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블 방송이나 곰TV, 올레TV 등에서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가 올라왔습니다.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를 연출한 요즘 기대를 받고 있는 감독이죠. 그리고 A급 배우인 하정우와 최근 제대 후 복귀작으로 이 합류한 강동원까지 캐스팅 되어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작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기대는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에 못 미치는 졸작이란 평가를 받으며 실망을 안겨줬었죠. 그와 동시에 <명량>의 개봉으로 내리막을 급격하게 내려와야 했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조선 25대왕 철종 13년, 힘없는 백성에 대한 양반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때, 백성들의 억울함을 바로 잡으려는 의적떼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이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흉년으로 백성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져 가고 있지만,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은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 '조윤(강동원 분)'은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백성들의 땅을 수탈하고 아버지께 바치며 대부호로 거듭납니다. 한편 백정 '도치(하정우 분)'는 조윤의 횡포에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 군도에 합류하게 됩니다. 도치는 조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요?
<군도>는 음악이나 배경, 설정 등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를 떠올릴 만큼 서부극의 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특히, 음악의 경우에는 1967년 작품 <황야의 분노> 주제곡인 'I GiorniDell'ira'를 편곡해 메인테마로 쓰고 있을 정도로 서부극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이 음악은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에도 사용되었었죠. 그런데 황토색 먼지를 날리며 말이 달리고 서부음악이 흘러나오는 조선시대는 뭔가 언발란스 해 보입니다. 윤종빈 감독은 "머리 쓰지 않고 볼 수 있는 순수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었는데요, 그가 애초에 의도했던 상상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건지 잘 알 순 없지만, 분명 이 영화는 감독만의 컬트영화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블록버스터 사극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을 관객들은 느닷없는 서부극에 실망했을 겁니다. 먼지를 가르며 말 달리는 사람들, 서부영화에서 볼 법한 색 바랜 영상, 주인공의 눈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장고>를 오마주한 장면들, 그리고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66년도 작품인 <장고>에서 나왔던 관에서 기관총을 꺼내 악당을 향해 난사하는 장면과 흡사한 뜬금없는 기관총, 거사를 모두 치르고 석양으로 떠나는 주인공의 뒷 모습까지 군도는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스파게티 웨스턴을 향해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들은 또 있습니다. 영화 곳곳에는 온갖 오마주와 패러디, 그리고 클리셰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원작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향수와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겁니다. 또한 전체적인 내러티브(이야기의 개연성)를 고려하지 않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나열은 마치 수준 낮은 만화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포스터를 보면 탐관오리의 수탈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민중들이 봉기하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을 보여줄 것만 같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빈약한 서사의 코믹한 오락영화가 아닙니까. 애초부터 진지한 역사의식을 포함한 영화인 것 같은 뉘앙스로 홍보하지 말고, 감독의 말처럼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홍보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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