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혼돈의 시대가 많았습니다. 그중 임진왜란의 형태가 지금의 국제 정세와 유사하고, 일본은 지금까지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의 야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처칠의 명언이 한낫 한가로운 소리가 이니라는 걸 우리는 꼭 기억하고, 임란의 아픔에 대해서 조금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1592년 왜군이 대규모 침략을 해온 임진왜란에 관해 특화된 박물관인데요. 임진왜란실 외에 진주와 서부경남의 역사를 담은 역사문화실, 제일교포 실업가 김용두 선생의 기증품을 담은 두암실, 그리고 기획전시실에서는 1597년 일본이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침입한 ‘정유재란’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임란에 관한 다른 이야기는 이전 진주성 글에도 조금 있으니 아래 링크로 들어가 보세요.
2017/11/02 - 세상 아름다운 가을빛 '진주성' | 진주여행
진주성에 가을이 세상 예쁘게도 왔습니다. ^^*
우리나라 전통 목탑을 형상화한 박물관 건축물.
기획전시실에는 올해로 정유재란이 일어난 지 7주갑(42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정유재란 1597' 전시를 하고 있어요. 정유재란과 관련된 문화재 150여 점(보물 15점)을 전시하고 있고, 또한 일본 나고야 박물관에서 가져온 동시대 일본 문화재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물이 많아 다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그중 가슴을 후벼 파는 몇 가지를 보여드리자면... 위 기다란 문서는 경상도를 지나 전라도를 반드시 공격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1597년 정유재란을 명령하는 문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전라도는 '빠짐없이' 공격하고, 충청도와 다른 지역은 '가급적'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배워도 기억되지 않는 여러 역사 이야기를 그림, 영상, 문헌, 유물 등으로 재미나고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서책은 왜란의 실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일기 쇄미록(鎖尾錄, 보물 제1096호)입니다. 조선 중기 민간인이었던 오희문이 전쟁으로 피난살이를 떠돌면서 그곳에 있던 현감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직접 겪었던 전황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입니다. 비참했던 일반 백성의 생활, 양반의 생활상, 왜병의 살인, 방화, 약탈, 명나라 원군의 횡포 등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겉 보기엔 매우 근사해 보이는 이 족자는 왜군이 조선인을 죽이고 절취한 코 3,369개의 영수증입니다. 술통에 넣은 조선인의 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실제 검사하라고 지시합니다.
2층 전시실은 임진왜란실인데요. 전쟁의 발발, 왜군의 전략, 조선의 대응, 명군의 참전 등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작게 만든 거북선 모형도 있고 15분 정도 상영되는 3D 애니메이션을 보면 진주대첩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서책은 삼도수군통제사에게 전황에 관한 보고를 올린 임란첩보서목(壬亂捷報書目, 보물 제660호). 당시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이었는데, 가장 왼쪽 가운데 보고를 받았다는 충무공의 친필 수결이 있습니다.
이 자는 바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인물 위 글에는 '모든 장수가 추앙하는 것이 태산과 같다'라고 찬문이 적혀 있는데, 조선과의 두 번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전쟁이 끝날 무렵 질병으로 죽었습니다.
당시 왜군과 조선군의 복장, 무기 등도 함께 전시하고 있네요.
뭔가 애절한 연애편지로 보이는 이 한글 편지는 선조 때 경상우감사로 있던 김성일이 안동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전쟁 중 가족에 대한 걱정이 적혀 있는데, 현재 보물 제90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란 당시 임금이 도망가자 많은 조선 백성들은 맥없이 포로가 되어 왜군에 협조를 하게 됩니다. 백성들까지 왜군에 협조하는 통에 전황이 여간 어렵지 않자, 도망간 선조는 자신은 돌아오지 않고 백성들을 설득하고 나섰는데요. 위 문서가 선조국문교서입니다. 백성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썼네요. 보물 제95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임진왜란 동래부전투를 그린 '동래부순절도'입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죠. 왜군이 동래부 앞에서 '싸울테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써서 성 밖에 세우니, 이에 동래부사였던 송상현이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 주기는 어렵다'고 했던 일화. 결국 동래성은 함락되고 송상현은 전사하였지만 그는 후대에 영원히 추앙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복도 한편에는 일제강점기에 찍은 걸로 보이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은 1927년 진주성 촉석루 앞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국립진주박물관은 기억하기 힘든 어려운 역사적 사실을 흥미로운 문헌과 유물, 애니메이션 등으로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 데리고 꼭 가보세요.
* 관람시간 : 평일 10시~18시, 주말/공휴일 10시~19시, (1월 1일, 설/추석 당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jinju.museum.go.kr/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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