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구시가지(올드타운)는 15세기~19세기에 걸쳐 동남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지였어요. 덕분에 이곳에는 동양과 서양의 양식이 모두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물들이 많고, 그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구시가지는 걸어서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충분히 알찬 하루여행이 될 수 있는 곳이지만, 특별히 의미있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유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지난 편에서 보여드렸던 5개의 표가 있는 입장권을 구매해야지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입장료는 12만동(6천원)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총 23곳의 유료관람지가 있는데, 5개의 표만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서 구경해야해요. 그런데 겉만 봐서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도리가 없는데, 처음 온 관광객은 어떤 곳을 선택해야할 지 막막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모두 돌아보고 준비했습니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다른 곳들은 제외하고 그나마 입장권 하나를 소모해서라도 한번 쯤은 볼만한 곳들로 일곱 곤 정도만 추려 소개합니다. 이 중에서는 입장권이 필요없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자세한 위치는 지도에 표시해서 가장 아래 첨부했느니 찾기 쉬울 겁니다. 팔로팔로미~
1. 풍흥 고가(Nha Co Phung Hung)
먼저 매표소에서 300미터 정도 들어오면 지붕 덮인 일본인 다리가 보이는데, 바로 왼쪽으로 2층으로 된 풍흥고가가 보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뭔가 일본스럽기도하고, 중국스럽기도하고 그러네요. 이 건물은 230년 이상된 2층 목조 가옥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양식이 조화로운 건축물이었어요.
대부분의 건축물은 공통적으로 중앙에는 2층이 뚫린 정원겸 응접실이 있다는 겁니다. 여기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가셔도 좋습니다. 고가구들이 인상적이네요.
여기가 2층입니다. 마치 어느 중국 무협영화에서 본 건물 같지요?
근데 2층 바닥에 1층으로 뚫린 이건 무슨 용도였을까요? 가이드가 베트남 억양의 영어로 이야기를 해주던데 잘 못알아 들어 뭔진 모르겠네요. 뭔가 물건을 오르내린 구멍 같습니다.
2층에는 조성의 위패를 모신 제단도 있고 발코니도 있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어 좋네요.
2. 지붕 덮인 일본인 다리(Cau Nhat Ban)
이 다리는 1590년대 일본인이 자신들의 거주지와 중국인들의 거주지를 연결하기 위해 지은 다리에요. 왼쪽이 일본인이 거주했고 오른쪽에는 중국인이 거주했습니다. 마치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은 지붕 장식이 멋지네요. 밤에는 불을 밝히는데 야경 담기에도 참 좋은 곳이죠.
다리 중간에는 유료 관람지가 하나 있는데요. 날씨를 관장하는 신을 모시는 작은 사당입니다. 크게 볼 거리가 없는 곳이라 이곳은 바깥에서만 구경하시길 추천합니다.
3. 꽝지에우 회관(Hoi Quan Quang Trieul)
광둥성 지역 출신의 상인들을 위해 1885년 건축된 회관인데 베트남 건축양식에 중국 광둥성 양식이 더해진 곳입니다.
안으로 들어오면 중국인들에게는 신념의 상징이자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는 관우 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어요. 관우가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나 도원결의 벽화 등이 눈에 띕니다.
4. 떤끼 고가(Nha Co Tan ky)
떤끼 고가는 호이안에서 18세기 저택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인데, 현재 7대 후손이 살고 있는 집이에요.
서양인들도 패키지여행을 많이 다니나 봅니다. 우루루 와서 5분 있다 우루루 다 나가버리네요. 아무튼 이곳은 베트남과 일본, 중국의 건축요소들이 잘 조화되어 있는 건축물인데, 보존상태가 정말 좋아 조금 놀랐던 곳입니다.
내부에는 중국풍의 화려한 고가구들과 섬세한 장식들이 꽤 볼만한 곳이었어요. 한쪽 벽면에는 홍수가 나서 집이 잠겼을 때 그 높이와 날짜를 적어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1급 고가이자 베트남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5. 꽌탕 고가(Hna Co Quan Thang)
꽌땅 고가는 17세기 중국 상인의 집인데, 호이안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단층 건물입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거실이 있고, 하늘이 뚫린 작은 정원을 지나면 주방과 침실 등의 공간이 있습니다. 집 가운데가 하늘이 뚫려 있어 비가 오면 독립된 공간에서 비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멋지네요.
이 집도 마찬가지로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에요. 입장료를 받고 들어온 손님이라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웃으며 잘 대해주시네요. 여긴 주방인데 나무를 때어 밥을 하나봐요. 그리고 베트남 노점상들도 모두 가스를 쓰지 않고 모두 나무 때어 조리하더라고요.
6. 도자기 무역 박물관(Bao Tang Gom Su Mau Dich)
베트남 호이안은 실크로드 덕분에 무역이 활발했었는데, 실크로도 유명한 도시지만 사실 가장 많은 교역량은 도자기였어요. 이곳은 14세기 이래 베트남을 중심으로 이집트와 일본, 중국 등지로 오간 도자기의 무역 경로와 당시의 도자기 268점을 전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자기 박물관이지만 개인적으론 다른 많은 고가보다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건물 자체가 더 볼만한 곳이었습니다.
도자기들과 당시 무역에 관한 전시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도자기도 인상적인 것들이 많으니 찬찬히 둘러보세요.
가끔 차도 한잔씩 대접해 주기도 하니, 운 좋으면 따끈한 차도 마셔볼 수 있답니다.
수백 년이 지난 다른 건축물보다 비교적 100년이 조금 넘은 건물이라 그런지 제 눈엔 박물관 건물이 조금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사실 도자기 보다 건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2층 발코니로 나와 보는 풍경도 참 멋지죠? 그런데 중국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관광오셨나봐요. 시클로가 끝도 없이 아주머니를 테우고 지나가네요. 이게 더 볼만한데요? ㅎㅎㅎㅎ
7. 푹끼엔 회관(Hoi Quan Phuc Kien)
푹끼엔 회관은 구시가에 자리하고 있는 중국 회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중국 복건성 출신 상인들을 위해 마련한 회관인데 여러 차례 재건축 되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폭풍으로부터 선원들을 보호하는 여신 티엔허우를 모시고 있었는데, 티엔허우를 기리는 중국 배 모형을 비롯해 여러 벽화와 조각상, 그리고 예쁜 건축물 옆으로 정원이 있어 볼거리가 조금 있는 곳이네요.
근데 어떻게 찾아가지?
♥ : 매표소
① : 풍흥 고가
② : 지붕 덮인 일본인 다리
③ : 꽝지에우 회관
④ : 떤끼 고가
⑤ : 꽌탕 고가
⑥ : 도자기 무역 박물관
⑦ : 푹끼엔 회관
위 지도에 방금 제가 보여드린 일곱 곳의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빨간색 하트는 매표소가 있는 위치이니 저곳부터 시작해서 길따라 줄줄 걸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이외에도 다른 곳들을 대부분 들어가 봤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거나 식당으로 사용되는 곳이라 구경보다는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별로 추천드리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 취향이긴 한데 아마 다들 얼추 비슷할거라 생각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재미난 호이안 산책 되세요~
21편 '겁나 맛있는 호이안 맛집 누이터리' 계속...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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