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근대문화유산 도보탐방 '구세군 역사박물관' | 서울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도보탐방 네 번째로 구세군중앙회관에 있는 '구세군 역사박물관'으로 가보겠습니다. 한국에 구세군이 언제 처음 들어온지 아시나요? 바로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되고 3년 후인 1908년 10월 1일 영국인 선교사인 '허가두(Roboert Hoggard)'가 서울에 들어옴으로서 시작되었습니다. 영국이름은 로버트 호가드인데, 한국 이름을 영어발음 '호가드'와 유사하게 '허가두'라고 지어서 사용했어요. 한국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방송하는 로버트 할리의 한국이름이 '하일'라 부르는 것과 같은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 보겠습니다.

 

정동교회가 있는 사거리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난 오르막을 3백미터 정도 걸어가면 목적지인 구세군 중앙회관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에 서양 대사관들이 많아 경계는 삼엄하지만 자동차가 적어 오히려 걸어 다니기엔 참 좋은 길이에요.

 

 

 

 

 

 

언덕을 살포시 넘으니 곧바로 구세군중앙회관 건물이 보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첫 느낌이 '뭔가 이야기가 있는 건물이구나...'란 생각이 들거에요.

 

 

 

 

 

 

이 건물은 1908년 한국에 구세군이 처음 들어온 이후, 구세군 사관 양성과 선교활동을 위해 일제강점기인 1928년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당시 1층은 사무실로 2층은 예배당으로 사용했었는데, 외관이 좌우대칭으로 안정감이 있네요. 건물 뒤편으로는 증축해서 이어붙인 건물이 하나 있지만 앞 쪽으로는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건물 왼쪽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구세군역사박물관이 있어요.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구세군이 한국에 들어와서 당시 일제의 핍박 속에 못 먹고 못 입는 사람들을 돕는 수 많은 일들을 했어요. 그런데 자선남비는 언제 처음 등장한지 아세요? 바로 1928년 12월 겨울이었습니다. 태평양전쟁 준비를 위해 한국에 대한 수탈이 극에 달해 있을 때죠.

 

 

 

 

 

박물관 안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30여평의 작은 공간에는 구세군과 관련된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사관원들이 사용했던 악기와 도구들, 사진과 각종 기록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핍박받는 한국인에 대한 그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이 두분이 구세군을 창설한 부스 부부입니다. 왼쪽이 윌리엄 부스, 오른쪽이 그의 부인 캐서린 부스에요. 윌리엄은 영국의 감리교 목사였는데, 캐나다와 미국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그 돈으로 한국에 구세군중앙회 건물을 지은 겁니다. 이곳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군대"라는 군대식 명칭을 달고 구세군사관학교를 창설하고 인재를 키웠어요. 한때 일본에 의해 구세군활동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었지만, 지금까지 그 명맥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건 사관들이 사용했던 손글씨 성경책입니다. 당시 한글 성경책이 없어서 모두 번역해서 이렇게 손글씨로 써서 읽었나 보네요. 그 정성이 대단합니다.

 

 

 

 

 

 

여기는 당시 구세군 한국 사관들의 생활을 재현한 곳입니다. 1926년에 한국 사관들은 외국인 사관들과 비교해 차별대우를 받는 것을 규탄하는 이른바 '구세군 분규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70여명의 사관들이 면직 등의 처분으로 어려운 생활에 직면했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던 그분들이 더 어렵게 생활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구세군의 생활은 헌신과 봉사의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본격적인 지배로 인해 한국인의 삶은 그야말로 핍절했던 시기였죠. 이 시기에 한국인의 삶 깊숙히 들어와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며 그들을 채워줬을 겁니다. 지금도 이들은 하나님을 섬기며 여전히 묵묵하게 이웃을 돕고 사랑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정동길 지나가시면 꼭 한 번들러서 천원짜리 한 장이라도 넣어두고 오시길 바랍니다.

 

 

5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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