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구토유발 영화 '클로버필드'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제가 최근에 올린 영화리뷰 중에서 UCC의 느낌을 주는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기법) 촬영기법을 이용한 영화들이 참 많았습니다. 공포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그랬고 좀비영화 <REC>도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했었죠. 이런 방법을 쓰는 영화들의 목적은 현장감과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적인 공포감을 주기 위함인데요, 촬영기법만 가지고 그 효과를 논한다면 오늘 이야기할 영화 <클로버필드>가 가히 최고라 하겠습니다. 영화 <블레어윗치>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캠코더로 찍은 화면이기 때문에 오죽 흔들리고 현장감이 강렬했으면 '익스트림 핸드 헬드'라 불렀을까요. 아무튼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영화제목 '클로버필드'란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건 이 영화의 제작자인 JJ.에이브람스의 사무실이 있는 LA의 거리 이름입니다. 애초에 영화를 제작할 때 철저히 비밀프로젝트로 진행했던 터라 에이브람스는 '괴물'이란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을 싫어했다고 해요. 그래서 여러가지 제목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LA의 도로이름으로 붙여진거랍니다. ^^*

 

<클로버필드>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일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일본으로 떠나는 '롭(마이클 스탈-데이빗)'의 송별회가 뉴욕의 어느 아파트에서 열리고 있는데, 친구인 '허드(T.J. 밀러)'는 캠코도에 롭에게 전하는 친구들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만 같더니만 난데없이 자유의여신상 머리가 집 앞으로 쿵 하고 떨어지더니만 도시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TV에서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물이 맨하탄을 파괴하고 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도로 위의 주방위군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롭과 친구들은 위험에 처한 친구 '베스(오데트 애나벨)'를 구하기 위해 그녀가 사는 아파트로 향합니다. 이들은 괴물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롭과 허드가 직접 손에 든 캠코더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영화의 극적 사실감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등장하는 배우들도 대중에게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로 채웠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는 모두 등장인물들이 촬영한 캠코더 영상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요, 작은 카메라로 흔들리는 데다 촛점도 잘 잡지 않은 상태에서 담아 낸 자유의 여신상이 코 앞으로 날아드는 장면과 브루클린 다리가 두 동강으로 부러지고 큰 빌딩만한 괴물의 등장은 마치 실제 사건처럼 공포감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뉴욕은 정체모를 괴물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롭은 여자친구를 구하러 간다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낸 아마추어 냄새를 풍기는 카메라 기법은 너무 흔들리는 나머지 구토를 유발하긴 하지만 오히려 역동성을 배가시키고 괴물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비롯되는 묘한 공포도 자극합니다. 롭의 캠코더에 녹화된 테이프도 이미 한 번 녹화된 테이프에 덮어 쓴 것인데요, 재탕을 한 테이프라 그런지 중간 중간 잡음과 기존 녹화장면이 지직거리는 화면과 함께 보여지는데 현실감을 노린 굉장히 영리한 편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본 미국의 센트럴파크에서 발견된 이 비디오 테이프는 911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악몽과 같은 기억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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