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10-볼수록 반하는 '아랍 스트리트'

인도차이나 반도 주변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무슬림이 모여사는 도시에는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가 항상 존재합니다. 말레이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에도 아랍 스트리트가 있는데요. 프라자 호텔부터 빅토리아 스트리트까지 길게 뻗어있습니다. 이곳은 거리마다 아랍 상인과 이슬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재미난 곳이에요. 개인적으로 여러 번의 여행에서 여긴 꼭 가보는데, 차분하면서도 볼때마다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시원한 테따릭 한잔 들고 골목골목 다녀 볼까요~

역시 여행은 평일 낮에 하는 게 제맛~ 한산하고 사람도 많이 없어 딱 좋아요.

구석구석 보이는 건물마다 이색적입니다. 이 땅에서 대규모 전쟁이 없어서 그런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요.

카메라 모양으로 생긴 이 건물은 부기스에 대로변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

한국에선 도무지 소화할 수 없는 노란색 건물도 참 예쁘지요? ^^*

술탄 모스크 앞 거리에는 작은 상점이 길게 늘어섰는데,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상품들이 많이 있어요.

여긴 정말 하나 사고 싶었던 양탄자 상점.

중동에서 만든 양탄자가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구경 맘껏 하고 사진도 찍어 가라는 맘씨 좋은 주인장 덕분에 구경 참 잘~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바로 옆에 있는 조명 가게인데, 여기 주인장이 자기네 가게도 사진 좀 찍어 달라고 손을 부여잡습니다. ㅎㅎㅎㅎ 정말 아름답죠?

벌써 세 번째 찾은 캄퐁 글램(Kampong Glam). 여기 오면 꼭 마셔야 할 게 있어요.

바로 시원한 테타릭.

테타릭은 밀크티인데, 홍차 맛이 조금 더 강합니다.

캄퐁 글램 앞, 야자수 늘어선 골목 끝엔 술탄 모스크가 있습니다.

1828년에 건립된 술탄 모스크는 아랍 스트리트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데, 번뜩이는 황금색 돔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80개가 넘는 싱가포르 모스크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이슬람 사원입니다.

내부엔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어요. 단, 반바지나 다리가 드러난 치마는 안되기 때문에 옷을 빌려입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 벌써 두 번이나 들어가 봐서 이번엔 들어가지 않았는데, 꼭 내부도 구경해 보세요. 예뻐요.

술탄 모스크 옆 모습도 뾰족뾰족 올라간 지붕이 참 독특하네요.

저 뒤에 높은 빌딩 보다는 이런 헤리티지 건물 호텔이 더 좋~습니다. 비록 창문없는 1층 구석이지만 제가 묵고 있는 누베(Nuve) 호텔도 건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궁금하시면 지난 글에서 확인하세요~

예쁘게 생긴 여긴 술탄 모스크 근처에 있는 말레이 헤리티지 센터(Malay Heritage Centre)입니다. 싱가포르 초대 술탄인 후세인이 살던 왕궁인데 지금은 말레이 민족의 생활사와 이주/정착과정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그런데 싱가포르에 왜 말레이 박물관이 있을까요? 싱가포르는 19세기 초에는 영국이 지배한 말레이시아 연방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훗날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일본이 패망하고 영국으로부터도 독립했지만, 인종과 이념 갈등으로 말레이 연방에서 싱가포르만 강제 퇴출되었습니다. 당시는 반도 끝에 붙은 조그만 도시여서 독립해도 자생하지 못하고 패망할거라 생각했던거죠. 훗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될 줄은 당시엔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왕궁이었다지만 규모도 작고 소박한 모습입니다. 한바퀴 돌아 보는데 잠깐이면 됩니다. 내부 전시장 말고도 종종 전통 공연과 음식 축제 등 다양한 특별 전시도 열리니까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것도 좋습니다.

골목골목 모든 곳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아랍 스트리트는 특별히 뭔가를 하러 간다기 보다는, 아무 것도 안 하러 가는 곳이라고 할까요? 예쁜 건축물 구경하고 맛있는 테타릭 마시며 쉬엄쉬엄 여행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