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국보와 보물이 가장 많은 사찰 '실상사' | 남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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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 지리산 자락인 산내면에는 ‘실상사(實相寺)’란 사찰이 있습니다. 신라 말기에는 사상계를 주도한 아홉 갈래의 대표적 승려 집단 ‘구산선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 바로 이곳이에요. 실상사에서 파생된 작은 암자인 약수암과 백장암이 근처에 있는데, 이곳의 문화재들을 다 포함하면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이 있습니다. 보이는 대부분이 모두 보물이리만치 단일 사찰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죠. 어떤 풍경이 있나 들어가 볼까요~

 

 

실상사는 독특하게 개천 옆 평지에 위치해 있어요. 한국에는 강변에 위치한 사찰이 정말 드뭅니다. 1천년 전부터 강변에 있으면서 계속 사격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사찰로 남아 있는 곳은 여주의 신륵사 하나밖에 안 남아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밀양의 무봉사나, 부여의 고란사, 공주의 영은사도 있긴 하지만, 전쟁으로 원찰이 불타 없어져서 훗날 원찰에 딸린 작은 암자가 사찰로 승격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튼, 해탈교를 지나 절간으로 들어가 볼게요. 일주문이 별도로 없던데 이 다리를 일주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해탈교 양쪽 끝단에는 돌장승이 총 세 기가 서 있어요. 원래는 출입구에 두 기가 마주 보고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어 있었는데, 한 기는 홍수에 떠내려가고 없어졌다고 하네요. 높이가 3m 정도 되는 제법 큰 돌장승인데 보물이 가득한 절집을 노리는 잡귀들이 무서워서 도망갈만합니다.

 

 

 

 

 

 

전 전국의 사찰을 그렇게 많이 다녔지만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사찰 중에서 전쟁통에 불타버리지 않은 곳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곳도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모두 불타버리고 그렇게 근 100년이 지나서 숙종 때 와서야 다시 중창되었습니다. 근데 조선말에 와서 방화로 다시 모조리 불타벼려 이제는 10여채의 건물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타깝네요. 천왕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경내 구경을 해보겠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눈에 띄는 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일기도단’ 입니다. 희생자 수만큼 노란 깃발이 꽂혀 있는데, 참 마음이 무겁네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절 마당에는 삼측석탑 두 기가 나란히 서 있고, 뒤로는 석등과 보광전이 차례로 서 있습니다. 이런 형태는 이전 글에서도 많이 보셨을 거에요. 전형적인 1금당 쌍탑의 가람배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도 경내 정비를 한창 하고 있던데, 훗날에는 좀 더 단정한 사찰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보광전 앞에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동탑과 서탑은 모습이 거의 흡사합니다. 통일신라 때 세워진 이 탑들은 실상사를 처음 세우면서 같이 만든 건데요, 전체적인 모습이 경쾌한 아름다움이 넘칩니다. 현재 국내에서 상단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있는 탑은 거의 없는데 모두 신라시대의 것 그대로라고 하네요. 대단합니다. 현재 보물 제3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실상사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매화 향기가 저 멀리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하게 나네요.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여러 봉우리들에 둘러 쌓인 평지에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조금 색다릅니다. 보통 일주문, 사천왕문, 해탈문, 불이문 등을 통과할 때마다 오르막이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뭔가 허전하기도 한 느낌입니다.

