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예상하지도 못했던 영화가 '빌리온 달러 박스오피스 클럽(Billion Dollar Box Office Club)'에 새롭게 등재되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007 스카이폴'이다. 전세계에서 약 $11억 달러(한화로 약 1조 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다이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주연으로 나왔던 1,2,3편을 합치면 $23억불이 넘는 매출이다. 이는 시리즈물 영화로는 역대 12번째로 많은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였다. 관련 포스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역대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영화 - 빌리온 달러 박스오피스 클럽
세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시리즈' 영화 Top20
<007 스카이폴(Skyfall) 예고편>
영국 해군정보부 첩보분석가 출신인 작가 '이언 플래밍'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007>시리즈는 <007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2012년 개봉한 <007스카이폴>까지 공식 시리즈 23편이 나왔었고, 번외편 2편까지 포함하면 총 25편의 영화가 제작되었었다.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50주년이었던 2012년 10월에 '글로벌 제임스 본드 데이'에 개봉했다. 워낙에 오래된 시리즈물이라 영화 개봉소식이 있어도 관객들은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닌데도, 007시리즈는 '숀 코네리'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당대 최고 인기의 영국배우들과 '본드카'와 놀라운 최첨단무기를 선보이며 개봉마다 세계적으로 대박행진을 계속 했던 영화였다. 시리즈의 정점은 작년에 출시된 <007 스카이폴>이 빌리온달러 박스오피스클럽에 등재되면서 현재로선 최고의 대박 정점을 찍었다. 참고로 빌리온 박스오피스 클럽에 등재된 영화는 역대 총 14편 밖에 없다. 궁금하신 분은 본문 저~기 위에 있는 링크를 참고하시라.
나도 당시 이렇게 대박행진인 영화가 궁금해서 관람했었다. 영화관람에는 포털의 평점도 한 몫을 했다. 그런데 재밌는 현상이 있는데, 전문가 평점과 일반 네티즌 평점이 보통의 평가와는 상반된다. 보통은 네티즌이 점수가 후하고 전문가들이 점수를 5-6점대를 주면서 점수를 박하게 줬는데 이번엔 반대였다. 지금 포털의 전문가 평점을 봐도 네이버 8.2점이고, 다음이 8.0이다. 반면 네티즌 평점은 다음 6.9고 네이버는 7.7점이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걸까? 내가 생각하는 원인은 보통의 네티즌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같은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들과 비교해 평점을 내린다. 그리고 '상대적'인 재미를 최우선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소위 '영화 전문가'들은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 점수를 내지 않고 영화 자체로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점수가 전문가와 네티즌이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전문가들은 '작품이 가지는 고유한 예술적 가치'만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네티즌 평점이 낮나는 것은 뭘 말할까? 그건 관객들에게는 별로 재미없었다는 뜻이겠지.
요즘의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이 매우 모호한 영화들이 많아졌다. 비슷한 히어로 무비인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에서도 보듯이 '선과 악'의 구분이 매우 모호해졌다. 이런 영화의 분위기에 편승하듯 '007 스카이폴'도 선과 악의 구분이 상당히 모호하다. 제임스본드에게 명령을 내리는 MI6의 일명 'M'과 그 M에 맞서는 '실바'라는 인물를 봐도 누가 선인지 누가 악인지 사실 잘 구분이 가질 않는다. 몇 년전 전세계에서 떠오르던 화두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말하 듯, 국가또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 또는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과연 정의인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죽여야하는 'M'이란 존재는 선인가 악인가? 이제 예전 처럼 악당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따위는 더 이상 없다. 선이 악이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악이 선이될 수도 있는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조금은 복잡한 내용의 '성인영화' 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이 영화가 개인들에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다가오는 이유는 내 생각엔 이렇다. 먼저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과 플롯들이 대부분 클리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 이번 007 스카이폴에서는 신선한 느낌이나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기존에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던 장면들과 내용들로 매우 진부한 영화로 느껴졌다. 자동차 추격신에서 시장의 과일들을 뒤엎는 장면들이나 기차 위에서 벌이는 액션이나, 격투액션이나 총질 등 뭐하나 신선한 것들이 없었다. 오히려 액션 장면들은 허접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름 신경을 썻다고 만든 지하철 탈선 장면이나 얼음 아래로 빠지는 장면들도 어디선가 많이 본 똑같은 장면들이였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타고 건물을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나는 왜 '미션임파서블'이 생각났을까?
그리고 이번 편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더 꼽자면 007시리즈에서 언제나 관객을 놀라게 했던, 최첨단 자동차 '본드 카'와 신기한 '신무기' 그리고 본드걸이다. 본드카로 나왔던 '애스턴마틴 DB5'는 차 자체로는 멋있지만 최첨단이라고 하기는 뭔가 어설프다. 신기술(?) 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앞 범퍼 부분에서 총알이 나가는 정도가 고작이였고, 신무기 본드의 권총은 지문인식 뿐이다. 지문인식은 지금 오래된 구닥다리 노트북에서도 되는 기능이 아닌가? 그리고 본드걸... 아... '베레니스 말로히' 예쁘긴 한데.... 극중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왜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였다. 본드를 카지노에서 만나 보스에게 데려다주는 딱 그만큼의 역할만 보여준다.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혹시 본드걸이 '나오미 해리스'였나? 왜 그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문어대가리 '데비존슨'이 사랑했던 티아달마(칼립소)역을 맡았던 그 여인네. 아무튼 그렇다손 치더라도 뭔가 2%는 부족했다.
이 세상은 불과 얼마 전까지 냉전시대였다. 그 당시의 첩보영화나 전쟁영화에서는 당연스럽게 편과 적의 구별이 확실했다. 어느편이냐에 따라 파아가 뒤바뀔 뿐 선과 악은 명확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세상은 이미 많이 발전하며 복잡해져버렸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악당과 착한 사람의 구분도 사실 크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요즘의 사고방식은 악이 선이될 수도 있고, 선이 악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예측불가능한 측면이 더 많다라고 하겠다. 이러한 세상을 반영한 영화들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뚜껑을 열어본 내용은 여전히 냉전시대를 답습하는 007 시리즈는 아쉽다. 이러다 정말로 골수팬들 조차 등돌린 Skyfall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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