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도 이천과 같이 쌀이 유명하여 한정식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관광객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한 한정식집인 ‘나랏님’에 조금 실망해서 이번에는 여주 현지인에게 사랑 받는 맛집을 찾았습니다. 누가 그랬죠, 세상에서 가장 화날 때가 맛 없는 음식 먹고 배부를 때라고요. 딱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보배네는 어떨까 궁금하네요. 그런데 대부분 현지인들이 추천한 식당들은 실패하는 경우가 없더라고요. 자, 들어가 볼까요?
보배네는 여주시 오금동에 위치해 있는데요, 한적한 시골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어 밤에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큰 길가에는 반짝이는 간판 같은 것도 없고요, 그냥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몸을 맡기고 숲 속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고 어둡고 조용해서 정말 식당이 있을까 잘못 찾은 게 아닐까 걱정을 할 때쯤 많은 차들이 주차된 식당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는데 주차된 차가 많은 것을 보고 음식 맛이 얼마나 좋길래~ 기대가 되었어요.
식당 입구의 모습인데요. 음식점 같지 않고 그냥 농사짓는 시골집 같습니다.
가게 들어서니 큰 방이 여러 개로 나뉜 식당인데요, 보배네가 여주에서 20년 가까이 영업을 해왔다는데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는 옛집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벽의 사진을 자세히 보니 MBC, SBS, KBS 모든 방송국의 다양한 프로에 맛집을 소개된 사진이 많았는데요, TV에 나왔다고 모두 맛있는 집은 아니지만 아무튼 소박하지만 내공이 있는 맛집으로 보이네요.
메뉴판을 볼까요… 보배네 대표메뉴는 만두인데요, 떡만두국과 장맛이 궁금하여 보리밥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둘 다 6천원으로 동일합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숭늉이 나왔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전기밥솥에 밥을 지어 숭늉이나 누룽지를 먹기 힘든데요, 오랜만에 구수한 숭늉을 마시고 있으니 어릴 적 살던 집이 생각나서 잠시 감성에 젖게 되네요. 옛날엔 생수가 없으니 숭늉 아니면 보리차였죠.
동치미, 김치, 깍두기의 간단한 밑반찬과 만두를 찍어 먹는 양념간장이 나왔습니다. 반찬 맛은 할머니 손맛을 닮아 소박하고 아주 좋았어요. 특히 동치미가 시원하면서 사이다처럼 톡 쏘는 게 제대로 익었더군요. 동치미 그릇은 30년전 외할머니 댁에서 봤던 모습인데요, 지금 구순이 넘으셨는데 지금도 이 그릇을 가지고 있으신가 몰라요.
첫 번째로 나온 보리밥입니다. 인상 좋은 주인아주머님이 밥은 모자라면 얼마든 더 주시겠다는 인심 좋은 말씀을 하시며, 보리와 쌀을 섞은 밥과 다섯 가지 나물, 강된장, 고추장을 차려주셨습니다.
보리밥 한 그릇에 담아 비벼먹을 양도 많고 종류 다양합니다. 적당히 삶은 나물은 식감이 부드럽게 살아있고 간도 간간하니 적당하네요.
가장 맛이 궁금했던 강된장인데요, 집에서 만든 듯 달지 않고 짠맛이 강하지만 아주 구수했어요.
보리밥에 나물과 강된장, 고추장, 참기름을 적당히 넣고 쓱쓱 비벼봅시다~
보리비빔밥은 사실 음식 자체가 소박하고 단순해서 화려한 맛을 내지는 않죠. 그런데 보배네 보리밥은 잘 지은 보리밥에 적당히 삶아 요리한 나물, 구수한 집된장이 잘 어우러진 굉장히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1인분 19.000원자리 식사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습니다.
이건 맑고 뽀얀 것이 마치 우유? 막걸리? 같지요? 비빔밥과 함께 먹으라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주신 콩국수용 국물입니다. 콩국수는 여름에만 판매하는 계절메뉴인데요, 국물이 걸쭉하게 진한 것이 아주 고소하고 맛이 깔끔했어요. 맛이 좋아 다음에 콩국수를 먹으러 한번 더 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주인장의 손맛이 제대로네요.
그리고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떡 만둣국입니다. 고기뼈를 우린 진한 육수에 김치만두, 떡이 넉넉하게 들어 있는데요, 특히 육수가 고기 맛이 진하면서 잡내없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이렇게 진한 국물의 만둣국은 또 처음이네요. 굿입니다.
떡을 썰은 단면이 평평하지 않고 두껍고 비뚤 빼뚤 한 것을 보니 마트에서 사온 떡이 아니라 직접 가래떡을 칼로 썬 모양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떡보다 두꺼워서 질척거리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좋네요.
이게 보배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김치만두입니다. 쫄깃한 만두피에 속이 꽉 찬 김치만두인데요, 김치가 많이 들었는데 짜지 않고 아삭하고 맛있었습니다. 이천, 여주, 광주 여행에서 모든 식당을 다 합쳐 이곳이 최고로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네요.
여주사람들은 보배네를 여주의 보배라고 할 정도로 사랑한다죠. 음식 메뉴나 맛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하며 손맛이 좋은 맛집이었습니다. 또한 인심도 좋아 양도 푸짐하고 가격은 저렴해서 맛있고 부담 없는 한끼 식사로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6편 계속...
같이 다녔던 광주, 이천, 여주 여행코스 (연재중)
1. 세계최대 도자기축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편 : 본색(本色)
2. 세계최대 도자기축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편 : 이색(異色)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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