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영화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저는 뜬금없게도 영화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높은 소리에 있습니다. 옷 매무새를 만지는 '쓱쓱'하는 소리, 뽀시락 거리는 발자국소리, 담배 타들어가는 소리와 종이 만지는 소리 등.... 이런 소리가 너무 좋아 영화를 사랑한다면 말이 될까요? 전 그렇습니다. 오늘은 일반인은 잘 알지 못 하는 영화의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내용들은 모두 현직 영화 음향감독과 사운드 후반 믹싱 감독들로 부터 직접 듣고 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드라마처럼 붐마이크로 녹음하는 동시녹음으로 알고 계신분들의 고정관념을 깨 보겠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영화는 동시녹음을 할까요?
영화 촬영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모두들 숨죽이며 배우의 연기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지금 영상만 촬영하고 있지 소리는 녹음되지 않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사용되는 카메라는 녹음기가 없답니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떻게 넣을까요? 일반적으로 매우 조용한 곳에서는 배우들의 대사를 붐마이크와 녹음기로 녹음을 하고요, 그 외에의 대부분의 대사와 환경소리 등은 모두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소리랍니다.
보통 현장에서 붐마이크로 녹음된 소리는 '대사'만을 위주로 녹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소리들이 많이 부족하죠. 그렇게 붐마이크로 녹음한 소리도 일상의 웅~하는 소음과 야외의 소음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대사를 비롯해서 다른 모든 소리를 후반작업을 통해 새롭게 화면에 입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영화제작의 마지막 공정인 '사운드 후반 믹싱'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대종상 영화제 심사하면서 알게된 영화 사운드 감독님들에게 후반작업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영상에 딱 맞춰야지".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구분하면 종류가 많지만 몇 가지로 간추려보면 이렇습니다. 폴리(Foley), 앰비언스(Ambience), 특수효과(Effect), 그리고 '대사'가 있습니다. 이런 소리들이 대략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영화 'The Artist'의 한 장면)
폴리(Foley, 효과음 녹음)로 소리의 해상도를 높입니다.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제외한 모든 소리를 만들고 녹음하는 기술자를 말합니다. 왜 TV에서 이상한 도구들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보셨죠? 그런 분들을 입니다. 폴리(Foley)는 배우들이 움직일 때 발자국소리, 옷소매 비비는 소리,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물소리, 문소리 등의 소리를 만들어 영화 사운드의 해상도를 높이는 기술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소리들이 붐마이크로 동시녹음하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은 이 모든 소리는 모두 만들어지는 것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흙밟는 발자국과 옷 매무새 만지는 쓱쓱소리가 더 크고 듣기 좋게 들린답니다. 물론 저예산 독립영화 등에서는 붐마이크로 동시녹음하는 경우도 흔히 있고요, 붐마이크 마저도 없는 초저예산 영화 현장에서는 나무 막대기에 작은 PC헤드셋 마이크를 매달아 녹음하는 현장도 있답니다. ㅡㅡ;;
사운드 이펙트(Sound Effect)로 현장감을 더합니다.
폴리와는 또 다른 소리를 만드는 현장이 있습니다. 사운드 이펙트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되는데요, 앰비언스(Anbience, 환경음)와 특수효과음(Effect)이 있습니다. 앰비언스는 자동차소리, 새소리, 군중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도로의 소음 등이 있고요, 특수효과음은 폭발음, 총소리, 칼소리 등 일반적인 환경음이 아닌 특수한 환경음을 말합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검 소리도 이런 소리에 해당합니다. 이런 소리들은 영화의 현장감을 한층 배가시키고 영화의 타격감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박진감을 더해서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죠. 심지어 이런 소리 때문에 밋밋한 영상이 대박 명장면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이렇게 후반작업이 필요한 영화의 경우는 어느정도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저예산 영화의 경우 SF나 특수효과가 거의 없이 배우들의 연기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죠. 저예산 감독들이 이런 인물 위주의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은 상상력이 없는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랍니다. ^^*
(사진 -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배우의 대사는 많은 부분 후시녹음으로 만들어 집니다.
드라마나 TV 스튜디오 촬영에서 붐마이크로 대사를 녹음하는 경우 많이 보셨죠? 영화도 붐마이크로 대사를 녹음하기도 합니다만, 주변이 시끄러워 잡음이 타고 들어가거나 대사 전달이 정확히 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영상만 찍고, 배우가 나중에 부스 안에서 조용히 녹음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죠. 한국영화에서 후시녹음의 비율을 살펴보면 약 15% 정도 되는데요, 최근은 후시녹음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워낙 퀄리티 높은 영화를 만드려다 보니 돈이 많이 드는 이 방법을 선택하는데요, 최근 <다찌마와 리>, <놈놈놈>, <모던보이> 등의 영화는 90% 이상의 대사를 후시녹음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런 추세다보니 최근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후시녹음' 잘하는 배우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든 사운드를 파이널 믹싱합니다.
이제 만들어진 모든 소리인 현장녹음 대사, 후시녹음 대사, 폴리, 이팩트, 앰비언스, 그리고 영화음악을 모아 영상과 합쳐지는 파이널 믹싱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소리들의 레벨을 높이거나 낮추어 전체 영화 사운드의 크기를 조절하고 소리없는 밋밋한 영화 영상에 생명을 불어넣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의 소리는 기술시사를 통해서 소리의 상하좌우앞뒤 서라운드 품질과 적합성, 그리고 디테일한 점검을 통해서 한편의 영화로 출시된답니다.
영화는 크게 보면 기획 → 선 제작 → 본 촬영 → 후반작업이란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운드만 두고 보더라도 오늘 이야기한 것 처럼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표현을 하는데는 한편의 영화가 나오기 까지는 수많은 자본과 기술, 스태프, 그리고 창작의 고통이 들어있답니다. 이제 왜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른 드라마나 영상물과는 확연히 다른 고품질인지 이해가 되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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