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병사의 눈으로 바라 본 2차 세계대전
7-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의 모습은 아마도 머리에 뿔이 달리고 도깨비의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쳤고 유인물에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에게 2차대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헐리우드에서 만든 미국 영웅주의 영화들을 보며 자라온 한국 사람들에겐 아마도 '미국군=착한놈, 독일군=나쁜놈'으로 세뇌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만약 대한민국의 군대가 2차대전에서 주축군으로 참여했다면 우리도 스스로를 '나쁜 놈'으로 인식할까요? 적어도 선택의 여지없이 사지로 내몰린 병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입니다. 이 영화는 독일에서 제작되었고 독일군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993년도 작품이지만 최근 2014년 1월에 디지털로 리마스터링되어 한층 깨끗해진 화면으로 재개봉을 했었습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120억이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이 영화는 참혹했던 스탈린그라드의 전투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와 다른 점은 독일병사의 잔혹함만을 강조하고 있지않고 그들도 연합군의 병사들처럼 살기 위해,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추위와 싸우는 '진짜 전쟁'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독-소 전쟁의 시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독일은 스탈린의 소련과 1939년 8월 23일 모스크바에서 '독-소 불가침조약'을 맺습니다. 그러고 몇 일 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소련은 만일에 있을 독일의 공격에 대비해 국경을 조금이라도 서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똑같이 폴란드를 공격합니다. 이렇게 독일과 소련을 사이에 두고 유럽 주변국들과의 작은 전쟁들이 발발하게 되고, 결국 동맹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주축국들과 그들에 대항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연합군이 소련을 돕게 되면서 전쟁은 전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됩니다.
1941년 독일은 독-소 불가침조약을 깨고 핀란드부터 흑해까지 소련과 맞닿아 있는 모든 국경으로 일제히 침공합니다. 거침없이 진군하던 독일은 결국 모스크바 점령에 실패하자 히틀러는 탱크를 돌려 유전지대를 연결하는 주요 석유공급로인 스탈린라드를 점령함으로써 소련의 에너지 공급로를 차단하려고 합니다. 이는 '스탈린'의 이름을 딴 도시이기 때문에 더 광적으로 점령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독일병사 33만면을 투입하고 폭격기 600대가 스탈린그라드를 무차별 폭격했지만, 시가전에 약한 독일의 전차부대는 장기 전에 돌입하자 예기치 못했던 강추위로 유명한 소련의 겨울을 만나게 되고, 옷과 식량마저 부족해져 고전을 하게 됩니다. 겨울이 되자 추위에 익숙한 소련군이 반격하게 되고 결국 독일의 22개 사단은 모두 포위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이 때가 되겠습니다.
결국 전쟁에서 승자란 없다.
이 전투에서 독일군을 포함한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에서 징집되어 온 주축군은 100만명 이상이 전사하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고, 소련군 또한 약 48만명이 전사하고 65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20세기 가장 참혹한 전투로 손꼽히는데요, 1942년 8월 21일 부터 다음 해 2월2일까지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투입된 소련병사는 하루 이상을 살아남지 못했고, 독일병사는 7초에 한 명씩 죽어 나갔습니다. 이렇게 양 진영간 이 기간에 죽은 사람은 200만명이 넘습니다. 광기 어린 지도자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는 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히틀러는 이렇게 병사가 죽어나가도 죄책감은커녕 더 많은 병사를 사지로 투입해 전쟁의 판을 더 키울 생각만 했다고 하니 참 어이없습니다.
영화에서는 전쟁을 왜 하는지도 모르는 평범한 농사꾼 독일병사와 장교들, 정신 나간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그가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사지로 내몰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신병자였을지도 모를 나치 독일의 지도자 히틀러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나간 독일병사는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단지 가족이 보고 싶고,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엄마를 부르며 죽어나갔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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