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제 심사나 각종 영화관련 일들의 평가를 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종종 영화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영화가 꼭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거나 또는, 삶의 어떤 의미와 대입이 되어야 한다거나, 예술적인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걸까요? 오늘은 와이프와 블로그에 영화리뷰를 쓰지 않기로 약속하고 오로지 재미만을 느끼고 싶어 동탄CGV에서 톰크루즈 아저씨가 나오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를 봤습니다.
결론만 말씀 드리면, 최근 몇 년 사이 본 영화 중에 가장 오락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영화였어요. 물론 헐렁한 스토리가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지만, 이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을 만큼 영화는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SF 액션 판타지영화 치고 극장 안이 빵빵 터지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지만 이 영화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손가락이 근질거려 영화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시간을 통제하는 외계생명체와의 전투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종이에 손가락 베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미군 장교인 소령 '케이지(톰 크루즈)'는 전투에 참가하기 싫어 공보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의 업무는 군대를 홍보해서 젊은이들의 입대를 독려하는 일이죠. 어느 날, 영국으로 파견 나간 그는 최전방에서 홍보영상을 담아오라는 명령을 받습니다만, 이를 거역하고 도망치자 소령계급을 박탈당하고 일병으로 전투부대로 예속됩니다.
그렇게 케이지는 외계생명체 '미믹'과의 치열한 전투현장에 투입되지만 그는 무기의 안전장치 푸는 방법조차 모릅니다. 허둥지둥하던 그는 연합군의 전쟁영웅인 여전사 '리타(에밀리 블런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순식간에 자신도 외계생명체 미믹의 피를 뒤집어 쓰고 죽고 맙니다. 영화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케이지는 꿈에서 깬 듯이 일어난 곳은 일병으로 강등되어 전투부대로 예속되던 어제입니다. 그는 매일 똑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전투에서 사망하면 매번 똑같이 전투부대로 예속되던 어제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무한루프 속에 갇혀버린 케이지는 수 없이 반복된 전투 속에서 이제 더 이상 신참 전투병사가 아닙니다. 이제 수백 번을 죽더라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전쟁을 승리로 끝내는 일 뿐이죠. 마찬가지로 시간의 무한루프를 과거에 겪었던 리타와 함께 그는 인류를 구할 마지막 방법을 시도하게 됩니다. 케이지와 리타는 미믹들을 모두 처치하고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이만한 오락영화가 또 있을까요?
어쩌면 이 영화는 온통 구태한 클리셰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제이크 질렌할의 <소스코드, 2011>, 빌머레이가 나왔던 <사랑의 블랙홀, 1993>등에서도 이미 다루었던 이야기들이고요, 외계인과의 전쟁은 구지 제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수없이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거기에 유머를 적절하게 버무려서 웬만한 코미디영화 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지만, 하루라는 시간을 리듬감 있는 절묘한 편집으로 구성해서 스토리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자칫 지루해할 수 있었지만,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편집으로 관객들에게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것처럼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적절하게 템포를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SF 액션 판타지 영화에서 인류의 대서사 같은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다른 영화를 보셔야겠지만, 빠른 템포와 편집으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오락영화로서는 이만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더군요. 오락영화는 오락영화 다워야죠. 개인적으로 한바탕 신나게 즐기고 나오고 싶다면 이 영화 추천합니다.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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