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에게 말 걸기. 영화 '초속 5cm(센티미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 이야기할 영화 <초속 5cm(센티미터)>는 <언어의 정원>,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 <별의 목소리>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7년도 작품입니다. 이 양반이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이유는 이전 작품들을 각본, 그림, 연출, 음악 등 모든 것을 혼자 하는 1인 제작방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의 경우는 여러 명이 함께 팀으로 작업을 해서 그런지 영상과 음악의 완성도 면에서도 전작들과 비교하면 꽤 뛰어납니다.

<초속 5cm>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총 3편의 단편 애니가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벚꽃 무리>는 남자 주인공 '토오노 타카키'가 중학교시절 전학으로 헤어지게 된 단짝친구 '시노하라 아카리'와 만나는 감성을 이야기하고, 두 번째 이야기 <우주 비행사>는 고등학생이 된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같은 학교 '스미다 카나에'의 감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타카키와 아카리의 서로 엇갈린 사랑의 감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초 간단 줄거리에서도 보시듯이 이 영화는 매우 감성적인 영화인데요, 보고 싶은 분들은 스크롤 내리시고, "이거 내 취향 아니야! 승질 알면서!" 하시는 분들은 겟아웃히얼~

 

 

 

 

 

 

 

1. 벚꽃 무리

 

"있잖아, 초속 5cm래"

"응? 뭐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전 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제목의 의미가 무얼까? 궁금해서였죠. 그런데 <벚꽃무리>는 시작하자마자 제목의 의미를 풀어놓고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으로 만난 다카키와 아카리는 병약하지만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만난 둘은 가까워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리는 부모님의 직장 때문에 토치키로 전학을 갑니다. 둘은 이날부터 중학교 다닐 동안까지 편지로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벚꽃이 흩날리는 따스한 봄날 둘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누구보다 기다립니다.

 

중학생이 된 어느 겨울 다카키는 아카리를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기차는 계속 연착되고 약속했던 오후7시는 멀찌감치 넘어갑니다. 시간은 잔인하게 머리 위로 흘러가고 1분은 너무나도 무겁고 더디게 지나간다고 읊조리는 다카기는 결국 기다려준 아카리를 만나고 기차역 주변에 있던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너무나도 순수해서 깨질 것만 같았던 둘의 감성은 나지막한 다카기의 내레이션과 함께 떨어지는 벚꽃의 속도로 켜켜이 쌓여갑니다.

 

 

 

 

 

 

 

 

 

2. 우주 비행사

 

두 번째 이야기 <우주 비행사>는 고등학생이 되어 어느 섬으로 전학 온 타카키를 몰래 짝사랑하는 스미다 카나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카나에는 항상 친절하고 다정한 타카키를 좋아하지만 타카키는 항상 어딘지 모르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학을 위해 서핑보드를 연습하고 있는 카나에는 어느 날, 서핑보드를 완벽하게 타게 되면 그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시간은 흘러 서핑보드를 완벽하게 타게 된 그녀는 그에게 고백을 하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친절하지만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그에게 결코 다가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고백하지 못 합니다.

 

 

 

 

 

 

 

 

3. 초속 5센티미터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타카키는 여전히 아카리를 그리워하며 다른 여자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지만, 아카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3편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아카리와 끝끝내 그녀를 잊지 못 하고 평생 순정을 간직한 한 남자를 이야기합니다. 일각에서는 나쁜 여자 만나 평생 맘 고생하는 다카키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코토 감독은 일생에 걸쳐 계속되는 인연의 엇갈림과 사랑과 현실에서의 어쩔 수 없는 갈림길을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1편에서 13살이였던 타카기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아카리와 다시 떨어지는 벚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사랑도 그 때에 멈춰서 있습니다. 이는 2편 <우주비행사>에서 카나에의 짝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 하고 누군가에게 핸드폰을 쳐다보며 보내지 않는 메시지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수 십년의 세월이 흐른 뒤 3편에서 그는 철길건널목에서 아카리와 우연히 지나치게 되는데,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그녀도 그를 향해 돌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대의 기차가 엇갈려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아카리는 없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그를 봤겠지만 그녀의 갈 길로 걸어가고, 타카키는 헛헛한 미소를 지으며 뒤 돌아 가던 길을 걸어갑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상에서 우리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이런 사랑의 엇갈림을 다양한 속도에 대입해 이야기고 싶은가 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사람과 사랑이 맞닿는 속도를 통해서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사랑, 자라나면서 겪었던 이별과 그리움, 변하지 않는 사랑과 일상에 적응하며 변해가는 사랑을 밀도 높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감독 특유의 감수성이 매우 돋보이며, 특히 황홀한 빛의 표현으로 이끌어가는 감성과 연출력은 매우 독특합니다. 이 영화가 여러분의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기억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 추천 드립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영화 리뷰 → 한여름 폭풍같은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영화/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