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무게만큼 외면하고 싶은 영화 '제보자'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故노무현 前대통령이 재임했던 지난 2005년, 전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황우석 스캔들'입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그를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위대한 과학자로 치켜세우며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었죠. 하지만, 이후 10년 우리에게 남은 부끄럽고 말 못할 상처는 큽니다. 진실규명 기능을 잃어버린 언론들은 그의 위대한 업적을 밑도 끝도 없이 찬양했고, 그 장단에 놀아난 국민들은 결국 진실이 밝혀질 즘에는 마치 '사소한 실수 또는 오해'인 것처럼 모두가 애써 모른 체 하려고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제보자>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사건은 실화지만 구성은 극적 긴장과 재미를 위해 허구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한국대학교 이장환 교수(이경영 분)는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며 세계적인 과학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이 교수는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내가 낫게 해주겠노라고 희망을 불어 넣습니다. 이에 전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인과 청와대까지 모두 그의 편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국 'PD추적' 윤민철 피디(박해일 분)에게 줄기세포 연구는 가짜라는 제보가 날아듭니다. 제보자는 이장환 교수 밑에서 연구하던 심민호 팀장(유연석 분)인데, 증거는 없지만 자신이 연구팀장으로 있으면서 한 번도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두고 윤민철 피디는 국익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진실이 곧 국익이라는 국장의 말에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국민과 정치, 언론까지 이장환 박사를 옹호하는 철옹성 같은 신드롬을 그는 넘어설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학자들을 경악하게 한 황우석 스캔들이 전모를 들어내자 입안이 씁쓸해집니다. 어쩌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도 국민들은 희망이 꺼지는 것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희망이라도 보일라 치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불치병환자와 가족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단한 기술이라며 그를 치켜세우는 언론과 그 장단에 놀아나는 국민들의 헛된 희망을 깨기 위해 당시 MBC <PD수첩>의 한학수PD의 고뇌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몰두하는 대한민국의 민 낯을 그대로 드러낸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황우석 박사가 하던 연구는 다른 과학자를 통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 것이 어떻게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진정한 '과학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이 되었습니다.

 

인간은 수면 위로 불편한 진실이 떠오를라 치면, 항상 눌러 놓을 것인지, 만 천하에 들어낼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진실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니까요. 만약 나라면 선뜻 소매를 걷어 부치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려고 했을까? 란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같은 상황에 놓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의 무게 만큼이나 등을 돌려 외면하려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하지만 언제까지 눌러 놓을 순 없습니다. 반드시 매우 불편한 자세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올 텐데요, 영화 <제보자>는 10년 전의 사건을 통해 여러분에게 다시 묻습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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