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1세대가 60년 동안 영업한 중국집 '원해루' | 진해맛집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진해 중앙 로터리에는 군항마을이란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이 많은 곳이 있어요. 그 골목에서 60년째 중국집 영업을 하고 있는 ‘원해루’란 곳이 있습니다. 1656년에 문을 연 원해루는 화교1세대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식당인데요. 대만의 장제스 총통이 한국에 왔을 때 식사를 하기도 했던 곳이에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2> 촬영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맛은 어떤지 들어가 볼까요?

 

군항마을에 있는 다른 건물은 대부분 1910년에서 1920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이 많은데, 이 건물은 비교적 현대인 1949년에 지어졌습니다. 당시는 이 곳이 온통 일제시대 건물만 들어서 있던 시절이라, 일본풍 적산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띄고 있네요.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입구에 작은 홀이 있고, 안으로는 방이 여러 개 있어요. 옛날에는 조선시대 주막처럼 식당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숙박업소를 겸했던 곳이 많았는데, 이곳도 그랬었나 봅니다. 방 높이가 바닥에서 한참 올라간 걸 보니 바닥에는 모두 온돌이 깔려 있었나 보네요.

 

 

 

 

 

 

메뉴판 정말 예스럽네요. 제가 어릴 적 중국집은 전부 저런 메뉴판을 달고 있었어요. 아무튼 원해루는 짜장면이 맛있기로 유명한 집입니다. 진해에서 군생활을 한 군인들은 누구나 한 그릇씩 먹어봤을 거에요. 그 명성이 TV프로 수요미식회에 소개될 정도인데요. 그래서 저도 간짜장 한 그릇과 군만두 하나를 주문하고 비가 와서 쌀쌀하기도 하고 해서 따뜻한 국물요리 ‘고추짬뽕’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순서대로 6천원, 5천원, 7천원입니다.

 

 

 

 

 

 

중국집은 원래 음식이 주문과 동시에 나오잖아요? 여기는 손님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조금 걸려 고추짬뽕이 나왔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세수대야만한 그릇에 가득 담아 나온 양에 놀랐습니다. 일반 종이컵이 소주잔처럼 보일 정도로 큰 그릇에 넘칠 정도로 푸짐하게 담아 나왔네요.

 

 

 

 

 

 

그런데 이렇게 큰 그릇에 담는 이유가 있습니다. 건더기가 큼직하고 많으며 다양하게 들어 있어요. 버섯, 파프리카, 호박, 죽순 등 다양한 채소가 밥숟가락만하게 큼직한 것이 먹어도 먹어도 줄지않고요.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도 손가락 굵기로 크고 살이 꽉 찬 것들로 제법 들어있습니다. 인상이 강했던 재료에 비해 면은 적당히 쫄깃하고 적당히 굵은 평범한 짬뽕의 면입니다.

 

 

 

 

 

 

짬뽕의 생명은 국물! 그러나 나오자 마자 떠먹은 국물 맛은 조금 싱거운 맛이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물 맛이 밍숭맹숭해요. 마치 주방장이 소금 넣은 것을 깜빡한 듯한 맛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고추짬봉을 주문한 현지인분들은 아주 맛있게 드신다는 거죠. 다시 맛을 보고 이상하다 싶어 테이블에 놓여있는 간장을 2숟가락 넣으니 그제서야 맛이 납니다. 아마도 현지인분들 입맛에 맞춘게 아닌가 싶은데요. 타도시사람인 제 입맛에는 싱거웠으나 간장을 섞으니 잘 만든 짬뽕 국물 맛이 됩니다. 닭 육수를 사용했는지 깊은 맛이 나지만 해물과 채소를 듬뿍 넣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짬뽕 다음으로 나온 군만두입니다. 중국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냉동만두도 아니고 만두피도 직접 손으로 빚은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손으로 빚은 만두피를 좋아해서 사진 찍는 순간에도 군침이 돌아 참기 힘듭니다. ^^*

 

 

 

 

 

만두 속은 부추와 고기가 주로 씹히는 것으로 짬뽕처럼 간이 심심합니다. 초간장에 찍어야 간이 딱 맞습니다. 냉동 만두피는 튀기면 과자처럼 바삭하게 되는데요. 손으로 빚어 두툼한 만두피는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맛이란 게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듯 원해루를 유명하게 만든 ‘간짜장면’이 가장 나중에 나왔습니다. 경상도의 짜장면에는 반숙 달걀을 올려주는게 특징입니다.

 

 

 

 

 

 

일반 짜장면은 볶은 춘장에 녹말 물을 풀어 넣지만 간짜장 녹말을 풀지 않아 진한 맛이 특징인데요. 볶은 춘장의 고소한 향이 솔솔 풍겨 입맛을 자극합니다. 짬뽕의 속 재료가 푸짐했듯이 간짜장도 양파, 양배추, 고기, 부추 등을 아낌없이 춘장에 볶네요.

 

 

 

 

 

 

소스를 넣고 쓱쓱 비벼 한입 먹으니 첫 맛은 맛있습니다. 춘장을 잘 볶아서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함이 수준급이네요. 동네 중국집은 짜장 소스에 설탕을 많이 넣어 뒷맛이 단데요. 원해루의 간짜장에는 단맛이 없어서 춘장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그 쌉싸름한 춘장 맛과 반숙의 달걀이 부드럽게 중화시켜 주는데 그 궁합이 좋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역사를 가진 중국집에서 한번 먹어본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부러 이것을 먹기 위해 찾아갈 맛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맛이 없는 식당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길들여진 짜장의 단맛이 없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고, 춘장의 고소한 맛은 훌륭했지만 면발이나 재료가 평범해서 호불호가 제법 갈릴 수 있겠네요. 아무튼, 한번쯤 체험은 해보세요. ^^*

 

 

진해여행코스 9편 계속...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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