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비서가 기록한 독재자의 몰락, 영화 '다운폴'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독재자의 비서가 작성한 지하벙커에서의 14일


4월 30일은 히틀러가 죽은 지, 그리고 전세계에서 5천만명이 희생된 희대의 살인극인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만 69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희대의 독재자는 아직까지 수수께끼에 둘러 쌓인 인물이죠.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모습조차 소련군에게 보이기 싫었던 그는 자신의 시신을 불로 태워달라고 부관들에게 지시하기 까지 했을 정도로 비밀에 둘러 쌓여 있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생생하게 기억되는 역사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요?

오늘은 히틀러가 사망하기 전 14일간의 상황을 그의 비서 '트라우들 융게(Traudl Junge)'가 작성한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다운폴, The Downfall, DER UNTERGANG, 몰락>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는 독재자의 전기를 쓴 '요하힘 페트스(Joachim Fest)'의 『히틀러 최후의 14일』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원작의 원작이 바로 트라우들 융게의 회고록이기 때문에 회고록이 원작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일본과는 너무나도 다른 독일


일본은 지금도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아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죠. 교과서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과 수천만 명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며, 독도를 한국이 강제점령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정부 고위관료들까지 이에 동조하고, 아니 앞장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침략전쟁으로 인한 주변국들의 아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식민지를 근대화시켰다며 고마워해야 한다는 뻔뻔한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국가의 수장이란 사람이 1급 전범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야스쿠니에서 참배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가히 '인면수심의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주축군에 있었던 전쟁전범 국가인 독일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사과하며 지금도 과거의 침략전쟁을 복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2004년,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945년 소련군이 베를린을 공격하기 시작한 4월 16일부터 히틀러가 사망하던 4월 30일까지 14일동안의 총통벙커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린 이 영화의 개봉을 온 나라가 반대했습니다. 이유는 '나치 독재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불필요하게 그를 연민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무리 독재자라고 해도 인간적인 면모는 분명 있을 터인데, 그런 것마저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며 비판하는 독일이란 나라는 철저한 과거 청산과 반성으로 지금은 오히려 피해국가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몰락과 처절한 반성


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은 1945년 4월, 한 때 유럽전역을 점령했던 나치의 수뇌부는 250만명에 이르는 소련군의 폭격과 공세를 피해 베를린 지하 벙커에 모여있습니다. 히틀러(브루노 간츠)는 여기서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소련군에 점령 달할 바에 모든 건물을 파괴하고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려는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공격할 병사도 탄약도 떨어지고 그의 생일이 지난 열흘 후 4월 30일, 벙커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비서관이 급히 그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보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머리에 총 구멍을 내고 자살한 후였습니다. 비서관은 그가 죽기 전에 명령한 대로 -소련군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잡히고 싶지 않으니 자신의 시신을 소각해달라는 명령- 소련군의 폭격 속에서 그와 그의 아내 에바 브라운의 시체를 서둘러 소각해버립니다.

 

지하벙커 속에서 히틀러의 인간적인 면모와 전쟁을 포기할 줄 모르는 비뚤어진 광기, 그리고 참모들의 나치에 대한 충성심과 퇴폐적이고 회의적인 사람들, 영화 속에는 이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몰락을 그저 관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보장관 괴벨스(울리히 마트데스)의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나는 죽어가는 독일국민을 동정하지 않소. 이것은 그들이 자초한 일이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소.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들은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중이요."

 

이 말의 뜻이 뭘까요? 모든 죄를 독재자에게 뒤집어 씌워봐야 전범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느껴야 할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일겝니다. 5천만명이란 희생자를 낳은 이 전쟁을 반성과 행동으로 그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후안무치한 이웃나라 일본 우익들의 두개골에 새겨줘야 할 말이 아닐까요?

 

이 영화 <다운폴, 몰락, The Downfall>은 한국인이 꼭 봐야할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히틀러 역을 맡은 브루노 간츠의 연기가 매우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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