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 많은 짬뽕 맛집 중에는 ‘전국5대짬뽕’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물론 공증된 기관의 자료가 아닌 맛집을 취재한 블로거나 기자의 개인적인 소개입니다만, 대중들에게도 대체적으로 맛 평가가 좋아 그 명성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곳이라 하겠습니다. 전국 5대 짬뽕은 군산의 복성루, 강릉의 교동반점, 송탄(평택)의 영빈루, 대구의 진흥반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공주의 동해원입니다. 공주에 왔으니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짬뽕 맛을 안 볼 수가 없겠죠?
사실 저는 전국5대짬뽕을 모두 먹어보았는데요, 특징은 일단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맛집답게 늘 줄 서서 먹어야 하고 가게가 하나같이 작고 낡아 허름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동해원은 현대적이며 깔끔하고 규모가 컸는데요, 동해원도 시골 할머니 집처럼 소박했는데 원래 있던 자리가 재개발되면서 지금의 곳으로 옮겨 새로 크게 지었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찾은 평일 낮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으나 규모가 커져 10분 정도만 기다리고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님 중에 외지에서 온 여행자는 저밖에 없고 나머진 모두 지역 회사원들과 주민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식당은 지역주민들에겐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동해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딱 4시간만 영업을 합니다. 점심시간만 영업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유롭게 저녁식사로 먹어야지 했다가는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할 거에요. 그래서 더욱 먹는 이로 하여금 애타게 만드네요.
새로 지은 건물이라 매장은 크고 깔끔했는데요, 이 큰 식당을 손님으로 꽉 차고도 밖에서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방에도 자리가 많고, 홀에도 자리가 많아 금방금방 자리가 나서 저도 사람이 많았는데도 10분만에 자리에 앉았습니다.
전국5대짬뽕집의 메뉴들은 대부분 간단했는데요, 심지어 짬뽕 딸랑 하나만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동해원은 짜장면도 있길래 짬뽕과 짜장면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10여분을 기다리니 짬뽕이 먼저 나왔습니다. 국물 색깔이 유난히 빨간 것이 매운 기운이 확 느껴지는데요, 하루에 딱 4시간만 맛볼 수 있는 짬뽕의 맛이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전국 5대짬뽕의 특징은 국물 맛이 보통의 중국집과는 색달라 좋았었는데요, 동해원의 국물도 첫 맛은 아주 맵습니다. 기침이 콜록콜록 나올 정도로… 그런데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해서 먹다 보며 매운지 모르게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동네 짬뽕은 홍합, 오징어, 새우 등 주로 해물로 시원한 맛을 내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곳 짬뽕은 일단 첫 맛은 진하고 뒷맛은 깔끔합니다. 자세히 맛을 보니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들어 있어 고기 국물의 고소함과 오징어 특유 시원함이 동시에 맛이 납니다. 게다가 호박, 양배추, 양파, 부추 등 볶으면 단맛이 나는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자꾸 떠먹게 되는 마약과 같은 약간 쌉싸름하고 달콤한 국물이었어요.
두 번째로 면발의 맛을 보니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기계면입니다. 그러나 국물에 불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인공 글루텐을 섞어 부자연스럽게 쫄깃한 일반 면하고는 다릅니다. 면 요리답게 적당히 쫄깃하면서 국물에 불은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국물에 불지 않은 면발은 국물과 어우러지지 않고 각각 따로 씹히는데 국물을 적당히 흡수해 불은 면발은 국물과 잘 어우러지는 특징이 있죠. 동해원의 면이 그래서 더욱 맛있었습니다.
짬뽕맛집에서 파는 짜장면의 맛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곳은 짬뽕이 매우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만의 고유한 비법은 짜장면에 있다는 소문이 있어 호기심에 주문해봤습니다.
고소한 춘장과 함께 고기, 호박, 양파, 양배추 등 단맛이 나는 채소를 볶아 소스에서도 단맛이 났는데요, 보통은 설탕을 추가하는데 설탕의 단맛보다는 채소의 단맛이 많이 나서 좋습니다. 게다가 재료의 식감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오래 전에 소스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스에서 신선함이 느껴져요.
짬뽕과 같이 통통하게 불은 부드러운 면은 식감이 좋고, 소스를 넉넉히 부어 입안 가득 고소함을 느끼며 부드럽게 씹혀 맛이 좋습니다. 보통의 중국집과는 단맛이 약간 달라서 입맛에 따라 싫어할 수 있으나 제 입맛에는 짬뽕보다 더 맛있었던 짜짱면입니다. 짬뽕맛집에서 짜장면이 더 맛있다니 이거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동해원은 1973년에 개업하여 40여년동안 운영해온 맛집인데요, 옛 간판을 보니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옛날엔 간판을 나무로 저렇게 세로로 많이 달았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짬뽕은 집에서 전화 한 통으로 맛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동해원의 그것은 전국적으로 그 맛이 유명하면 더욱이 하루 딱 4시간만 영업해 여행자들에겐 맛보기 귀한 짬뽕입니다. 진하고 묵직한 첫 맛과 개운한 뒷맛이 좋은 짬뽕은 동네 배달짬뽕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으니 공주를 방문한다면 맛봐야 할 음식으로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론 짜장면이 더 맛있었어요!
+ 영업시간 및 휴무 : 오전 11시~오후 3시, 일요일 휴무
공주여행기 4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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