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가 알려주는 후라이팬 홈로스팅 | 커피 생두(원두) 볶는 법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커피 생두를 집에서 볶을 수 있을까요? 커피를 집에서 볶는 일은 몇 가지만 알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참고로 전 라떼아트 팡팡 날리며 다년간 커피전문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었고, 크게 의미는 없지만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습니다. 사실 커피와 관련된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라떼아트 같은 기교가 아니라 커피를 볶는 로스팅 과정입니다. 생두의 종류에 따라, 크기에 따라, 장비에 따라, 신선도에 따라, 주변의 온습도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다년간의 노하우가 쌓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집에서 스스로 볶아 내 입맛에 맞는 방법을 찾아 보세요.


이 생두는 브라질 산토스입니다. 로스팅 된 커피는 비싼데 생두는 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브라질 산토스 No.2는 저렴하지만 많은 커피 블랜딩 베이스로 사용될 만큼 전반적으로 맛이 두루 괜찮은 커피에요. 처음부터 비싼 원두로 하지 마시고, 이 등급도 맛이 꽤 훌륭하니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산토스 No.2는 콜롬비아 수프리모 보다는 콩의 크기가 조금 작습니다. 그래서 볶는 시간도 조금 짧아 가정에서 쓰기에 딱 좋습니다.







위 표는 생두의 종류에 따른 적절한 로스팅 강도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이건 참고일 뿐이에요. 산토스는 약배전이 가장 적당하지만, 저는 기름이 살짝 스며나오는 중배전 정도의 단계인 Full City 단계까지 볶아 보겠습니다.







전 후라이팬에다 볶을께요. 시중에 스테인레스로 된 가정용 로스팅 수망을 팔긴 하는데요. 후라이팬 놔두고 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수망으로 하면 체프(껍질)이 마구 날리기 때문에 청소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뚜껑 있는 스테인레스 후라이팬이 제일 좋습니다. 코팅 후라이팬은 기름과 냄새가 있어서 김치볶음향 커피를 드실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불은 중간 불로 서서히 볶으면 됩니다. 불이 세면 빨리 볶이긴 하는데, 속까지 익기 전에 금새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가만 놔두면 한쪽 면만 익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저어 주면서 볶으세요~







열기를 받으면 금새 생두의 체프(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계속 저어 주세요~ 만약 뚜껑 달린 후라이팬이라면 들고 흔들어도 됩니다. 단, 팔이 아픈 단점이 있다는 것!







5분 정도 지나면 콩이 익어가면서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부피가 커집니다.







10분이 지나면 이제 원두가 많이 부풀어 올라 팝콘처럼 탁탁 터지는 팝핑이 일어 납니다. 이건 생두 내부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수분이 밖으로 분출되는 건데, 깨 볶는 것같은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잘 볶는 포인트는 쉴 새 없이 저어 주는 것!!!






대략 15분 정도가 경과하면 이런 색깔이 됩니다. 이 정도면 핸드드립 할 정도로 볶인 거에요. 전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뽑을 생각이니 조~금만 더 볶을게요.







대략 20분 정도 경과하면 이제 진한 갈색이 되고, 원두가 탁탁 터지는 2차 팝핑이 일어 납니다. 약간의 탄 냄새와 구수한 향이 함께 나는데, 이정도 볶으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사용해도 됩니다. 강하게 볶아 드실 분은 더 볶아도 됩니다. 타지 않을 때까지!







이제 체프(껍질)를 털어 내야하니 스테인레스 망에 담고 탈탈 털어 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채로 콩을 식히며 털어 내는 겁니다. 아직 잔열이 남아 있어 가만 놔두면 스스로 계속 로스팅이 되거든요.







드디어 완성~ 커피가 마구마구 땡기지 않나요~~ ^^*







위 그림에서 색깔로 구별해 보면, 제가 방금 한 로스팅이 Full-City 정도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원두 표면에서 기름기가 살짝 나오는데, 신맛은 거의 없고 담콤 쌉싸름한 맛이 됩니다. 색깔이 연해질 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진해질 수록 달콤쌉싸름한 맛이 강해집니다. 보통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는 Full-City, 또는 French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로스팅 강도를 색깔로 구별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에요. 이건 예전에 직화로 생두를 볶던 시절에나 쓰던 방법인데, 요즘처럼 다양한 장비로 볶았을 땐, 색깔로만 판단하면 원했던 맛이 안나오는 오류가 있어요. 하지만 가정에서는 색깔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커피 전문가님들이 득달같이 달려드실까 미리 자진납세 합니다. 하지만, 블랜딩 하지 않고 한 종류의 원두를 약하게 볶으면 커피 맛이 좋지 않다는 건 대부분 확실합니다.







커피 볶는 전체 과정 색깔을 보여드리면 이렇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조금 덜, 조금 많이 볶아가며 자신의 맛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보통은 표면에 기름기가 살짝 돌기 시작해야 그때부터 맛있는 커피가 됩니다. 이대로 보관하면 원두 표면에서 기름기가 점점 더 많이 나오는데,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제 식은 원두를 갈아 볼까요~ 전 모카포트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을 거라 조금 굵게 갈았어요. 곱게 갈면 망으로 다 빠지거든요. 포터필터가 있는 가정용 반자동 머신이 있다면 곱게 갈아도 됩니다. 그리고 TV에선 '갓 볶은 커피' 하면서 신선한 게 맛있다는 걸 강조하는데, 사실 볶자마자 밀봉해서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숙성하면 더 맛있는 커피가 됩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한잔 샥샥 뽑아 보까요~







짜쟌~ 집에서 후라이팬에 로스팅해서 뽑은 아메리카노 한잔, 어떠세요? 맷돌이 있다면 거기에 갈아 먹는 것도 좋은 방법! ^^*


어떻습니까? 집에서 커피 볶은 것도 어렵지 않죠? 후라이팬만 있으면 되니 비싼 커피 사지 말고 저렴한 생두 사서 홈로스팅 해보세요~ 내 취향에 맞게 볶으니 커피 맛도 더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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