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없이' 아름다운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 도깨비 촬영지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나이 먹고 추접스럽게 감성 폭발해서 울기나 하고 말이야..." 결말로 치닫는 도깨비 때문에 요즘 와이프에게 종종 듣는 말입니다. 특히, 김신이 가슴에 꽂힌 칼을 뽑고 재가 되어 날아가던 날, 바닥에 주저않아 짐승처럼 울부짖는 은탁이를 보고 정말 주체할 수 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쿨럭... 아무튼, 지은탁 수능시험 성적 나오던 날, 김신과 은탁이가 걷던 하얀 숲길, 기억하시나요? 그곳은 평창 오대산 국립공원에 있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입니다. 이 동네는 겨울이면 늘 눈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아마 언제 가더라도 하얀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차를 가지고 절간 바로 앞까지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일주문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 봅니다. 일주문의 금빛 편액이 먼저 눈에 띄네요. 탄허스님이 친필로 '月精大伽籃(월정대가람)'이라고 적으셨습니다. 말 그대로 스님들이 도를 닦는 월정대가람이란 뜻입니다. 보통의 사찰이라면 '오대산월정사'라고 적었을텐데 조금 독특하네요.







월정사도 유명하지만 사찰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아마도 1km 정도 늘어선 전나무 숲길 때문일 겁니다.

수령이 300년 넘은 고목부터 평균 나이 86년의 전나무 1,700여그루가 길 양쪽으로 빼곡히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김신이 은탁이에게 성적표를 건네주며 "시험 잘 봤더라"...

그리고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달라며 은탁이와 얼싸안고 울던 그 곳....







(사진_tvN 도깨비)







공교롭게도 이 길 옆에는 스님들의 머리카락을 묻은 '削髮紀念塔(삭발기념탑)'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한 삭발기념탑 뒤편 비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어요.


"보전(寶殿)에 주인공이 꿈만 꾸더니 무명초(無名草) 몇 해를 무성했던고,

금강보검(金剛寶劍) 번쩍 깎으니 무한광명(無限光明)이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비추네"


이 글은 석가모니가 삭발할 때 하셨던 말씀입니다.







새들도 다람쥐도 바쁘게 돌아다니나 봅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눈밭 위에는 작은 아이들의 발자국이 가득하네요.






꼭 드라마의 감성을 입지 않더라고, 이곳은 충분히 아름답고 '속도없이 눈부신' 곳입니다.







(사진_tvN 도깨비)







전나무숲길 끝에는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팔각구층석탑 앞 만월산 자락 아래로 적광전(寂光殿)이 차분하게 자리하고 있네요.







어디서 많이 본 탑인가요?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는 팔각구층석탑입니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탑 앞으론 공양하는 보살상이 마주하고 있네요.

살짝 올라간 처마 끝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딸랑거리는 풍경도 아득합니다.







도깨비와 지은탁이가 걷던 다리 위에서 우리도 인증샷 한장 찍습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곳은 강 바닥인데, 눈으로 완전히 덮혀 온 세상이 하얀색입니다. 평창여행 가셨다면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도 한번 걸어보세요. 도깨비촬영지 찾아 다니는 분이시라면 더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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