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마을 해변에는 중세 유럽의 성곽 같은 매미성이 있습니다. 한 TV 매체를 통해 소개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이젠 거제도의 필수 여행코스가 되었습니다. 한적한 어촌마을에, 여행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 하나 없는 곳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이젠 카페도 생기고 구멍가게도 생기고 시골 동네가 조금 시끄러워졌습니다. 덕분에 마을 주민분들에게는 일자리도 생기고 일 년에 외지인 한 명 보기 힘들었던 시골 동네가 활기차 졌네요. 제가 외지인이라 철없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요. 제 부모님도 요 근처에 사시거든요. 아무튼, 몽돌 해변에 벽돌을 쌓은 매미성은 거제도 가볼만한 곳으로 소개함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바다가 아주 예뻐요!
마을 입구 공터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 차 세우기도 참 좋아요. 주차관리도 어르신이 해주시고 사람이 찾아주니 동네 어르신들 일자리도 생기고 좋~습니다.
멀리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가 보이네요. 날은 흐려도 기분은 더없이 상쾌합니다. 바다가 어서오라며 나를 부릅니다~ 오랜만일세~
해변은 공식 해수욕장이 아니라 유원지처럼 잘 관리되어 있진 않지만 여느 어촌마을처럼 한적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닥은 온통 자갈밭 몽돌이라 신발에 모래도 안들어가고 좋네요. 예쁜돌 찾기놀이도 재밌어요~ 단, 거제 몽돌은 제주도처럼 가지고 가면 안되는 거 아시죠?
매미성은 몽돌 해변 끝에 있습니다. 누가 왜 여기다 무더운 돌을 가져와 성을 쌓았을까요?
어림잡아도 1만 개가 넘는 큰 돌로 쌓은 매미성은 복항마을에 귀촌을 준비하던 백순삼 씨의 땀으로 만든 겁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와 남자의 밭을 초토화시켜 그걸 막기 위해 손수 돌을 옮겨쌓길 시작했어요. 별다른 설계도도 없이 해변 바위의 모양에 맞춰 하나하나 쌓기 시작해서 15년 만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성을 쌓은 이후론 별다른 태풍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독특하게 해변 바위 바로 위로 밭이 있어 태풍이 오면 늘 피해가 있었나 보더라고요.
마치 유럽의 고성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아무리 15년이라지만 저걸 어떻게 혼자 다 쌓았을까요. 대단합니다.
매미성도 좋지만 바다 풍경도 몹시 아름다워요. 겸사겸사 와서 자리깔고 커피 한잔 마시고 가기 참 좋~습니다. 주차도 편리하고 말이죠!
최근 연휴에 갔는데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파도에 자갈 굴러다니고 그 사이로 물 빠지는 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성 위로 올라가 볼까요~
산이 주는 포근함도 좋지만 바다가 주는 평온함도 참 좋~습니다. 마을 골목에서 팔던 커피 한잔 사들고 한참 눌러앉았습니다.
2003년부터 15년이나 쌓았어도 여전히 쌓는 중입니다. 언제 끝날 지, 어떤 모양이 될 지는 주인장 백씨 아저씨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매미성은 백씨 아저씨와 여행자, 그리고 자연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자연은 스스로 예뻐지려는 능력이 있나 봅니다.
복항마을은 젊은이는 많이 살지 않는 완전한 시골 어촌마을입니다. 바닷바람 막으려 놓게 쌓은 돌담에서 우리 엄마, 아부지 얼굴이 떠오르네요. 거제도 여행 가시면 매미성 한번 보고 오세요. 특별한 여행지라기보다는 한적한 몽돌 해변에서 차 한잔 마시고 가는 바닷가 휴게소 같은 곳이라고 할까요? 디즈니랜드같은 볼거리 상상한다면 실망할 지도 몰라요.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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