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은 것에 대한 동정일까요? 비슷한 운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측은함일까요? 기차가 멈추고 사람도 떠나버린 폐역이 주는 아리한 감성이 있습니다. 경기 북부와 서울, 그리고 수도권 동쪽을 잇는 중앙선엔 폐역이 종종 있는데요.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론 양평 구둔역. 서쪽으로는 남양주 능내역(陵內驛)이 있습니다. 능내역은 1956년 남양주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시작해서 폐역이 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 그리움이 묻어 있는 곳인데요. 2008년 기차가 멈추자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역이 되었습니다.
좁은 도로에 차를 세우고 역사로 걸어 가는 골목에서 옛 정취가 묻어 납니다. 달리는 기찻길 옆 작은 구멍가게로 보이는 곳은 예술가의 작업공간으로 쓰이고 있네요.
덩그러니 폐역 하나만 있는 적막한 곳에 난데없이 크고 예쁜 카페도 있습니다. '바라보다' 카페 이름처럼 오로지 능내역을 바라보고 멍 때리고 서있는데, 테이블 또한 능내역이 안 보일세라 경기장처럼 계단식으로 되어 있네요.
서울과 경기를 가로 지르는 중앙선은 경춘선과는 조금 다른 노선이었습니다. 대성리, 청평, 강촌을 지나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은 대개 MT 떠나는 젊은 대학생들로 떠들썩했고, 양평, 원주를 지나 위로는 태백, 아래로는 부산 해운대까지 가는 중앙선은 늘 조용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능내역은 한때 이곳을 왕래하던 이들에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곳이겠죠? 내부에는 역사와 관련된 옛 사진들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역사 담벼락에도 추억이 묻어 나는 소품과 사진들고 가득 채우고 있네요. 이곳엔 추억을 가진 사람과 추억을 만드려는 사람들로 늘 왁자합니다.
이젠 전철노선이 되어버린 중앙선엔 노선이 변경되어 버려진 옛 철로가 많이 있습니다. 한때 남한강, 북한강의 아름다운 물빛을 보며 달렸던 예쁜 철길이었는데 말이죠.
멈춰 선 기차는 휴게실로 바뀌었네요. 4대강 국토종주하는 사람에겐 단비 같은 휴식처일 겁니다.
능내역은 4대강국토종주 남한강자전거길 중간에 있어요. 자칫 흉물이 되어버릴 뻔했던 폐역이 자전거도로와 트래킹코스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역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론 양평 두물머리, 왼쪽으론 팔당유원지가 있습니다.
온기는 사람에서 시작되는 게 맞나 봅니다. 을씨년스러운 폐철로는 사람들로 붐비니 이제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혹시 대중교통으로 여길 오려는 분은 팔당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오시면 좋습니다. 중앙선은 평일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으니 개인 자전거 가져와도 좋고요. 팔당역에서 여기까지 5km 정도로 멀지 않습니다. 차를 가져 오셨다면 자전거를 내려 팔당까지 시원하게 달려 보세요. ^^*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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