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19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1949년에 와서야 독립 국가가 되었어요. 그래서 베트남에는 프랑스 문화가 아직 사회 전반에 걸쳐 남아 있습니다. 건축물이나 생활문화도 그렇지만, 특히 음식문화는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반미'라는 음식은 쌀로 만든 바게트 빵에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베트남만의 독특한 음식인데요. 유럽 식민 문화가 아직 잔존하고 있어 그런지, 쌀로 만든 빵이라 그런지 아무튼 베트남은 빵이 굉장히 맛있는 곳이었습니다. 호텔에서 나오는 빵도 그렇고 길거리에서 사먹는 빵들도 웬만하면 다 맛있어요. 그 중에 호이안 3대 반미라 부르는 피반미, 반미프엉, 마담칸, 이 세곳을 모두 먹어봤습니다.
1. 피반미(PHI BANH MI)
먼저 피반미(PHI BANH MI)입니다. 이곳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지만 서양인들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곳이에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맛집 5위인가 그럴 겁니다.
정확한 위치는 구글지도에서 일단 확인해 보시고요. 호이안 신투어리스트(신카페)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실크빌리지 호텔에서도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오호~ 피반미에는 한국어 메뉴판이 있어요! 한국 여행자가 놀러왔다 맛있어서 A4지에 하나 적어주고 갔나 봅니다. 한글 메뉴판이 이렇게 편한 건 줄 몰랐네요. 주문하는 게 먹는 것 보다 훨씬 쉬워요! 주인장에게 제일 인기있는 반미가 뭐냐고 여쭤보니 '베트남 스타일 샌드위치'라고 그래서 그걸로 하나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5,000동(750원)으로 매우 저렴하네요.
쌀로 만든 바게트 빵 안에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야채, 그리고 파파야, 고수 등이 들어 있는 샌드위치네요. 한국인들은 매콤한 걸 좋아한다며 매콤한 소스를 바닥에 조금 뿌려주셨어요. 별 것 안들었지만 맛은 굉장히 좋은 곳이었습니다. 먹을 땐 특별히 감동을 안받았는데, 밤에 배고파지면 제일 먼저 생각나실 겁니다. ㅎㅎㅎ
2. 반미프엉(BANH MI PHUONG)
이곳은 호이안 올드타운 큰 길에 위치한 반미프엉입니다. 밤에 찾아갔었는데 줄을 서서 주문하고 있군요. 베트남에서 줄 서서 음식 사먹어 보긴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외국인만 있나 싶었는데 베트남 현지인도 줄을 서 있더라고요. 앞에 헬멧 쓴 베트남 친구에게 뭐가 맛있냐고 물어봐서 하나 주문했습니다.
반미프엉 위치는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올드타운 바로 위 큰 길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긴 피반미보다 대체적으로 5천동씩 비싸네요. 베트남 친구가 추천해준 건 메뉴의 3번 'BREAD MIXED'였어요. 가격도 제일 비싸네요. 25,000동(1,250원)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소고기, 돼지고기, 채소, 달걀 등을 빵 속에 끊임없이 넣어 줍니다. 옆에서 만드는과정을 봤는데 재료를 굉장히 많이 넣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비싼 가 봅니다. 그래 봐야 250원 비싼 거지만 ㅎㅎㅎ
속 재료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냐면 한 입에 베어 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 있어요. 이거 하나만 먹으면 배가 완전 빵빵해질 정도로 양도 많고 맛도 굉장히 좋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간도 적당하고 고기가 저렇게 많이 들어 있는데 웬만해선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3. 마담 칸(MADAM KHANH)
이곳은 반미의 여왕(Banh Mi Queen)이라는 카피를 내 걸었을 정도로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칸(KHANH)' 할머니와 그녀의 딸이 운영하는 반미집입니다.
호이안이 그리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오늘 보신 세 곳의 반미집은 모두 걸어서 가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습니다. 마담칸 위치는 위 지도에서 확인해 보시고요.
이날은 시간이 조금 있어 가게 안에서 먹기로 결정! 이곳은 반미 메뉴가 딱 하나 밖에 없어서 뭘 주문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오면 매운 소스를 조금 넣어줄까 물어봅니다. 넣으면 훨씬 더 맛있어집니다. 가격은 2만동(1천원)입니다.
마담 칸의 특징은 빵을 불에 구워 준다는 거에요. 이렇게 불에 구워주니 따뜻하고 맛도 구수해지고, 또 베어 물기도 참 편하더라고요.
하나는 매운 소스를 넣고 다른 하나는 매운 걸 넣지 않고 주문해봤어요.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는 조금 매콤한 맛이 들어 있는 게 훨씬 더 맛있네요. 그렇다고 막 매운 건 아니고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도는 정돕니다.
와이프는 반미프엉의 것이 제일 맛있었다고 하던데, 저는 마담 칸의 반미가 더 맛있더라고요. 바게트를 숯불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따뜻한게 큰 매력입니다. 잘게 다진 소고기에 닭고기, 달걀, 양파, 오이, 깻잎 등이 들어 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누가 뺏어 먹을까 끝까지 단숨에 먹어 치우게 될 겁니다.
4. 먹으면 안되는 국제공항의 반미
호치민공항에도 있었고 후에 공항에도 있었는데, 공항에는 여행객들의 간단한 요기를 위해 프랜차이즈 반미 가게가 있어요. 그런데 공항에서 파는 반미는 먹을 게 못됩니다. 빵도 맛이 없는데다 속에 든 게 고기가 아니고, 우리나라 '천하장사' 같은 허접한 소세지 하나에 미원 맛이 강하게 나는 소스를 조금 뿌려주더라고요. 베트남에서 먹어 본 음식 중에 가장 최악이 공항의 이것이었어요. 다른 곳은 괜찮나 싶어 먹어봐도 똑같았습니다. 가격은 베트남에서 먹은 것들 중 가장 비싼 35,000동(1,750원)입니다.
공항을 빠져나와 길거리에서 나무에 불지펴 구워 파는 반미가 훨씬 더 맛있습니다. 길거리는 10,000동~15,000동(500원~750원) 정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길거리 떡볶이는 언제나 맛나듯이 이것도 길거리 것이 맛있어요. 물론 제가 오늘 보여드린 호이안 3대 반미가 맛도 내용도 훨씬 우수합니다. 호이안 여행 가셨다면 이곳들 중 한 곳에서 꼭 먹어 보세요. 한 곳을 맛보면 세 곳을 다 가시게 될 겁니다.
29편 '호이안 안방비치에서의 한가로운 시간 보내기' 계속...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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