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충무로의 티켓파워 있는 배우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주연으로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연으로는 조진웅, 오달수, 이경영. 언뜻 이름만 들어도 "이 영화 천만 들겠는데?"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개봉 첫날 득달같이 달려가서 영화를 보았습죠.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거의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다들 저와 같은 기대를 하고 모였나 봅니다. 이 영화가 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이유는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도 한 몫을 했을 겁니다. 등장인물은 최감독 기존의 영화와 겹치는 부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캐릭터의 색깔 또한 다를 것이란 기대로 극장에 찾게 됩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에 대한 저항활동을 벌이던 시절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조선의 주둔군 사령관인 카와구치 마모루와 그에게 딱 달라붙어 민족의 피를 빨아 먹고 개인의 영달만 꾀하는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기 위해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그리고 폭탄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경성으로 파견합니다. 한편 김구(김홍파)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벌이는 염석진(이정재)은 이 세 명의 뒤를 따르는데, 설상가상 누군가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은 살인청부업자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와 영감(오달수)까지 이들의 뒤를 뒤쫓습니다.

 

 

 

 

최동훈 감독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군투사, 일본군, 친일파, 살인청부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흩어졌다가 일부가 다시 모이고, 그리고 다시 흩어졌다 모두가 만나는 캐릭터의 운영은 시기적절하고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이런 특징은 전작인 <도둑들>에서도 잘 알 수 있었죠. 이번 영화 <암살>에서는 한국인 누구에나 상처로 남아 있는 사건을 가지고 자칫 무겁고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톡톡 튀는 자신만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감독은 도전 보다 안전함을 택한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관객들이 안전하게 감동으로 귀결되는 종합선물세트 플롯들을 빼곡히 채워넣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 개인의 영달만 꾀하는 배신자, 예쁜 비련의 여주인공, 그러다 사랑에 빠지려하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지만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들, 차가 폭발하고 뒤집히고,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주인공들, 또한 이런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코믹하고 엉뚱한 캐릭터. 그러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시대적인 화두. 이런 내용들은 아마도 우리가 보았던 대부분의 액션드라마 장르에선 다 들어맞을 수 있는 익숙한 구성입니다.

 

그리고 영화 대부분의 구성이 집단의 의식이 담겨있는 서사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런닝타임 139분간 다소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초반에 보여주었던 반전 요소와 입체감 있는 캐릭터의 운용은 후반으로 갈수록 그 힘을 잃는 모습입니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군상들과 목숨을 버리더라도 신념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심리적인 표현은 제법 잘 빠졌습니다만, 느린 속도감과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는 연출방식에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놓지 못한 건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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