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는 어지간히 오래되지 않고서야 노포(老鋪) 축에도 못 낍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바 식당 혼케 오와리야(本家尾張屋)가 교토 있습니다. 1465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정확히 553년이 되었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세조 11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근처에 헤이안 신궁이 있어 일왕이 교토에 오면 꼭 들러 먹고 가곤 한다죠. 니조성과 헤이안신궁의 딱 가운데 있어 근처 구경하고 겸사겸사 먹고 가기 좋습니다.
역시, 비수기 오후 4시에 점심 먹는 저는 줄 서는 법이 잘 없어요. 점심시간에 가면 줄이 뱀 똬리 틀듯 빙빙 돌아갑니다.
정확한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왼쪽으로 니조성, 오른쪽으로 헤이안신궁이 있습니다.
건물과 정원에서 오래 세월이 느껴지네요.
그나마 최신으로 고친 화장실, 원래는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는데, 발을 쳐놨네요 ㅎㅎㅎ
혼케 오와리야는 처음엔 과자 만드는 가게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전병과 메밀로 만든 과자나 빵을 팔고 있더라고요.
안내를 받고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가게가 작아 여기저기 공간은 있는데 자리가 많지는 않아요.
전체 메뉴판. 글자가 작아서 보이려나?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면 손가락으로 확대해서 보세요.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그림 있는 큰 메뉴판을 볼게요. ㅎㅎㅎ 먼저 이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호라이(宝来) 소바를 하나 주문하고요. 가격은 2,160엔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그리고 따끈한 리큐(利休) 소바도 하나 주문합니다. 가격은 1,296원.
따끈한 차 한잔 마시면서 두근두근 소바를 기다립니다. 기대되네요.
이건 리큐소바. 뭔가 약간은 단아하고 소박해 보입니다.
리큐는 유부와 어묵의 중간 정도인데, 어묵처럼 쫄깃 짭쪼름하고 튀긴 유부처럼 달콤 고소합니다. 여기에 새끼 손톱 정도의 라임조각을 올려 살짝 입맛을 돋우는 새콤한 향이 군침 돌게 하네요.
여기에 진한 쯔유로 맛을 낸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면, 그리고 약간의 채소도 들어 있어요.
면은 100% 메밀이라 뚝뚝 끊기지만 부드럽고 딱 제취향이에요. 국물 또한 아주 맛있습니다. 아마도 양념인 쯔유를 굉장히 좋은 걸 넣었나 봅니다.
이건 제가 평생 먹어 본 소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호라이 소바. 5단 반합에 순메밀면이 들어 있고, 쯔유와 여러가지 고명이 나옵니다. 주전에 든건 따뜻한 면수인데 이걸 소금에 절인것 같은 짭쪼름한 장미꽃에 부어 마시는 거에요.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하나. 일본에는 기름이 살짝 뜨는 육수 같은 꽃차를 종종 마시는데, 그거 같더라고요. 정확한 이름을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네요. 맛이 색다르고 향긋하던데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겁니다.
소바가 5단 반합에 들어있어 양이 많을 줄 알았는데, 성인 남자에게 배 부를 정도의 양입니다. 혼케 오와리야 소바의 핵심은 궁극의 감칠맛이 나고 깊은 맛의 쯔유와 순메밀면입니다. 쯔유를 만드는 가쓰오부시를 제 생각으로는 최고급을 쓰지 않았나 싶어요. 진짜 맛있다는...
면에 올려 먹을 고명은 새우튀김 4개, 달콤하게 조린 표고버섯, 김, 파, 무, 깨, 생겨자, 달걀 지단이 나옵니다. 색감부터 예쁘고 정갈해서 어서 올려 먹고 싶네요.
고명은 기호에 맞게 적당히 올려 먹으며되는데, 양이 적어보여도 5판 다 먹기에 적당한 양입니다. 새우튀김 바삭 탱글하게 맛있어요.
뭐에 절였는지 단맛 나는 표고버섯도 쯔유와 단짠하게 맛조화가 몹시 좋아요. 생와사비는 맵기만 하지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네요.
개인적으로 평생 먹어 본 메밀면 중에서 혼케 오와리야의 것이 최고였어요.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다르겠지만, 어디서 100% 메밀면에 고급진 쯔유 좀 먹어봤다는 분은 여기가 입맛에 맞을 거에요. 진심 추천합니다. 단, 점심시간에 가면 줄 오래 서야 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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