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이겨낸 홀로코스트, 영화 '책도둑(The Book Thief)'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책으로 홀로코스트(Holocaust)를 견딘다.


전쟁전범 국가인 독일이 세상에 드리웠던 어둠의 그림자는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어둡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잘못을 뉘우치고, 적절한 사죄와 배상, 그리고 피해 후손들에 대한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는 이웃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이렇게 어둡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참아내려면 희망을 이야기하는 무언가 밝은 것이 필요합니다. 선인들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어두운 역사의 터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영화, 음악, 그림, 책, 등 예술을 벗삼아 견뎌냈기 때문일겁니다.

오늘 이야기 할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마커스 주삭(Markus Zusak)'의 동명소설을 '브라이언 퍼시벌(Brian Percival)'감독이 영화화 한 <책도둑(The Book Thief)>입니다. 소설가 마커스는 어린시절 독일인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내려갔는데요, 영화의 이야기는 소설과 거의 대부분 똑같았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로 줄지어 끌려가는 유대인 행렬들, 한 소년이 끌려가는 늙은 유대인에게 빵을 건데줬다가 독일군 병사에게 채찍을 맞았던 이야기. 마커스 주삭은 어머니에게 들었던 실화를 잊지않고 광기어린 세월을 책으로 써내려갔습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훔쳐서라도 읽어야만 견딜 수 있었던 세월


영화의 배경은 전쟁의 광기로 가득찬 아돌프 히틀러 치하에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몰힝입니다. 9살 소녀 '리젤(소피 넬리스, Sophie Nelisse)'은 양부모인 후버만 부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리젤의 친어머니는 나치에 의해 공산주의자와 유대인들이 탄압받던 시절, 공산주의자였던 그녀의 남편이 갑작스레 행방불명되고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후버만 부부에게 두명의 아이들을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몰힝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리젤의 남동생이 갑작스레 죽게되어 중간 역에 내려 동생의 장례식을 치르고 리젤 혼자만 후버만 부부에게 입양되었습니다.

 

홀로 양부모와 살게된 리젤은 학교와 가정 두 곳 모두에서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지만, 배려심 깊고 가슴이 넓은 양아버지 '한스(제프리 러쉬, Geoffrey Rush)'와 거칠고 사나운 성격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양어머니 '로자(에밀리 왓슨, Emily Watson)', 그리고 그녀와 키스를 하기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레몬색 머리카락의 친구 '루디'와 함께 차츰 안정을 찾아갑니다. 책에서는 양어머니 로자는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여인네로 표현되었지만 영화에서는 괴팍한 성격만 부각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책도둑>은 주인공 리젤의 버릇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 시대를 살아남는 원동력은 바로 책이였기 때문입니다. 남동생 장례식에서 무덤을 파던 남자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를 주웠지만 돌려주지않고 슬그머니 가져온 책을 시작으로 리젤은 글을 읽기위해 열정적으로 책을 훔치고 읽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을 다시 돌려놓기 때문에 훔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동화같은 영화와 책


유대인을 전멸시키겠다고 서슬퍼런 칼을 가는 독일에서의 어느 날 밤, 유대인 청년 '막스'가 몸을 숨겨달라고 찾아옵니다. 막스는 1차대전 당시 양아버지 한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죽었던 친구의 아들입니다. 한스는 자신을 구해주고 목숨을 잃은 친구의 가족에게 도울 일이 있으면 꼭 도와주겠노라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대인 막스를 숨겨주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공산주의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강제적으로 떨어져 사는 리젤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한스의 집에 숨어 사는 막스와 동질감을 느끼고 연민합니다.

 

한스의 집 지하실로 숨어든 막스는 어느 날 건강악화로 죽음의 기로에 놓이는데, 리젤은 그에게 읽어줄 책을 훔치고 정성을 다해 그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 닥치면 또 책을 훔치고, 읽고, 빈종이에 자신의 글을 써내려갑니다. 이렇게 그녀는 참혹한 현실을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 견뎌냅니다.

 

결말을 빼고 말하려니 뭔가 어색한 글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어두운 역사의 선과 악을 잔잔한 음악과 함께 과장하지 않고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또는 책을 모두 읽고나면 잔인한 동화 한 편을 읽은 느낌입니다. 결말은 직접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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