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쪽 끝 구례 오미리에는 대한민국의 3대 명당자리로 알려진 곳에 있는 고택 '운조루(雲鳥樓)'가 있습니다. 운조루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인데요, 오미동 유씨 집안의 사랑채 당호이지만 지금은 집 전체를 운조루라 부릅니다. 호남지방 양반가의 대표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집은 유이주(柳邇冑)란 사람이 지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유이주는 낙안군수와 삼수부사를 지낸 무관입니다. 99칸(현재는 70여칸)짜리의 이 집은 일본의 풍수지리학자이자 일제 강점기시절 한국의 민속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남겼던 ‘무라야마 지준’의 글에도 소개될 만큼 널리 알려진 명당 중의 명당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입구에는 깊이 파낸 연못이 자리하고 있고 뒤로는 지리산 노고단의 옥녀가 형제봉에서 놀다 금가락지를 떨어뜨리는 금환낙지(金環落地)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이곳에 집을 지으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높디 높은 솟을대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입구에 할아버지 한 분이 입장권을 팔고 있는데요, 거스름돈을 잘 안 주시려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이곳을 가실 분들은 꼭 천 원짜리 잔돈으로 준비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솟을대문 좌우로 늘어선 행랑채는 우측에 7칸, 좌측에 11칸 이렇게 총18칸이나 되는데요, 규모만 보더라도 그 옛날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행랑채는 대분 옆으로 붙어 있는 방인데요, 남자 노비들이 머물던 공간과 창고로 이용되었습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사랑채인데요, 오른쪽이 아랫사랑이고 왼쪽이 큰사랑채(운조루)입니다.
운조루가 지금까지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조선 후기 양반가의 건축양식을 충실히 따른 역사적인 유산으로서도 훌륭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집을 짓는 데만 꼬박 7년이 걸렸다고 하니, 당시로선 대규모 공사였을 겁니다.
안채로 들어가려는데 고양이가 비를 피해 마루 밑에 숨어 있군요. 거기서 뭐하냐옹~
약 240년 전에 지어진 이 집은 그때의 흔적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만 번도 더 열고 닫았을 것 같은 문짝도 그때 그대로이고,
사랑채와 안채를 잇는 나무문은 240년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습니다.
동그랗게 생긴 이것은 ‘타인능해(他人能解)’란 글이 새겨진 쌀독입니다. ‘누구든 이 쌀독을 열 수 있다.’라는 뜻인데요, 흉년이 들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쌀독을 열어 구제했다고 합니다. 아래 타인능해라고 적힌 나무판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구멍에 꽂혀있던 나무 작대기를 돌리면 다른 한 개의 구멍에서 쌀이 쏟아져 나오는 구조입니다. 안타깝게도 여기 꽂혀 있던 나무는 누가 훔쳐갔다고 하네요.
이곳이 안채입니다. 사각형 모양으로 건물이 빙 둘러 있고 가운데는 사각형 모양으로 하늘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최근까지 안주인이 이곳에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살고 계신진 모르겠네요.
안채에도 ‘운조루’란 편액이 걸려있군요.
제비가 지붕아래 집을 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요? 안채에만 두 개의 제비집이 있더군요.
안채의 좌우로는 2층으로 된 집이 붙어 있는데요, 사진의 왼쪽 2층에는 웃어른이 생활하는 공간이고, 보이지 않는 오른쪽의 2층에는 아이들과 며느리들이 쉬는 공간이었다고 하네요. 마당 끝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장독대가 정답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허술하고, 현대인의 눈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문 하나, 빛 한줄기조차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한 곳도 없습니다.
외곽의 담벼락은 땅의 높낮이에 따라 그대로 올라가며 층을 이루고 있는데요, 겹겹이 쌓아 올린 형태로 공간적인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운조루는 건축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하던 살림살이까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구례여행에서 다른 볼거리도 많습니다만, 대한민국 3대 명당자리에서 좋은 기를 듬뿍 받고 가시길 바랄게요.
+ 입장료 : 어른 1,000원, 학생 700원, 어린이 무료. (명절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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