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나는 서부영화 한편 감상해 볼까요? 영화 <론 레인저>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로 의기투합했던 '조니 뎁'과 그 시리즈 성공의 주역이었던 '고어 버빈스키'감독, 그리고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다시 뭉쳐 만든 영화입니다. 동명의 원작은 미국에서 1933년 라디오방송을 통해 선보인 이후,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만화 그리고 두 편의 영화와 만화책, 비디오게임까지 출시되었던 장수 콘텐츠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해적이라는 캐릭터와 바다라는 모험의 공간을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론 레인저>는 미 서부 개척시대의 (영화니 만큼 정치적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냥 '개척'이라는 용어를 쓰겠습니다.) 악당들과 정의로운 보안관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가면과 흰 모자를 쓴 일종의 서부영화판 '조로'의 느낌이 나는 백인 '론 레인저'와 인디언 '톤토'가 짝을 이루어 ‘덤 앤 더머’같은 모험담과 악당들에 응징하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인거 보면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혹평을 내리는 사람도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서부극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조니 뎁(Johnny Depp)만이 할 수 있는 코믹한 연기와 아미 해머(Armie Hammer)의 훈훈한 외모, 그리고 악당 윌리암 피츠너(William Fichtner)의 무시무시한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물론 제34회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최악의 영화를 뽑는 시상식)에서 최악의 리메이크상을 받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정도의 영화는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영화의 이야기는 1933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박람회장에서 서부시대 전시관을 찾아온 론 레인저 가면을 쓴 소년에게 인디언 마네킹으로 분장한 '톤토(조니 뎁)'가 서부 개척시대인 1869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새롭게 지방검사로 부임한 '존(아미 해머)'은 고향의 보안관인 형 '댄(제임스 뱃지 데일)'과 함께 '레인저(보안관 보조)' 자격으로 형과 함께 악당 '부치(윌리암 피츠너)'를 잡으러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부치 일행의 매복습격으로 모두 죽고 존 또한 치명상을 입습니다. 이때 지나던 '톤토'에 의해 존은 구사일생 살아나고 검은 마스크를 쓴 '론 레인저로(The Lone Ranger)'로 거듭나며 부치 일당을 잡으러 나섭니다.
한편 인디언 '톤토'는 어린 시절 시계로 유혹하는 백인들의 꼬임에 넘어가 은광석이 있는 지역을 그들에게 알려주어 마을의 인디언 모두가 부치 일당에게 몰살당하는 참사를 당합니다. 이로 인해 톤토 또한 부치에게 복수하려 하고 마음에 들진 않지만 존(론 레인저)과 뜻을 함께 합니다. 은광산을 차지해 미국 전체를 차지하려는 악당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톤토와 존의 한판 승부가 벌어집니다. 영화에서 인디언 톤토는 백인들을 '키모사베'라 부르는데요, '덜 떨어진 동생'이란 뜻입니다. 존도 마찬가지...
이 영화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구해주는 버디무비형식을 띄고 있는데요, 19세기 광활한 미 서부지역의 눈부신 자연환경과 그 위를 달리는 기차에서의 액션 신으로 볼거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캐리비안 해적>시리즈를 위해 실제 배를 제작했던 브룩하이머는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250톤이 넘는 3개의 실제 기차와 8km에 달하는 철도 레일을 깔았습니다. 덕분에 제작비는 $2억5000만달러(2,650억)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들였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참패했습니다. 한국에서도 38만명이 조금 넘는 관객이 들어 실적이 저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믹하고 내용도 오락영화에 충실한 제법 잘 만들어진 영화로 평가하고 싶은데, 왜 흥행이 왜 저 모양인지 약간 의아한 영화였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명배우 '조니 뎁'의 엉뚱한 연기와 아이 해머의 허당 연기 또한 유쾌하고, 톤토와 존을 여러 번 살려줬던 백마 또한 소소한 영화의 재미를 더합니다. 액자형식을 빌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완급 조절하는 연출력도 돋보이고, 달리는 열차 위 액션에서 흘러 나오는 롯시니 '윌리엄텔 서곡'의 제4부 스위스 군대의 행진(Finale)을 편곡한 한스 짐머(Hans Zimmer)의 경쾌한 OST 또한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 영화 속 대부분의 플롯들이 클리셰로 구성되어 있다며 그저 그런 영화라고 평가절하는 분들께서도 계신데요, 제가 볼 때는 이는 버빈스키 감독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옛날 향수가 짙게 나는 서부영화에서는 뻔한 클리셰들도 나름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끝나면 역시 버빈스키와 브룩하이머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볼만한 영화로 추천합니다만, 다시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열리는 제34회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리메이크상'을 받았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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