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영화는 오래되어도 여전히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줍니다. 오늘 이야기할 명작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도 그 중에 하나죠. 이 영화는 한국에는 1996년 3월에 개봉했는데요, 제가 군대 제대하던 날 예비군마크 단 군복을 입고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렇게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극장으로 달려갔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도 '그때 내가 그럴 만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한 인생이란 어떤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며 사는 인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자포자기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선택하는 일이 비록 고단한 길이더라도 그게 행복하면 그것으로도 한편의 영화 같은 인생입니다. 비록 선택한 인생이 비루한 모습이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애처롭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마이크 피기스'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는 알코올중독자 '벤(니콜라스 케이지)'과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의 고단한 영혼들의 마지막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영화 OST 스팅의 'Angel Eyes'를 들으면서 글을 읽어보세요.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벤(니콜라스 케이지)은 LA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아내와 이혼하며 아들까지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그가 알코올중독이 된 이유가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을 빼앗겨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알코올중독자라서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아들마저 빼앗겼는지는 영화에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모든 것을 잃고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벤은 집과 세간살이를 모두 정리하고 퇴직금을 손에 들고 술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차를 몰로 갑니다. 모하비사막을 운전하는 순간에도 그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습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벤은 술을 사기 위해 타 고왔던 자동차마저 팔아버리고, 길거리 창녀인 '세라(엘리자베스 슈)'를 하룻밤 사게 되는데 이는 육체적인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이 외롭지 않도록 누군가와 그냥 이야기하기 위해섭니다. 하룻밤 만났던 이 둘은 벼랑 끝 인생에서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점점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합니다. 단, 조건은 벤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고, 세라에게 몸 팔지말라는 말을 하지 않기. 이렇게 벤은 세라의 집으로 들어가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감정은 태생적으로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것이라 둘은 조금씩 서로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이로서 이들은 처음 약속을 어기고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다 벤은 연락 없이 사라지고 세라는 몸을 팔려던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서로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데 어느 날, 벤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어느 모텔에서 죽음에 임박한 벤은 세라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게 되고 세상에서의 마지막 사랑을 간직한 채, 인생이 고단하다는 듯 낮게 마지막 숨을 내뱉습니다.
난데없이 찾아온 걸작
이들의 사랑은 제가 말하는 사랑과 일정부분 같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의 전제조건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편리대로 살아주길 바라면서 상대를 고치려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금껏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지하게 "넌 이런 게 맘에 안 들어", "그러지마", "난 이러는데 넌 왜 그러니?" 이런 말들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텐데 그건 모두가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대하는 날, 군복입고 득달같이 달려가 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제 인생에 난데없이 찾아온 걸작이었습니다. 당시 그저 그런 영화배우로 인식했던 '니콜라스 케이지'와 얼굴은 반반한 금발미녀 쯤으로 생각했던 '엘리자베스 슈'를 다시 보게 된 영화였죠.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구성과 적절한 스팅의 OST는 리얼리티와 감성을 모두 살린 분명한 걸작이었습니다.
아무리 곱씹어도 그건 사랑이였다.
고단한 두 영혼의 구원은 병원에서 알콜중독을 치료한다거나 몸 파는 것을 그만두고 나랑 살림이나 차리자는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들의 상처는 술로 인해 망가진 '몸'이 아니고, 몸을 팔아 파괴된 그녀의 '순결'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같이 술을 마셔주고, 몸에난 상처를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완벽합니다. 이렇게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을 만들고 사랑을 마감합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OST가 훌륭한데요 특히, 벤과 세라가 붉게 물들인 하늘을 하고 있는 사막의 어느 모텔수영장에서 흑백영화를 보며 흘러나오는 Sting의 'Angel Eye'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라와 하룻밤을 보낸 벤이 죽어가는 순간 흘러나오는 'My One and Only Love'는 기가막힐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혹시 아직도 이 영화를 못 보셨다면, 오늘 당장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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