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근대문화유산여행,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서울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몇 일 전 보여드렸던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도보여행' 글에서 가볼만한 열 곳을 보여드렸습니다. 앞으로 그 열 곳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사진과 함께 보여드릴텐데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에요.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광복이후 우리 근대문화유산이 어떤 변화가 있었고, 어떤 문화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조금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정동길은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 답게, 궁궐 주변으로 수많은 근대유산이 산재해 있습니다. 서울지하철 시청역에 내리면 걸어서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이고, 모든 시설물은 입장료가 없는 무료관람이 가능한 곳들이 많아요. 7월에는 모든 궁궐 또한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아름아름 엮어서 함께 둘러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을 먼저 둘러볼께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1922년 일제강점기에 공사를 시작해서 4년만인 1926년에 완공된 서양식 근대건축물입니다. 처음 성당을 설계했던 영국인 건축가 '아더 딕슨'은 십자가 모양으로 건축하려 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십자가 모양의 건축물은 지을 수가 없어 양쪽 날개를 없앤 채 일자형으로 미완성의 모습으로 건축되었습니다. 훗날 1993년에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원설계도를 발견했는데, 다시 확장 재공사를 해서 미완성의 70년을 깨고 1996년에 완성된 십자가 모양의 성당으로 완성이 됩니다.

 

 

 

 

 

 

 

 

 

 

 

성당 건물을 자세히 보면 서양인에 의해 설계된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에다 한국의 전통건축양식이 섞여 있는 독특한 건물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지붕에는 대들보와 서까래를 올리고 그 위로 흙과 기와를 올린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어요. 외벽은 화강석과 적벽돌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예스런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축물이네요.

 

 

 

 

 

 

한쪽 면만 보더라도 건축물이 장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데칼코마니처럼 반대도 똑같이 생겼으니까요. 서양식 건축물에 기와를 올린 모습이 독특하네요.

 

 

 

 

 

 

반대도 이렇게 똑같이 생겼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서울주교좌성당은 항상 문이 열려있는 곳이었어요. 가끔 이곳을 찾는데 문이 닫혀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일제시대 때부터 사용하던 오래된 의자들 냄새도 좋고, 건물 양쪽으로 흐르는 12개의 기둥들도 멋스럽습니다. 이 열 두 기둥은 성경에 나오는 열 두 사도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렌즈가 광각이 아니라 기둥 두 개는 화각 밖으로 나가버렸네요. 세어 보고 "12개가 아닌데?" 라는 분이 꼭 계실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

 

 

 

 

 

 

십자가 가장 윗 부분엔 예수그리스도 모자이크상이 있고, 반대편 십자가 가장 바닥 부분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하고 있네요. 가끔 연주하는 학생이 있던데, 은은한 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요. 신부님 설명으로는 1450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시던데, 규모도 규모지만 음색이 미려합니다.

 

 

 

 

 

 

다른 성당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붕의 구조에요. 대들보와 서까래로 지붕을 씌웠네요. 늘어뜨린 조명도 참 예스럽습니다. 이 조명은 일제시대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성당 가장 깊은 곳 제단에는 예수그리스도의 모자이크상이 빛을 내뿜으며 있습니다. 건축물 구조에서 십자가 꼭대기 방향으로 걸어갈 수록 점점 더 숙연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성당 벽에는 건물이 지어지던 시절부터 있던 오래된 그림과 사진들도 곳곳에 전시하고 있는데 마치 오래된 박물관을 구경하는 느낌입니다.

 

 

 

 

 

 

정면 그림의 상단은 예수그리스가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아래는 왼쪽부터 성 스테파노, 성 사도요한, 성모 마리아, 성 이사야, 성 니콜라스의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네요.

 

 

 

 

 

 

십자가의 좌/우측 부분에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작은 창문이 나 있어요. 명동성당 같은 대규모 성당이 아니라 웅장함은 없지만, 작지만 기품이 있습니다. 좁은 곳으로 빛이 세어들어오는 게 참 아름다웠어요.

 

 

 

 

 

 

제 친구 중엔 교회 담임목사도 있고, 스님도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 관심이 참 많아서 가끔 종교인들과 비판도하고 토론도 많이 하는데, 제 속엔 종교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딱히 다니는 곳은 없어도 누가 들을지 모르는 방향 없는 기도는 종종 하니까요.

 

 

 

 

 

 

"나는 세상의 빛이다."

 

 

 

 

 

 

서울주교좌성당 십자가 아랫부분에는 오래된 기와집이 하나 있어요. 이 집에는 현재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가 살고 있는데, 이 건물이 6.10 민주항쟁의 본거지였던 곳입니다. 6.10 민주항쟁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테타로 정권을 빼앗고, 그 권력을 놓기 싫어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정권처럼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사건이죠.

 

아무튼, 종교가 있든 없든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여행을 하고 싶으시다면, 앞으로 올라가는 글을 따라 천천히 돌아보시길 추천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꼭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픈 이야기가 되었든, 기쁜 이야기가 되었든...

 

 

3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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