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당한 느낌의 영화 '뫼비우스'

지난 9월 5일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는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영화입니다. 영화를 찍는다고 말을 할 때부터 세간의 집중을 받았지만 영등위의 검열에서 '제한 상영가'로 판정나면서 영화감독들과 영등위와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내 유일무이한 감독이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할까요? 예술을 예술 자체로 볼 수는 없는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물론 예의를 따지는 한국이란 사회에서 '근친상간'이라는 문제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 문제는 민감한 문제이겠지만...)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겠죠. 아무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 <뫼비우스>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벗어나고 개봉을 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제한상영가 극장이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요?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열한 몸부림" 이라고 말했는데요, 인간은 욕망으로 부터 태어나고, 그리고 그 욕망으로 인해 분노하여 거세하고, 다시 거세당한 욕망을 갈구하는 결국 모든 감정은 서로 만나게되고 끊기지 않는 연결고리 같은, 마치 '뫼비우스 띠'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한 가족의 초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감독은 작품의 의도를 이렇게 말합니다.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그리고 성기는 무엇인가? 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아마 이것들은 애초에 하나일 것입니다. 내가 어머니고 내가 아버지고 그리고 나 입니다.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태어나고 복제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국 하나로 연결됩니다. 결국 나는 나를 증오하며 질투하고, 그리고 사랑합니다. 한국사회의 윤리의식 안에서는 성과 욕망이 음란하고 타락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보다 조금 더 가깝고 폭넓게 인식되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런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듯 감독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제되어 있는 원초적인 성과 욕망을 자세히 해부해 보겠다는 의미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조롱과 모욕당한 듯한 불쾌감이 밀려옵니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황당한 욕망과 분노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과,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만천하에 들어낸 것 같은 모욕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매우 다양한데, 왜 그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욕구인 '쾌락'과 '성욕'만을 부각시킨 것일까요? 발가벗겨지는 느낌은 굉장히 불편합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 말하는 영화를 대사 한마디 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대사 한마디도 없는 넌버벌(non-verbal)영화입니다. 그렇다고 후반믹싱 등 효과음이 없는 건 아니고요, 대사만 없이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감독은 영화의 메세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대사를 없애고 장면들을 더 추가했다고 했는데요, 영화를 보다보면 대사가 없는 덕분에 장면 장면에 더 집중하고, 메세지에 귀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예술적인 소양이 매우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남성의 성기 절단과 한 여성의 집단강간, 그리고 엄마와 아들간의 근친상간 등으로 인간의 '욕망'을 비뚤어지게 표현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욕망을 내제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사회를 열어 제한상영가 찬반투표를 했는데, 김감독은 그 중 87%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지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의적인 지지이지 영화의 표현방식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김기덕 감독은 깊은 사고 없이 오로지 쾌락 지상주의와 욕망에만 사로잡힌 우리사회의 퇴폐풍조를 꼬집고 싶었던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저도 지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