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노출은 이 영화의 본질이 아니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영화 마니아라면 쌍수 들고 반길 만합니다. 늘 그랬듯이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어떤 이는 과도한 노출과 동성애 정사 장면으로 보기 거북했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화려하고 몽환적인 그 장면들이 너무 좋았다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그녀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니 명작으로 보이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호불호는 박 감독이 여배우 모집할 때, 애초에 '노출 수위 협의 불가'라고 못 박고 오디션을 봤다는 것에서도 노출이 대충 어느 정도의 수위인지 짐작할 만합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인 '핑거스미스'를 읽은 관객이라면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그 장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단순히 노출이나 동성애, 파격 베드신 같은 것이 전부인 그냥 '야한 영화'는 아닙니다.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까지 된 작품이니 작품성은 담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총 4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어릴 적 부모와 이모까지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손에 자란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 그녀를 엄격하게 가르치고 보호(?)하고 있는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 분). 히데코의 돈을 가로채려 하녀로 위장 취업한 숙희(김태리 분). 이런 사기행각을 총괄 기획한 사기꾼 백작(하정우 분). 주요 인물 네 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숙희는 히데코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자 사기꾼 백작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깁니다. 그리고 놀라운 두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생략할게요.)

 

 

 

 

 

 

'아가씨'는 총 3부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시퀀스가 연결되는 방식이 색다릅니다. 1부는 숙희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2부는 히데코를 중심으로 그리다가 어느 순간 1부와 만나게 됩니다. 3부는 그 이후 결말로 치닫습니다. 1부와 2부가 교차되는 이유는 여러 번의 반전의 이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요, 동일 시간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해석이 등장합니다. 극 중 인물들이 서로의 뒤통수를 치고, 이 과정에서 관객도 뒤통수도 여러 차례 얻어맞습니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2부가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속임수를 눈치 챌 수는 있지만,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기는 재미난 구좁니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동성 간의 정사 장면은 낯설지만 외설적이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그 장면만을 떼 내어 이야기를 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녀들의 격한 정신적 교감과 그 감정선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단순히 '눈요기'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변태적이고 퇴폐적인 성애와 대비되어 그 장면들은 더욱 빛납니다. 그러기에 '아가씨'는 노출이 이 영화의 본질이 아닙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들의 몸을 단순히 성적 콘텐츠만으로 소비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랬듯, 작품의 미술, 음악, 연기, 연출 뭐 하나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코우즈키 대저택의 서제에서 히데코는 늘 책을 읽는데, 그 활자들이 상상으로 바뀌고, 또 그 상상들이 현실의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1부, 2부, 3부가 거듭되면서 완전히 다른 케릭터로 변화하는 김민희의 압도적인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박찬욱표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얼라들은 가라.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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