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고 강렬한 프랑스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혹시 프랑스영화 좋아하십니까? <택시>같은 코미디 장르는 한국에서도 조금 인기가 있었지만 유독 묵직한 내용을 담은 영화들은 한국에서는 영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도 상당히 아름다운 영상에 묵직한 이야기와 힘이 느껴지는 영화지만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죠. 하지만 영화의 알맹이마저 흥행처럼 보잘것없다고 보시면 큰 오산입니다. 이 영화는 근래 제가 본 가장 묵직하고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었거든요. 언뜻 줄거리와 구성이 단순해서 요즘의 영화 트랜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프랑스영화는 또 그런 맛에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께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6세기 말(馬) 상인 미하엘 콜하스는 말을 팔러 가는 길에 전에 없던 울타리를 만납니다. 지역을 관장하던 남작이 죽고 공주가 새로운 남작을 선임했는데 그 남작이 난데없이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윤기 좔좔 흐르는 상태 좋은 검은 말 두 마리를 맡겨두고 나머지 말을 팔러 장에 다녀오니 그 동안 그 말들로 수레를 끌고 관리하지 않아 말의 상태는 상처입고 엉망으로 변했습니다. 게다가 말을 관리하는 자신의 하인마저 남작의 하수인이 풀어놓은 사냥개에 물려 꼴이 말이 아닙니다.

 

콜하스는 남작에게 자신의 말 두 마리를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켜달라는 청원을 해보지만 묵살당하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만 가재는 게편이라고 판사는 남작의 편인지라 그마저도 기각 당합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재판을 청구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엄포와 함께... 보다 못한 그의 아내는 그 남작을 임명했던 공주에게 직접 사실을 알리러 찾아가지만 아내는 도리여 싸늘한 죽음이 되어 돌아옵니다. 말 두 마리를 회복시켜 달라는 게 간단한 요청이 뭐가 그리 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콜하스는 직접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하인들을 무장시켜 그들을 이끌고 남작이 사는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남작은 이미 빠져나간 이후였습니다.

 

계속 추적하고 있는 콜하스의 이야기를 들은 지역 농민들의 합세로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점점 그의 세력은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정의는 폭력으로 이룰 수 없는 법이죠. 어느 날, 자신의 부하가 약탈했던 마을에서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와 정의에 관해 논쟁을 펼치지만 콜하스는 깨닫게 됩니다. 폭력에 대한 정의를 찾겠다던 자신이 폭력으로 다른 마을을 약탈하고 귀족들을 죽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칼을 내려놓습니다. 이 순간에도 그가 원하는 것은 남작의 처벌과 자신의 말 두 마리를 원상 회복시켜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실화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존인물 '미하엘 콜하스'를 모델로 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광활한 초원을 말을 이끌고 달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사병들을 무장시키고 전쟁해는 장면, 마지막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고 초원에서 처형당하는 클로즈업 된 콜하스의 얼굴을 보기까지 영화는 의도적으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인물의 내적 갈등은 오롯이 콜하스의 표정을 통해서 표출되는데요, 거스를 수 없는 크나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묵직하고도 강렬한 힘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장면 중에서 가장 백미(白眉)는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들판에서 처형되는 모습입니다. 자신이 요구하던 남작의 처벌, 검은 말 두 마리의 회복, 그리고 하인과 자신에 대한 보상금도 지급받았으니, 이제 왕국의 질서를 어지럽힌 자신이 벌을 받는 일만 남았습니다. 처형대에서 옷을 벗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정의를 이룬 것에 대한 안도감? 그 정의를 이루는 것에 자신의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일을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 하얀 입김을 훅훅 내 뱉으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그의 눈빛은 그저 아비를 잃고 살아야 할 딸에 대한 애처로움으로 번져 내립니다. 대체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한참을 고민한 영화였습니다.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영화/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