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은 대단히 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악몽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과 부모와 남편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똑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여러 이웃국가의 전우와 미망인들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비극의 역사의 한 단면을 같이 겪을 수 있는 전쟁의 잔해인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가볼게요. 이 역사는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겪었던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모두 명심하고 역사를 바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륙작전을 위해 1.4후퇴 후,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평양까지 진군한 UN군과 한국군은 생포한 포로가 너무 많아지자 평양에 포로수용소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수용소를 인천으로 옮겼다가 다시 부산과 거제도 등지로 분산시켰습니다. 그리고 휴전회담이 진행 중일 때 포로들을 거제도로 모두 이동을 시켰는데,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인원은 북한군 포로 15만명과 중공군 2만명 등 모두 17만 3천명의 포로를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여성도 300명이나 있었습니다. 이 당시 거제도에 살고 있는 민간인의 숫자는 10만명 정도였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네요
매표소 뒤에 있는 탱크전시관을 시작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관람은 시작됩니다. 이 곳은 탱크를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전시관 모양만 탱크랍니다. ^^* 참고로 위 탱크는 북한군이 6.25남침의 최선봉에 세웠던 T-34 소련제 탱크군요.
전시관 속에는 한국전쟁에 가담했던 김일성과 이승만을 포함한 각 나라의 수장들과 장군들 이름과 모습을 전시하고 있군요. 전시물들을 보기 전에 이 사태가 누구에 의해 일어났는지 먼저 알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디오라마관은 거제 포로수용소의 배치상황, 생활상, 폭동현장 등, 수용소의 전체 상황을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디오라마'는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말하고, POW는 Prisoner Of War(전쟁포로)를 말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쟁포로들 등 뒤에 P.W라고 적힌 것을 본 적 있으시죠?
입체적인 그림과 조형물들로 당시 이곳의 모습을 대략 짐작할 수 있겠네요. 어수선하고 참담한 역사에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죠?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의 종지부를 찍나 싶었지만, 중국군의 참전으로 UN군은 다시 후퇴를 하게 됩니다. 피난민들은 폭파된 평양의 대동강철교를 타고 건너며, 자유를 향한 필사의 피난길에 오르죠. 당시 끊어진 대동강철교를 건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해서 사망했었습니다. 위 사진은 그 모습을 재현한 작품입니다.
<사진 – 6.25 전쟁 당시, 끊어진 대동강철교의 모습>
헌병 초소가 지켜선 M.P 다리는 포로출입의 유일한 관문입니다. 긴장된 전쟁의 그림자가 휘감고 있는 이곳을 통과하면 포로들의 생활상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COMPOUND#62 관문을 지나면 모든 사람들은 포로관리규약에 의거 모든 행동이 제한됩니다.
포로가 된 '언젠간날고말거야' 찾아보기. ^^*
포로생활관은 제네바협약에 의거하여 전쟁포로의 지위로서 수용소 생활을 영위했던 포로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당시의 사진과 모형, 그리고 영상자료들을 통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포로들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하루 세끼의 식사제공과 형식적인 노동작업, 그리고 자유시간에는 각종 운동, 독서, 목욕, 세탁 등의 개인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실기교육과 교양강좌 시간도 주어지는 등 자율적인 내무생활이 허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네바협약의 규정에 의거한 북한군포로들에 대한 대우는 수용소를 지키고 있는 한국군 경비병보다 더 잘 먹고 잘 입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여, 훗날 수용소 내에서 민주주의, 공산주의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꼴이 되었죠.
전시관을 철모 모양으로 독특하게 만들어 놨군요. 포로사상대립관은 친공포로와 반공포로의 사상대립에 관한 이야기를 매직비젼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대체 뭔지, 이곳에서도 같은 동족끼리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북한측은 북한군 포로들을 강제송환 해달라며 요구했고, 남한측은 포로들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송환을 주장하면서 사상대립은 더욱 심화되게 됩니다. 강제송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친공포로들이 일으킨 폭동과 학살로 2천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사상 때문에 사람마저 스스럼없이 죽이는 정말 몹쓸 역사에요!