 

 

 

 

 

 

이 탑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네요. 석등은 탑과 마찬가지로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인데, 독특하게도 석등 앞에 돌계단이 있어요. 이런 석등은 본 적이 없는데, 스님께 여쭤보니 석등에 불을 켤 때 올라가는 계단 용도라고 하시던데, 국내에서 계단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석등이라고 합니다. 캬~ 멋지네요. 이것도 보물 제35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 격인 보광전은 넓은 기단 위에 또 하나의 작은 기단 바닥을 만들어 세운 작은 건물이에요. 정면/측면 각 3칸 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규모네요. 그리고 다른 전각들과 달리 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아 수수한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보광전 오른편에는 약사전이 있어요. 경내 건물 중에서 우리가 자주 보던 조선중기의 격식을 갖춘 건물은 이 약사전입니다. 건물이 조금 새것으로 보이는데, 근래에 다시 보수를 한 모양입니다. 보수를 할 때 다른 곳은 썩은 나무를 교체했는데, 꽃 창살문만은 아직 옛 것 그대롭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약사전 안에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철불이 앉아 있군요. 이 불상은 원래는 들판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겼다고 해요. 나라에 좋은 일이 있으면 이마에서 땀을 흘리는 영험한 불상이라고 하던데, 이 사찰에서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약사여래부처는 아픈 곳을 낮게 해주고, 현실 세상의 고통을 덜게 해준다는 부처님인데, 집안에 이런 우환이 있다면 절 세번 꾸벅 해보세요. 현재 보물 제4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제 보광전 왼쪽으로 한번 가볼게요. 이곳에는 극락전이 있는데 그 앞에 비석과 탑이 하나씩 서 있어요. 어디를 둘러봐도 죄다 보물입니다. 이건 통일신라 때 세워진 ‘수철화상탑과 탑비’인데 신라 수철스님의 일생을 기리고 그의 행적을 적어 놓았다고 하네요. 탑비에는 글이 다 지워져 지금은 알아볼 수는 없어요. 현재 각각 보물 제33호와 제3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실상사를 처음 창건하신 분은 홍척스님이란 분이에요. 아까 위에 말씀드렸던 수철스님은 이분의 제자였고요. 위의 ‘증각대사탑과 탑비’ 또한 홍척스님의 일생을 기리고 그의 업적을 적어 두었습니다. ‘증각’은 스님이 돌아가시고 임금이 내린 칭호입니다. 탑의 자태가 정말 아름답네요. 그런데 아쉽게도 아래 거북이가 지고 있는 건 비석의 머리에요. 몸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위에 있던 머리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 각각 현재 보물 제38호와 제3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바닥 돌에 연꽃 무늬를 밟으며 이제 국보를 만나러 갈 차례인가요? 국보는 이곳에 없고 근처 백장암이란 암자에 있어요. 여기서 건너편 산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되니 한번 가보겠습니다.

 

 

 

 

 

 

실상사에서 차로 약 5km 정도를 달리면 수청산 중턱에 백장암(百丈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로 오르는 산길은 제법 높지만 고요하고 구불구불 길이 다채로워 지루한 줄 모릅니다. 이곳은 대웅전과 칠성각, 산신각, 요사채 등 몇 개의 건물만 있는 작은 암자인데, 대웅전 앞 잔디밭에는 옛 절터가 남아 있어요. 그 규모로 보아 옛날에는 제법 큰 암자였나 봅니다. 뒤로 수청산이 감싸고 있고 경내를 대나무 밭으로 둘러 쌓여 아늑한 느낌이 드네요.

 

 

 

 

 

 

두둥~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탑과 석등이 서 있습니다. 둘 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석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별로 줄지 않고, 탑신에는 다양한 인물상을 화려하게 조각해 뒀습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매우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석탑은 실상사 보광전 앞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작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단아한 것이 아름답네요. 삼층석탑과 석등은 각각 국보 제10호와 보물 제40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실상사에는 제가 오늘 보여드린 것 이외에도 보물이 몇 개가 더 있는데 건물 안에 있는데다 법당에 불이 꺼져 있어 사진에 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눈으로는 충분히 구경하고 올 수 있는 곳이니 남원여행에서 꼭 찾아 보세요.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사찰로는 국보와 보물이 가장 많은 곳이니 문화재 찾는 재미도 있을 거에요. 추천합니다.

 

+ 입장료(실상사) : 어른 1,5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800원 (백장암 무료)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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