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안동 하회, 경남은 산청 '남사예담촌' | 산청 가볼만한곳

예로부터 '경북의 안동 하회, 경남의 산청 남사'란 말이 있습니다. 양반들이 모여 살던 전통한옥마을 중에서도 경남지역에선 산청 남사예담촌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마을의 규모나 자연적인 조건은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훨씬 크고 강이 굽어 돌아가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남사예담촌은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수 백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아름드리 나무와 함께 자리 잡은 오래 된 기와집들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정답습니다. 더우기 입장료나 셔틀버스, 나룻뱃삯이나 주차료 같이 움직일 때마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업적인 냄새 또한 찾아볼 수 없어 더 정이 많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한 바퀴 휘~ 둘러볼게요.

 

한산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이 곳이 마을 중심부네요.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좌, 우, 정면으로 기와집과 키 큰 나무들이 들어서 있는데, '남사'는 지명이고 '예담촌'이란 '옛 담'을 뜻합니다.

 

 

 

 

 

 

먼저 최씨고가(崔氏古家)로 갑니다. 기와를 머리에 올린 담장에 담쟁이들이 타고 올랐네요. 멋집니다. 한국의 한옥마을 중에서도 지체 높은 양반들의 고택의 입구는 한 번에 달려 들어갈 수 없도록 골목을 항상 꺾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골목을 꺾어 돌면 산청 남사리 최씨고가를 만납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고택들은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거나, 게스트하우스나 고택체험 숙소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냥 관광용으로 만들어 놓은 집은 없고 모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만 있습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니 사랑채가 바로 보입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과 마당에 총총 심어 놓은 나무가 참 잘 어울리네요. 사랑채 양쪽으론 문이 하나씩 나있는데,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면 안채로 바로 들어가게 되고, 왼쪽문으로 들어가면 ㄱ자 모양의 담으로 차단되어 있어 안채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따라 남녀 생활공간을 확실히 구분하는 모습인데, 이런 형태는 남부지방의 전통적인 사대부 한옥의 구조입니다.

 

 

 

 

 

 

담장 사이로 노란 들꽃이 올라왔어요. 바람 소리만 들리는 좁은 골목 분위기가 참 좋네요.

 

 

 

 

 

 

이 마을의 담장은 모두 마을 옆으로 흐르고 있는 남사천에서 가져온 강돌로 쌓은 담입니다. 아래는 큰 돌로, 위로 갈 수록 작은 돌을 쌓아 올리고 흙을 발라 만들었네요.

 

 

 

 

 

 

골목을 돌아 어느 집 마당에 있던 개님. 피 흘리는 것 같이 흘러내리는 빨간색 '개조심' 문구가 섬뜩하네요. 그런데 강아지는 순하네요.

 

 

 

 

 

 

이씨고택으로 가는 길목에는 독특한 모습을 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 두 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넘었는데요, X형태로 자란 부부나무인데 나무 아래로 걸어가면 금실이 좋은 부부로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있어요.

 

 

 

 

 

 

 

경남의 담장이나 집 마당엔 이 '목단꽃'을 심어놓은 곳이 많군요. 부모님이 사시는 거제도에도 이 꽃이 많이 피어 있더라고요. 근데 목단꽃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네, 맞습니다. 화투 6월 '김지미꽃'이라 부르는 그 꽃이에요.

 

 

 

 

 

홋, 이 나무는 또 뭔가요! 사양정사 앞을 지나는데, 어마무시하게 생긴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어요. 이 감나무는 수령이 700년이 넘었답니다. 고려말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기리기 위해 심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에요. 산청 곶감의 원조가 이 나무라고 하던데, 지금도 가을에 감이 열립니다.

 

 

 

 

 

 

남사예담촌에서 솟을대문이 가장 높은 것 같았던 정씨고가. 수많은 고택들을 다녀 봤지만 이렇게 대문이 높은 곳은 처음 봅니다. 양 옆으로 뻣은 행랑채의 높이 또한 상당히 높네요. 솟을대문의 높이로 집주인의 지체를 가늠할 수 있는데, 대체 어떤 분이 살았는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양정사' 한말의 유학자 정제용의 아들 정덕영이 선친을 추모하기 위해 1920년대에 지었다고 하네요. 가로 7칸 크기의 큰 집은 잘 없는데, 경제력이 대단했나 봅니다.

 

 

 

 

 

 

이곳은 지금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한옥스테이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하룻밤 숙박료는 5만~6만원 정도 하더라고요. 뒤편으로 현대식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데, 조식도 줍니다.

 

 

 

 

 

 

사양정사 오른쪽으로 난 문 앞에 어마어마한 배롱나무가 한 그루 서 있군요. 이 나무는 수령이 120년이나 되었답니다. 다른 이름으로 '백일홍'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나무는 항상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라는 마음에서 심었다고 하네요.

 

 

 

 

 

 

우물가에선 지금도 물을 퍼 쓸 수 있나 봅니다. 여름에 이곳에 하룻밤 묵으면서 등목도 해보고 싶네요. ^^* 실제 이곳에는 주인장 할머니가 한 분 살고 계시던데 강아지와 티격태격 하시면서 밭 일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어딜 둘러 봐도 큰 나무들은 모두 수령이 수 백 년이 되었어요. 이 나무는 단풍나무인데 220년 되었다네요. 덕분에 이곳 가을 풍경이 엄청나게 궁금해집니다.

 

 

 

 

 

 

유지 관리하기 힘들어 요즘은 전통가옥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절에도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찾아 오는 손님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지리산 초입의 이 작은 마을에 유난히 정이 깊이 들었습니다. 강돌로 쌓아 올린 담벼락 너머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산청여행을 가시거나 주변 여행지를 탐색하고 계신다면 남사예담촌 꼭 들러보세요. 담벼락에 하트 뿅뿅 달 거에요!

 

 

<찾아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