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은 부산이지만 어른이 된 후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부산 남포동 보다는 오히려 종로일대가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비도 축축하니 오고 종로에 나갔으니, 곰탕이나 한 그릇 해 볼까나? 근데 곰탕이랑 설렁탕이랑 뭐가 다르지? 암튼 오늘은 종로3가에서 60년 동안 곰탕집을 운영해 왔다는 곰탕집 '영춘옥'으로 가서 한 그릇 흡입해 보게씀돠~
와이프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한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완전 서울 토박이. 그녀의 오래 전 나와바리 구역이였던 종로에 60년 전통의 곰탕집이 있다고 말을 하니, 위치가 여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학교 다닐 때도 영춘옥이라는 곳은 있었다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시골 스러운 곳은 아마도 서울 종로가 아닐까 생각이든다. 종로 일대는 항상 정겨운 느낌이 든다. 차 한대가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에 몇 십년씩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아주 많다. 10년 전 회사다닐 때 동료들이랑 가끔가던 '코리안바베큐' 치킨집도 아직 있었다. 밤만되면 나오시는 포장마차 아저씨도 그대로 계시고 정말 반가운 골목이다.
요기가 영춘옥 입구다. 건물이 깔끔한 걸로 봐서는 다른 곳에서 이사 온 것 같다.
지하철 타고 오려면 3호선 종로3가역 2-1번 출구에서 내리면 가깝다.
가격표를 보니 몇 년 전 가격과 완전 똑같은데? 얼마 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한번도 가격인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가격도 서울 중심가 임에도 불구하고 비싸지 않고 오히려 더 싸다. 그런데 맛은?
늙으신 주인 아주머니가 계시던데 그 아주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랍니다.
곰탕에는 이런 방금 담근것 같은 아삭아삭한 덜익은 김치가 최고죠. 더 달라고 할 필요도 없이 양이 듬뿍 듬뿍 있군요. ^^
깍두기도 먹을 만큼 덜어 먹을 수 있게 잔뜩 있네요. 좋아요~
글 쓰면서 곰탕과 설렁탕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설렁탕은 소 사골과 잡뼈로 푹 끓여 국물이 뽀얗고, 곰탕은 소의 사태와 양지등을 넣고 끓여서 국물이 이렇게 맑다고 하네요. 맞는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몰라요. ㅎㅎㅎ 아무튼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린 기름진 곰탕의 자태를 보세요..ㅎㅎㅎ 추룹~
곰탕엔 역시 국수사리 한 덩이씩 넣어 줘야 제맛이죠. ㅎㅎㅎ
요즘 세상에 7천원짜리 곰탕 치고는 고기가 엄청 많이 들어있습니다. 실제로 안을 숟가락으로 떠 보면 고기가 정말 많아요.
저는 강한 양념이나 조미료 맛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영춘옥의 약간 심심한 듯한 곰탕이 참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분들은 종로3가의 영춘옥은 별로 맛이 없을 수도 있어요.
초딩 입맛인 분들은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것도 좋을꺼에요 ^^
저는 소금을 아주 조금 넣고, 약간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국물을 만들고 먹습니다.
국물까지 한방울 남김없이 완벽 흡입을 했네요.
너네들 밥은 먹고 다니니?
오랜만에 비오는 종로3가에서 이런 맛있는 곰탕 한그릇을 먹어 기분이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심심한 곰탕 한 그릇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종로3가 곰탕 맛집 인정~!!
마누라 이번 주말은 맛집이고 뭐고 어디 가자고 하지마.
내가 생각하는 주말을 보내는 바람직한 자세는 바로 이런거지.
<영춘옥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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