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양치기를 어떻게 했을까? 영화 '론 서바이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진짜같은 전쟁영화 한편 나왔습니다.

전쟁은 싫어하지만 전쟁영화는 광적으로 좋아해서 군복입고 나오는 영화는 웬만하면 극장에서 바로 봐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 Lone Survivor>가 어쩐 일로 오산에서 개봉을 했길래 주말에 봤는데요, 한마디로 '진짜 전쟁' 영화였어요. 전쟁을 다루는 영화라는 게 한 쪽의 시각에서 촬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편'과 '나쁜 편'이 확연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도 안 되는 독불장군 영웅도 없고 난리통 속에서 '굳이' 피어 오르는 구태한 사랑이야기도 없습니다. 오로지 정적과 공포와 고통만이 있습니다. 게다가 실화를 있는 그대로 영화화 했기 때문에 더 실감나고 진짜 전쟁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론 정말 감격스럽게 봤습니다. 그 됨됨이가 어떻게 되는지 내려가 볼까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005년 6월 28일, 탈라반 상급지도자 '아마드 샤'를 체포하거나 죽이는 임무, 일명 '레드윙 작전'을 맡은 미국의 특수부대 네이비씰은 먼저 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4명의 정찰팀을 투입하게 됩니다. 헬기로 적진 가까이로 투입된 이들은 산속에서 자리잡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양치기들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교전수칙을 지켜야 할 것인가, 이들을 돌려보내면 분명 200명도 넘는 텔레반이 떼거지로 득달같이 달려올 텐데... 죽여야 할까, 그냥 나무에 묶어두고 죽던 말던 방치해야 할까, 아니지 그런 죽이는 것과 다름 없는 짓인데, 아니면 그냥 살려 보내야 할까... 이들은 교전규칙과 생존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죽이자’와 ‘죽이지 말자’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들은 결국 교전수칙을 지켜 민간인인 양치기를 풀어주고 작전을 취소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풀어주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텔레반들이 공격해오고 수적인 열세와 도망갈 곳 없는 지형적인 어려움에 이들의 목숨은 위태롭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무전기 전파는 잡히지 않고, 위성전화까지 먹통입니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대원들은 하나, 둘 목숨을 잃고, 이들을 구하러 나선 구조대원을 태운 헬기도 텔레반의 로켓에 맞아 추락합니다. 제목을 보면 한 명이 살아남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과연 누가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실화영화, 몰입도가 대단합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는 2005년 레드윙 작전에 실제 투입되었던 '마커스 러트렐' 중사가 직접 경험했던 실화를 동명의 책으로 냈는데요, 그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이 영화는 실화라는 말이죠. 적들에 포위되고 모두 총탄에 맞아 몸은 엉망이 되었지만 이들의 전우애는 피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마커스가 혼자 절벽에서 떨어져서 정신을 잃고 한참이 지나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고 회고한 그는 당시 끝까지 싸우다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2시간의 런닝타임 동안 그의 생존기는 몰입도가 대단합니다. 보통 전쟁영화에 출연하는 머리 좋은 군인도, 용감 무쌍한 영웅도, 비겁한 겁쟁이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그리고 끝까지 싸워 살아남겠다는 실제 같은 군인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도 이들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고 절벽에서 투박하게 떨어지는 육신과 여러 발의 총상을 입지만 끝까지 싸운 끝에 서서히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양치기를 어떻게 했을까요?

미군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영화기 때문에 '미군=좋은 편, 텔레반=나쁜 편'이란 의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예술로 바라본다면 그 자체로서의 예술적 가치는 매우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양치기를 풀어준 순간부터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 되 내였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다고 촐싹대며 일어나지 마세요. 2000년간 이어온 이슬람의 명예 율법인 '파쉬툰 왈리(파쉬툰족의 길)에 따라 적에게 쫓기는 사람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율법때문에 마지막까지 '론 서바이버'가 된 마커스와 그를 구해준 아프칸의 모하마드 굴랍의 사진을 포함한 목숨을 잃은 실제 군인들의 사진이 올라갑니다. 끝까지 보시길 바랍니다.

 

 

 

 

적에게 쫓기는 사람은 어떠한 대가가 뒤따르더라도 보호해줘야 한다는 '파쉬툰 왈리 율법'이야말로 종교가 말하는 인간애와 사랑의 기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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