 죽고, 부모가 죽고, 아내와 남편이 죽는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육지로 달려가는 회색빛 상륙정 안에는 공포에 휩싸여 토악질을 하는 병사들이 떨고 있습니다. 한 편에선 죽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선 상대를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해변에 도착한 상륙정의 문이 열리는 순간 해변 토치카의 기관총이 불을 뿜어대고 상륙정 속으로 총알은 빨려들어옵니다. 대부분의 병사는 해변에 발을 딛기도 전에 죽어 나가고, 물로 뛰어든 병사들도 총알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어떤 병사는 머리에 총알을 맞고, 또 다른 병사는 다리가 잘려나가고, 또 또다른 병사는 잘려나간 자신의 팔을 찾으러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2차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던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은 아무런 죄가 없는 젊은이들의 피로 온통 붉게 물듭니다.
"나는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과장하지 않고 전쟁에 대해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개봉당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렇듯 이 영화는 '전쟁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려들지 않습니다. 전쟁의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현실을 묘사하려고 노력합니다.
한편, 미 본국에서는 전사자의 통지서를 발행하던 중에 한 집안의 네명의 형제가 입대했는데, 그 중 3명이 사망한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4형제 중에 막내 '라이언 일병(멧 데이먼)'을 찾아 본국으로 귀향시키라고 미 행정부는 명령을 내립니다. 라이언 일병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밀러 대위(톰 행크스)'는 8명으로 이루어진 1개 분대를 이끌고 노르망디에서 낙하산으로 상륙했다는 정보만을 가지고 라이언 일병을 찾으러 떠납니다. 이 때부터 영화는 전쟁의 본질은 미친 정치꾼의 영웅놀이며, 병사는 그 놀음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덤덤한 어조로 이야기합니다. 1명을 구하기위해 8명의 목숨은 벼려도 된다는 것이 제정신이냐고 병사들은 말 하지만, 밀러 대위는 우리는 무조건 명령에 복종해야한다며 라이언을 구하는데 앞장서 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든 말든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듯한 이 행동들에 스필버그는 라이언 일병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만 왜 집으로 돌아가야하나? 나의 전우들도 나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 똑같은 목숨이고 모두 집에 가고 싶어한다."라며 본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합니다. 스필버그는 영웅주의를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며, 맹목적인 미국의 애국주의를 이야기하지도 않으며, 완전히 우연으로 그들을 간신히 피해간 죽음이란 어둠을 회상합니다. 그는 무자비한 장면들로 전쟁의 폭력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비폭력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이였을까?" 영화의 마지막,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병사가 말 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 죽을 때까지 이 고통은 따라다닐 것입니다. 심하게 흔들거리는 카메라의 현실감과 색 바래고 거친 화면이 압권이였던 명작중의 명작.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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