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 서울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70-80년대 광화문 근처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남학생들에겐 배재고등학교가 선망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언덕 아래로 이화여고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점심시간이면 담벼락에 고개를 쭈삣 내밀고 여고생들을 훔쳐보던 남학생들이 심심찮게 많았을 거에요. 오늘은 배재중, 배재고, 배재대학교의 전신인 배재학당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건물의 보존 상태나 전시물이 꽤나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자, 들어가 볼까요?

 

학당 건물이 지금도 아주 훌륭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배재학당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근대교육이 시작된 곳입니다. 1885년 미국 감리교 목사인 아펜젤러는 선교의 목적으로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한옥 한 채를 사서 시작했는데, 2년 후인 1887년에 최초의 서양식 벽돌양옥을 짓고 본격적으로 학생 모집을 시작합니다.

 

 

 

 

 

 

오래 전 사용하던 학교 종이 지금도 매달려 있네요.

 

 

 

 

 

 

입구로 들어서니 아펜젤러의 사진이 걸려 있군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는 설립 이듬 해인 1886년에 '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는 현판을 하사했는데,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학문을 배우는 곳'이란 뜻입니다.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박물관으로는 1층과 2층을 할애하고 있어요. 이곳의 영문 이름이 'Appenzeller/Noble Memorial Museum'인 이유는 설립자인 아펜젤러와 교사로 재임했던 '윌리엄 아서 노블'을 기념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화학당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당시 교실을 재현해 두고 있네요. 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나오는데, 영상 없는 사진을 찍었군요. ㅎㅎㅎ 교단 오른쪽으로는 교복과 모자가 몇 벌 준비되어 있던데,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1930년대 영어수업 시간인가 봅니다. 까만 교복을 입고 까까머리를 한 학생들이 은근 귀여워요.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신 고인이 되셨을텐데, 귀엽다는 표현을 써서 좀 죄송하네요. ^^*

 

 

 

 

 

 

보존 상태가 아주 좋은 저 현판이 고종이 직접 하사한 현판 실물입니다.

 

 

 

 

 

 

역사가 깊다 하더라도, 요즘 사람들은 '배재'하면 떠오르는 게 연애인과 운동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학교 정도 일거에요. 그런데 이 학교 출신은 한극 근현대사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소설가 나도향, 시인 김소월, 한글학자 주시경, 독립운동가 지청천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죠.

 

 

 

 

 

 

전시관 내부 관리도 아주 깔끔하게 잘 되어 있군요.

 

 

1922년 졸업장이군요. 아펜젤러가 교장이던 시기의 졸업장입니다. 90년이 넘었네요.

 

 

 

 

 

 

전시관 바닥에 뭔가 반짝이는 글자가 있는데, 가만 보니 1890년도에 제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학칙인 배재학당 규칙입니다. '학자금이 없는 이는 일자리를 주고 제 힘으로 벌어서 쓰게 한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드네요. 한 번 읽어보세요. 재미있는 내용이 좀 있습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금뱃지로 국회의원의 지위를 말하고 있지만, 옛날에도 뱃지가 직위나 서열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 학교 근처에도 못가고 농사일만 하던 민초들이 훨씬 더 많았던 시절에, 이 뱃지를 달고 다니는 학생들은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2층으로 올라오니 아펜젤러 선교사와 노블 선생이 사용하던 물건이나 일기장 같은 것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이 책상은 실제 아펜젤러 교장이 사용하단 책상과 타자기에요. 보관상태가 아주 좋군요.

 

 

 

 

 

 

영어로 깨알같이 적어내린 이 수첩은 아펜젤러의 친필 일기장입니다. 대한제국이 몰락하고 일제강점기가 도래하던 시기에 한국이란 나라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테니 귀중한 역사적 자료인 것 같습니다.

 

 

 

 

 

 

이 공책은 노블 선생의 일기와 종이인형입니다. 노랑머리의 자신의 딸과 까만 머리의 동양인 인형인 것 보니 딸의 한국인 친구인가 봅니다.

 

 

 

 

 

 

이곳에서는 배재교지나 졸업앨범, 배재와 관련된 문서를 구경할 수 있네요.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책상에 딱 맞는 크기로 책을 넣어 두었군요. 책장을 넘길 순 없지만 앉아서 구경할 수 있는 건 좋네요.

 

 

 

 

 

 

무료 역사박물관 치고는 시설이 꽤 잘 되어 있어요. 이곳은 뭐라고 해야하나, 프로젝터 시청각실? 아무튼 프로젝터가 담벼락 사방으로 그림을 쏘고 있어요. 이게 신기하게도 사람을 따라다니며 가상현실처럼 보여줍니다. 바닥에 정동길에 지도가 있는데, 그곳으로 걸어가면 이렇게 움직이는 동영상을 보여주더군요. 당시로 내가 들어가 살아 있는 조선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9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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