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도 숨은 이야기도 재미난 '도후쿠지'-일본 교토 여행 #26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도후쿠지(東福寺, 동복사)는 삼문(三門), 선당(禪堂)을 비롯하여 일본의 국보 건축물이 많아 교토의 선종 사찰 중 최고로 꼽힙니다. 사계절 언제나 풍경이 좋지만 특히, 가을엔 단풍을 보려는 사람으로 미어터질 정도예요. 그런데 사찰 내부에는 여기저기 별도의 입장료를 그것도 비싸게 받고 있어 궁핍한 여행자에게 은근히 외면받는 사찰이라고 할까요?


도후쿠지는 헤이안 시대 말기, 대략 13세기에 지어진 고찰입니다. 이후 일본 최초의 무신정권인 가마쿠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나라(奈良) 지역의 도다이지(大寺, 동대사)와 고후쿠지(興寺, 흥복사)에 대적할 만한 큰 사찰을 가지기 원했던 막부 세력은 이름을 도다이지와 고후쿠지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도후쿠지(寺, 동복사)'라고 지었습니다. '대적할 만한'이라고 표현한 건 당시 일본은 일왕의 중앙 정부와 지방의 막부 세력이 힘의 균형을 살벌하게 맞추고 있던 시대라 그렇습니다.

북문도후쿠지 북문, 뒤편으로 보이는 기와는 인왕문


도후쿠지는 경내가 꽤 큰 사찰이라 출입구가 여러 곳입니다. 문은 서쪽으로 나 있는데 북문, 중문, 남문, 이렇게 세 곳이 있습니다.






절간의 자세한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북문을 이용한 이유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만나는 와운교(臥雲橋)를 건너기 위해서에요. 남문이나 중문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경내로 진입하거든요. 전 와운교에서 통천교(通天橋)를 한번 보기 위해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와운교에서 바라본 통천교


가을이면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통천교가 요래 예쁘게 보이거든요.





와운교를 지나 중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갑니다. 길에서 교토가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껴집니다.






중문으로 들어오면 큼직한 향나무 군락이 보이고 뒤편으로 큼직한 삼문(三門)이 보여요.





삼문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삼문(일본 국보)


도후쿠지의 삼문은 2층 기와 지붕에 높이 22m로 굉장히 웅장합니다. 여러 번의 지진으로 수차례 파손되었다가 142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오래된 선(禅) 사찰의 문이라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국보 중 하나인 산몬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 정문.


가마쿠라 시대는 칼 찬 무인의 시대라 건축물에서도 힘을 상징하는 우람함이 느껴집니다. 교토에선 가장 오래되어 국보로 지정되어 있지만, 교토 3대 삼문이라 부르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인화사, 지은원, 남선사의 그것에 비하면 조금 투박해 보입니다.


지은원과 남선사의 삼문이 보고 싶다면 아래 지난 글 링크를 따라가세요.


사찰 가운데 로마 수로각이 놓인 이유 '난젠지(남선사)'-일본 교토 여행 #10

유홍준 선생이 추천해서 간 '지온인(지은원)'-일본 교토 여행 #15





도리이삼문 오른편에 나열한 도리이(鳥居)




혼도혼도(本堂)


여기는 도후쿠지 본당(本堂). 이 건물 또한 여러 번의 화재와 지진으로 최근 1934년에 복원한 건물이에요.





내부는 평소에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매년 3월 14일~16일만 공개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찰처럼 문에 창호지를 발라 놓지 않아 큼직큼직한 창살 사이로 다 볼 수 있다는...






편편한 지붕엔 용 그림이 멋지네요.






삼문 서쪽에는 1347년에 지어진 선당(禪堂)이 있어요. 선당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좌선'하는 건축물입니다. 승려가 되기 위한 수행도장으로 한때는 500명 이상의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동사(東司)동사(東司)란 화장실 건물을 말하는데, 아이들은 '100인 변소'라고 부른다.


승려 500명이 기거하고 있으니 화장실 크기도 어마어마 해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서울 종묘만 합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금은 버리는 거지만 옛날엔 배 아프면 집까지 뛰어가 볼일을 볼 정도로 분변이 귀했어요. 500명 승려의 배설물이 도후쿠지의 큰 수입원이었다고 할 정도니...






본당 북쪽으로는 긴 회랑이 연결되어 있어요.






회랑을 따라 길로 끝까지 들어가면 개산당(開山堂)이 나옵니다. 그런데 길 걷는 입장료 400엔이 있어요.






400엔을 내는 이유는 회랑 가운데, '하늘로 통하는 다리'라는 뜻의 통천교에서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함인데, 아까 입구 와운교에서 봤던 숲속의 다리가 바로 여깁니다.






여긴 호조 입구. 여길 들어가면 주지스님이 기거하는 건물인 방장(方丈)이 나오고, 방장 동서남북에는 각기 다린 정원이 꾸며져 있어요. 여기 또한 통천교와 마찬가지로 400엔의 입장료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 작은 건물에 붙은 쪼매난 정원 보기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아 들어가진 않았어요.






동복사(도후쿠지) 경내에는 애니치산에서 흐르는 계곡이 가운데를 지나 갑니다. 계곡 위로는 총 세 개의 다리가 있는데, 제가 입구 들어오면서 보여드렸던 와운교, 개산당으로 통하는 통천교, 그리고 마지막 여기 언월교(偃月橋)가 있습니다.






방장에서 나와 언월교를 따라 들어가면 용음암으로 연결됩니다.






역시 사람들은 유명한 곳만 보고 바로 가버립니다. 여기서 20분을 앉아 감상했는데, 사람이라곤 한번도 못 만났어요. 용응암 경내도 참 아릅답습니다.


교토 여행에서 도후쿠지는 코스에 잘 안 넣던데, 한번 가보세요. 입장료 없는 곳만 구경해도 참 좋~습니다.


이미지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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