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대부호의 아들이고, 다른 한 쪽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면 이 둘은 공평할까요? 세상은 열등감과 질투로 인한 발전도 있을 테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겁니다. 천재가 느긋하게 세상을 개척하고 있을 때, 이를 질투하고 열등감에 휩싸인 자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천재 작곡가로 칭송 받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는 애초에 살리에르와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에다 돈 많은 부모까지 만나 맘껏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모짜르트를 살리에르는 열등감을 넘어 증오하게 되죠. 어찌 보면 현실의 비극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연유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프레스티지, The Prestige> 또한 열등감과 질투가 부른 몰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영화는 마술 쇼의 황금기였던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합니다. 스포일러 없이 줄거리만 짧게 말씀 드리면, 부유한 상류층에서 태어나 최고의 마술사가 되고 싶어 하는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과 가난한 고아로 태어났지만 마술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앨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은 같은 마술 공연단의 조수 일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보든의 마술에 대한 욕심으로 수중마술에서 앤지어의 아내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둘은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각자의 마술세계를 닦으며 살아가던 어느 날, 보든이 가장 어려운 마술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자, 질투심과 열등감에 휩싸인 앤지어는 비슷한 순간이동 마술을 들고 나옵니다. 하지만 보든의 마술이 더 완벽하다는 것을 아는 앤지어는 보든의 마술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연인이자 조수인 '올리비아(스칼렛 요한슨)'을 첩자로 보냅니다. 이에 상처받은 올리바아는 오히려 보든의 연인이 되고 맙니다. 세계 최고 마술의 비밀을 찾기 위한 이들의 암투는 꽤 흥미로운데요, 결국 질투와 열등감은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갑니다.
마술이 제 아무리 놀랍다고 하더라도 관객은 그 비밀을 알아내려 하지 않습니다. 대중은 오히려 알아봐야 보잘것없을 속임수에 속으며 황홀해하길 기대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보든은 앤지어의 온갖 수작에도 끝까지 자신만의 비법을 지키려고 하죠. 그것은 마술의 비밀이 엄청난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반대로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보잘것없기 때문일 겁니다.
이 영화 속에는 여러 가지 경쟁구도와 질투가 등장합니다. 먼저 마술사 보든과 앤지어, 그리고 보든의 와이프인 사라와 연인 올리비아, 마지막으로 과학자 에디슨과 테슬라가 있습니다. 질투를 넘어서 상대를 증오하게 된 이들은 대부분 몰락의 길을 걷고 맙니다. 특히, 이길 수 없는 천재를 질투하는 앤지어는 보든을 이기기 위해 결국 관객을 속이는 대신 스스로를 속이고 자멸의 길로 접어듭니다. 영화 속에서 '프레스티지'란 마술의 트릭을 말하면서 동시에 신의 위치까지 도달한 마술의 경지를 뜻합니다. 마지막 일어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은 재미있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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