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살인의 추억,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

언젠간날고말거야 · 2014. 2. 8. 08:00 영화/영화리뷰 ·

세상에는 나쁜 인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안이 전세계에서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 조차도 막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 Frozen Ground>는 2003년 한국에서 개봉한 봉준호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가 주연했던 <살인의 추억>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러도 될만한데요, 미국 알레스카에서 13년간 21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암매장한 '로버트 한센'의 실화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나쁜 인간들은 대부분 힘 없는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데요, 얼마나 잔인하게 그리고 뻔뻔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내려가 보겠습니다. 제발 이런 종자들은 빨리 지구를 좀 떠나주거라..응?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983년 어느 겨울 밤, 알래스카 앵커리지 마을의 툰드라지역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뒤 버려진 여성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됩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 잭 할콤(니콜라스 케이지)은 10대 후반 ~ 20대 초반의 여성들의 실종사건과 이 사건들이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연쇄살인범으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이 사건을 덮으려는 검사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쇄살인범 로버트 한센(존 쿠삭)은 겨울에는 모두 얼어버리고 곰이 살고 있어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툰드라지역을 이용해 13년동안 꼬리가 잡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빵집을 운영하며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와이프와 아이들도 있는 평범한 가장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2번째 희생자가 될 뻔한 유일한 생존자 신디(바네사 허진스)는 한센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겨우 도망치고, 사건을 풀 실마리는 이제 신디에게 달려있지만 신디를 노리는 다른 악당들이 있습니다. 형사 잭은 한센을 기소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미친 변태 성욕자에다 여성을 강간하고 툰드라지역에서 풀어준 뒤 사냥총으로 여성을 사냥까지 해대는 이 정신나간 한센이란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잘 처벌한 걸까요? 그가 13년 동안이나 잡히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성을 자신의 경비행기에 태워 툰드라지역으로 날아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죽인 뒤 곰이 돌아다니는 지역에 사람들을 묻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발한 머리를 왜 좀 더 좋은 쪽으로 쓸 수 없는건지 참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피해 여성에 대한 우리들의 시각 'Frozen Ground'

제목 <프로즌 그라운드, Frozen Ground>의 뜻은 말 그대로 얼어붙은 흙을 말하는데요, 그가 얼어붙은 땅에 시신을 유기했기 때문에 붙은 제목입니다. 하지만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훗날 마약없이 견딜 수 없는 창녀가 되어버린 신디를 쳐다보는 우리들의 '창녀'에 대한 인식과 냉대도 'Frozen Ground' 가 아닐까요? 이는 그녀가 경찰에서 진술할 때, 남자 경찰관은 범죄에 관해 물어보지 않고 어떻게 어떤 자세로 강간을 당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행동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않고 남성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만 생각하고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을 비꼬며 그녀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에 팽배한 'Frozen Ground'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한가지. 연쇄살인마 로버트 한센은 사형을 당했을까요? 아닙니다. 범행을 밝힐 수 있는 완벽한 증거가 밝혀지지 않아 사형은 면하고 대신 자백으로 수감생활만 하기로 검찰과 협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석방없는 461년형을 받고 지금도 감옥에서 복역 중입니다. 한센은 1939년 2월15일 생입니다. 그에게 당한 여성은 50명에 이릅니다. 밝혀진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어딘가에서 곰에게 훼손 당했을 수도 있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