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은 근대 서구 열강의 공사관이 밀집해 있던 곳인데, 그들의 패권 다툼으로 한국은 세계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역사의 중심지입니다. 188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교회 예배당인 정동교회(정동 제일교회)는 근대 건축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본 교회당은 1897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서구 열강의 공사관과 근대교육의 중심지였던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인접해 있는 곳으로 서양의 문화가 한국으로 유입되는 중심지였다는 건축 외적인 의미도 깊은 곳입니다. 한국의 개신교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오랜 역사의 교회 예배당, 같이 들어가 보실까요?
가수 이문세의 '광화문연가'에서 나오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이라는 가사는 정동교회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몇 백미터 걸어 올라오면 길이 갈라지는 사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곳인데,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규모는 그리 큰 교회는 아니에요. 하지만 세월의 흔적 만큼이나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붉은 벽돌 사이로 난 아치형 창문들, 그리고 창문 사이를 매꾸고 있는 하얀 창살은 고풍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고딕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뾰족한 첨탑 대신 삼각형의 박공지붕이 올라가 한국의 정서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교회 안마당에는 가운데로 교회 100주년 기념탑과 왼 쪽으로는 정동제일교회를 처음 세운 아펜젤러 선교사와 오른 쪽으로는 한국인 최초의 담임 목사였던 최병헌 목사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어요. 미국 감리교의 선교사인 아펜젤러는 1885년 한국땅을 처음 밟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세우고 이곳에 교회도 세웠죠. 처음 한국에 들어 왔을 땐 천주교 박해도 있었고 기독교가 낯선 서양의 종교로 인식돼서 선교가 쉽지 않아 교육으로 간접적인 선교활동을 하려고 했나 봅니다. 물론 당시 정부에서는 복음사업을 공식 승인해주지도 않았죠.
예배가 없는 날인지 교회 문이 잠겨 있어 관리인에게 부탁해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생각보다 내부는 넓은 모습이네요.
지금은 널찍한 건물에서 예배를 보고 있지만, 아펜젤러가 처음 사용한 예배당은 한옥 한 채를 구입해서 시작했어요. 이 건물은 1897년 한국의 건축가 심의석이란 분이 시공을 맡아 건축한 건물입니다. 훗날 대한제국의 국권이 상실되고 일제강점기 시절이 도래하면서 이곳에서는 비밀리에 독립선언문이 등사되는 등 항일 활동의 거점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내부는 오래된 의자들이 줄지어 서있고, 정면으로는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어요. 저 파이프오르간은 1918년에 설치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설치된 겁니다. 저 파이프오르간에 얽힌 역사가 하나 있는데, 3.1운동 때 일본 헌병에게 쫓기던 유관순 열사가 저 오르간 뒤에 숨어 있었던 적도 있었다네요.
이제 교회를 나와 정동길을 조금 걸어 보겠습니다. 양쪽으로 아름드리 나무가 길게 뻣어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길이었어요. 이 길은 제가 애틋하게 봤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인우(이병헌)와 태희(故이은주)가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만난 장소이기도 하죠.
길 한쪽으로 아무런 푯말 없이 덩그러니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이 건물은 구.신아일보사 별관 건물입니다. 일제의 수탈이 극에 달했던 1930년에 지어진 건물인데요, 민간 건축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건물입니다. 외부 붉은 벽돌은 중국 상하이에서 가져온 걸로 치장했는데, 일제시대 파란만장했던 한국의 역사와 함께 1980년대 신국부의 언론기관 통폐합 조치로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으로 흡수통폐합 되면서 그 역사를 마감하게 됩니다. 지금은 여러 업체가 입주한 민간 사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근대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정동교회와 신아기념관을 통해 한국교회의 역사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근대 역사를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면 정동길을 걸어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6편 계속...
같이 다녔던 정동길 근대역사문화 도보탐방 코스 (연재중)
[국내여행/수도권] - 정동길 도보여행에서 만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문화유산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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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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