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진 요즘, 저는 공포영화에 빠져 매일 같이 밤이면 무서움에 떨면서 잠이들곤 합니다. 오늘은 제가 난생 처음 보는 신선한 컨셉으로 제작된 영화 <파노라말 액티비티> 1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띈 아마추어 감독의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집에서 DVD로 감상하다 실제로 영화처럼 문이 쾅 닫히고 잠겨버려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으로 스필버그는 영화의 판권을 바로 구입해버렸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의 이름값에 의한 홍보가 한 몫 했을 진 모르겠지만, 공포 장르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처음 제작된 <블레어 윗치> 이후로 많은 영화에 영감을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거칠고, 그리고 무서운 장면 없이 공포가 머리 끝까지 엄습해오는 이 영화의 됨됨이는 어떤지 내려가 볼까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학교 선생님을 꿈꾸는 케이티(케이티 피더스턴)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초자연적인 어떤 힘에 의해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케이티와 동거중인 남자친구 미카(마카 슬로앳)는 이상현상을 24시간 기록으로 담기 위해 카메라를 구입합니다. 미카는 케이티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 무엇인가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애쓰지만 좀처럼 가시적인 모습을 들어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촬영과 숨어 있지 말고 정체를 들어내라는 미카의 도발에 존재는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집 안에서 문이 갑자기 스르르 열리거나 쾅 소리를 내며 닫히고, 바닥에 뿌려놓은 밀가루에 발자국이 찍히거나, 복독에 불이 켜지기도 하고 발자국 소리도 들립니다. 우리는 이런 기이한 현상들을 미카의 카메라를 통해서 보게 됩니다.
케이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이상한 존재를 물리치기 위해 퇴마사를 불러보지만, 퇴마사는 "기운이 너무 강력하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오히려 화를 돋울 수 있다."며 서둘러 돌아가 버립니다. 실체를 밝히려고 시도할 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바닥에 뿌려놓은 밀가루 발자국을 따라가니 다락방 창고에서 케이티의 사진이 발견됩니다. 이들은 불가사의한 이 존재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성공열쇠는 바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게 사실일 수도 있다는 착각을 줌으로써 가능했습니다. 어설픈 화각과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았지만, 그들이 잠들고 밤에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은 무서운 장면과 피 한 방울도 없이 심한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카메라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이 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이 일이 자신에게 닥친 일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영리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공포들은 다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공포에 대한 환영들이 머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감독은 그러한 장면들을 볼 때 관객들이 무슨 영상을 연상하는지, 또는 다음 상황은 어떻게 진행 될 것이라는 관객들의 예측과 상상력만으로 스스로 공포감에 휩싸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는 저예산 영화가 가지는 한계들은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이러한 거칠고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한계들은 미카의 카메라로 모두 장점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공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10분은 스필버그에 의해 새롭게 편집된 장면들인데요, 어떻게 보면 구태한 클리셰라고 할 수도 있고 그리고 영화를 감상하실 분들을 위해 정확히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아무튼 이 영화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무서운 <파노라말 액티비티> 1편을 보신다면, 여러분들은 이제 바람에 이불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만 봐도 공포감이 밀려올겁니다. 가끔은 내 숨소리에 놀라기도....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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