이제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을 들어가 볼게요. 이곳은 전쟁과 관련된 각종 기록물과 영상자료 등 실증적인 유적박물관입니다.
복도에서는 전쟁 당시에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군요. 민간인들의 집인 초가집과 포로들의 막사가 묘하게 대비되는 사진이네요.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당시 민간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했을까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사용했던 각종 보급품들이군요. 하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많네요. 반합, 수통, 플래시, 숟가락은 지금도 쓰고 있을 것 같군요.
박물관 한쪽에는 한국/UN군의 무기와 북한/중국군의 무기를 비교 전시하고 있습니다. 작은 태그로 붙어 있는 글과 위에 실제 사용하던 사진을 같이 보며 관람하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거에요.
COMPOUND#78은 포로수용소의 막사와 감시초소, 야전병원, 화장실, 취사장 등 포로들의 생활공간을 재현한 곳입니다. 영화 <흑수선, 2001> 촬영을 여기서 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들을 함께 수용했습니다. 반공이지만 북에 산다는 이유로 인민군으로 끌려가 포로로 잡혀 온 사람도 있었고, 남한에 살았지만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수용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곳에 반공포로와 친공포로를 함께 수용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휴전협정을 하면서 포로 송환 때문에 남북간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모두 같은 북한군 포로들이지만 반공포로들은 북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했고 친공포로들은 북으로 필사적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반공포로는 북으로 돌아가면 죽음을 당하거나 탄광 등으로 강제징집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반공/친공 포로들 간에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하였고, 결국 1952년에는 수용소를 책임지던 도드 준장이 친공포로들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판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었습니다.
막사 내부는 포로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두고 있는데요, 그 당시 사진들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국군에게 생포된 중국군을 담은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이념보다 삶을 이어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전쟁의 참혹한 사진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으니 나머진 직접 보시길 추천합니다.
취사장은 이렇게 생겼었군요. 큰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였나 보네요. 당시 사람들을 상상하며 구경하면 더 재미있답니다.
< 한국전쟁 당시 수용소의 야외 취사장 실제모습>
지금은 터와 입구만 남아있는데, 이곳은 당시 P.X와 무도회장으로 사용되던 곳 이라네요. 이곳에 사용된 대부분의 돌들은 거제시청을 둘러싸고 있었던 조선시대 '고현성'의 벽돌을 가져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한 전쟁이었군요.
여기는 경비대장 집무실, 경비대 막사가 있던 터입니다. 현재는 벽만 남아 있네요. 이런 헌병대 막사유적지는 거제시 고현동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거제도여행 중에 종종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한쪽에는 전쟁에서 사용되었던 장갑차, 전차와 전투기 등을 전시하고 있군요. 그런데 UH-1 헬기와 곡사포 등은 한국전엔 없었고 베트남전에서 사용되었던 무기들이네요.
<사진 – 한국전쟁 당시 죽은 엄마를 부여잡고 우는 아이들>
가끔 주변에서 북한과 "전쟁 한판 뜨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봅니다.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분께 이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쟁은 영화같이 흥미로운 드라마가 아닙니다. 내 부모가 죽고, 내 자식이 죽는 피눈물 나는 지옥입니다. 전쟁의 피해자는 군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민간인입니다. 죽은 엄마를 부여잡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는 것 밖에 없는 이 아이들을 보고도 '전쟁 한판 뜨자'라고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저 아이가 당신의 아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입장료 및 주차요금 : 위 사진 참고
+ 입장시간 : 9시~18시(3월~10월), 9시~17시(11월~2월)
+ 휴관일 : 명절당일, 1,2,3,6,9,10,11,12월 네 번째 월요일(공유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2편의 거제도여행기를 마치며…
거제도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라 구경가볼 만한 곳이 아주 많은 도시입니다. 1박2일로는 섬 전체를 구경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드넓고, 꼭 먹어봐야 할 음식도 참 많은 곳이죠. 부디 제 여행기가 여러분의 거제도여행 코스 잡으시는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고요, 가을날, 가족들과 연인들과 부디 사랑하는 여행 되세요. 우리들의 젊음처럼 아름다운 가을날도 그리 길지 않아요!!!
같이 다녔던 거제도여행코스 (완결)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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