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슴 배구단>은 지난 2009년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에요. 제가 네이버블로그를 운영할 당시 극장에서 봤던 영화인데, 최근 다시 보니 풋풋한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네요. 솔직히 이 영화는 '아야세 하루카'란 일본 여배우 때문에 더 흥미가 가는 영화라고 할까요. 제가 일본에 살았던 던 당시 보았던 TV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했었죠. 자,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때는 1979년 일본 기타큐슈지역의 어느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국어교사 '미카코(아야세 하루카 분)'는 실력이 형편없는 남자 배구부의 고문을 맡게 되는데, 배구부 소년들과 말도 안 되는 약속을 본의 아니게 덜컥 해버립니다. 미카코는 학생들에게 "대회에서 1승을 하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라고 약속하고, 배구부 학생들은 당돌하게 "대회에서 우리가 1승을 거두면 선생님 가슴을 보여주세요!"라고 진지하게 소원을 말하며 결연한 의지를 담아 전의를 불태웁니다.
물론 미카코 선생은 이것에 동의할 리가 없지만 아이들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하는 선생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1승을 향한 전의를 불태웁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가슴 약속'이 학교 내에 알려지면서 미카코와 배구부 소년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오로지 젊은 여선생의 가슴을 보기 위해 1승을 향한 진심어린 노력을 쏟아 붓는 배구부 소년들과,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미카코 선생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여주인공 '아야세 하루카'는 2004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TV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의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叫ぶ.)>에서 723:1의 경쟁률을 뚫고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 '히로세 아키'역을 맡았던 그녀는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단번에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아주 감동적으로 본 드라마인데요, 사랑했던 여주인공 히로세가 죽고 세월이 훌쩍 지나, 남자 주인공 '마츠모토 사쿠타로'는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쿠타로의 애잔한 내래이션과 회상신은 눈물 콧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배우들이 아닌 다른 배우들과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었는데 영화에서는 드라마의 감동을 느낄 수 없더라고요. 아무튼 '아야세 하루카' 그녀는 그로부터 2년 후 소설가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백야행'에서 빛과 어둠, 그리고 고통 속의 과거 기억을 가진 여자의 연기를 빛나게 해내었습니다. 백야행은 한국에서도 한석규/손예진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었죠.
제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던 이 영화 <가슴 배구단>은 제목처럼 그렇게 발칙한 영화는 아닙니다. 누구나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있는 어린 소년들의 '호기심'이 주된 내용이에요. '시속 80Km로 달리며 만지는 바람의 느낌은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느낌과 같다'는 어린 아이들의 엉뚱항 상상과 여선생의 가슴을 보고 싶어서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배구를 그것도 배구대회에 나가서 1승을 하겠다며 말도 안되는 결의를 다지는 아이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물론 여선생은 보여줄(?)리가 없겠지만 지네들끼리 불타올라 '전에 없던' 의욕을 불사르며 1승을 향한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붓는 것은 기특합니다.
난생 처음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진심을 다해 올바르게 가르치고 싶은 미카코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한국에서 2편까지 나온 <몽정기>와 느껴지는 감성이 조금 비슷해서 크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약간은 억지스러운 구성과 부드럽지 못한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등장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는 어수선한 장면들로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이 들었던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네요. 하지만, 전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그러면 된거죠.
명대사 - "이 가슴은 나만의 것이 아니야! 이건 모두의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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