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 1편과 2편의 감독을 맡았던 '존 파브로' 감독이 이번엔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아메리칸 셰프, Chef>에서 그는 '칼 캐스퍼'란 이름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로 등장합니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활동을 해왔었는데요, 아이언맨 1, 2편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지만 2편이 1편보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3편에선 연출대신 조연으로 출연을 했었죠. 어디 그뿐입니까? <어벤져스> 또한 존 파브로의 손에서 시작되었으니 그의 영화에 대한 감각은 두 말하면 입 아픕니다. 이런 그의 주연 연기는 어떨지 정말 궁금해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뚜렷한 음식 철학을 가지고 있는 '칼 캐스퍼(존 파브로 분)'는 가족보다 요리에만 몰두하다 아내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 분)'에게 이혼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여전히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자부심이 대단한 요리사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 분)'의 마음도 몰라주는 대책 없는 아빱니다. 어느 날, 음식평론가이자 푸드 블로거인 '램지(올리버 플랫 분)'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만)'와 그에게 내 놓을 음식 메뉴를 두고 다투다 결국 사장의 요구대로 음식을 만들었지만 '창의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고 맙니다.
이에 격분한 칼은 트위터로 욕설을 보내는데, 온라인에서 칼과 램지의 싸움은 핫이슈로 등극하게 됩니다. 결국 칼은 레스토랑을 관두게 되는데, 아무리 일류 요리사라 손 치더라도 이런 사고를 친 셰프가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그는 아내 이네즈의 제안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푸드트럭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칼은 마이애미에 사는 이네즈의 전 남편인 '마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에게 푸드트럭 한 대를 얻어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기로 하는데요, 그간 소원했던 아들과 함께 LA까지 푸드트럭을 가져 오면서 칼은 일류 요리사의 자리에서는 느끼지 못한 행복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음식을 혹평했던 '앙숙' 평론가 램지가 푸드트럭을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성숙하지 못한 주인공이 시련을 견디며 결국 성공에 이르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만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은 작품으로 보일 수 있는데요,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구석도 제법 갖추고 있습니다. 요리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답게 평소 우리가 맛볼 수 없었던 다양한 요리들이 등장하고, 그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손놀림과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 그리고 음식을 입에서 한 입 베어 물 때의 소리와 향기까지 스크린 밖으로 전해지는 것 같은 생동감이 넘실댑니다. 달궈진 치즈가 녹아 내리고 바삭하게 구워진 빵을 깨물며 새어 나오는 소리는 식욕을 여간 자극하는 게 아닙니다.
<아메리칸 셰프>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메인 디쉬를 색다른 양념을 첨가한 사이드 디쉬로 완성도를 높였는데요, 쿠바식 샌드위치와 텍사스 바베큐, 그리고 뉴올리언스 베녜 등 칼 부자가 다니면서 먹는 다양한 요리는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라틴음악과 함께 맛있게 버무려집니다. 특히, 영화 속에는 한국음식인 고추장과 주꾸미볶음도 등장하는데요, 이 영화의 요리자문을 한국계 요리사인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입니다. 엔딩 크레딧 끝무렵에 존 파브로가 로이에게 샌드위치 굽는 법을 배우는 장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빛내주는 또 다른 양념에는 특급 헐리우드 스타들이 있는데요, 레스토랑 사장으로 나온 더스틴 호프만, 웨이트리스인 스칼렛 요한슨, 칼의 와이프 소피아 베르가라, 소피아의 전 남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출연해서 최고급 조미료를 듬뿍듬뿍 쳐주고 있습니다. 구태하고 새삼스런 이야기를 참 맛있게도 꾸며놓은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 주의 - 이 영화를 감상하면 식욕이 심하게 땡기는 부작용이 있음.
✔ 댓글이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