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우아한 목탑을 가진 사찰 '도지(東寺)'-일본 교토 여행 #28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일본은 794년에 수도를 나라(奈良)에서 교토(京都)로 옮겼습니다. 그 수도의 원래 이름은 헤안쿄(교토의 원래 이름)라 불렀는데, 헤안쿄의 큰 길 입구에는 두 개의 큰 절이 마주 보고 있었어요. 서쪽 절인 사이지(西寺, 서사)와 동쪽 절인 도지(東寺, 동사). 하지만 1,300년이나 지난 지금은 서쪽 절은 사라졌고 동쪽의 도지만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통일신라 시대의 사찰이 이렇게도 깨끗이 보존되어 내려오다니 부럽기도 하고 샘나기도 하네요.

도지는 매월 21일, 한달에 딱 하루만 열리는 벼룩시장으로 더 유명해요. 혹시 도지 벼룩시장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지난 글 링크를 따라가세요.


한달에 하루만 열리는 잡동사니 천국, 교토 도지(東寺) 벼룩시장 (링크)


도지의 정문인 난다이몬(南門)도지의 정문인 난다이몬(南門)


전 일부러 벼룩시장과 절간을 함께 보려고 21일 찾았는데, 벼룩시장 관심이 없다면 21일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절간 내부가 온통 시장바닥으로 변하거든요.






이렇게요. 21일 도지 경내는 건축물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길거리 장터가 열립니다.





난다이몬 앞 비석정문인 난다이몬(남문) 앞 비석에 새가 앉았는데, 조형물인가 싶었지만 실제 살아 있는 새네요. 두루미인가? 암튼...




도지의 자세한 위치는 구글 지도를 확인하세요.

교토 역에서 1.9km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수도 있고,

킨테쓰 교토선 도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남문 크기를 보세요. 천년 전, 고대에는 뭐든 크게 만드는 게 유행이었어요. 일본의 사찰 건축물은 유난히 크고 웅장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고구려, 신라, 백제의 궁궐, 사찰도 굉장히 큰 규모였습니다.






일본 사찰이나 신사에 가면 꼭 저런 건물이 있어요. 못을 쓰지 않고 통나무를 그대로 얽기설기 엮어서 만든 튼튼한 창고인데, 옛날엔 사찰의 보물을 보관했다네요.






남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곤도(金堂, 금당, 일본 국보)






금당은 도지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고 8세기에 사찰이 조성될 때 함께 지어진 건물이에요. 일본과 인도의 건축양식이 섞여있습니다. 그런데 내부를 보려면 뒤편에서 매표를 해야해서 안은 조금 있다 보여드릴게요.






기와지붕 중간을 비워 창문을 낸 모양은 처음 보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대웅전 정도 되는 건축물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건축물은 화려한 게 특징입니다.






절간이 여기저기 참 알차네요. 잘 정돈된 여기는 쇼시보(小子房, 소자방)이에요. 설마 주지스님 집을 이렇게 귀족풍으로 지었을리 없고 설명이 없어 찾아보니, 정월 초하루에 왕의 명령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는 칙사가 머물던 영빈관이랍니다.






소자방 바로 뒤편에는 주지스님이 거처하는 영당이 있어요. 일본에 '진언종'이란 불교 종파를 처음 만든 '구카이(弘法, 홍법대사)'라는 승려가 살던 집입니다.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던 근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고대에는 주지스님의 집 또한 굉장히 으리으리하게 지었네요. 왜 영빈관 이름을 어린 아이 방이란 뜻의 '소자방(小子房)'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여기가 더 커요. 아무튼 영당 안에서는 스님의 염 소리가 끊이질 않고...





영당에선 매일 아침 불상 앞에 식사와 차를 바치는 행사가 있어요. 뒤에 보이는 검은색 불상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승려 구카이 불상인데, 그가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 사리를 사람의 머리에 대어주는 의식이 매일 열립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요.






금당을 돌아 뒤편으로 오니 저 멀리 오층탑이 보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목탑인데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저 목탑을 보기 위해서에요.






그런데 제가 파란색으로 표시한 경내를 보려면 표를 구매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금에는 금당, 강당, 그리고 오층탑이 있는 공원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는 어른 500엔, 고등학생 400엔, 어린이/중학생 300엔입니다.





도지 벚나무(不二桜)귀신 머리처럼 치렁치렁해 보이는 이 나무는 벚나무(不二桜)입니다. 도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다 일본의 국보만 십여 점 있는 보물창고라 땅을 파는 게 허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120년 묵은 벚나무를 옮겨 심기 위해 2008년에 흙을 돋아 올려서 심었다고 하네요. 매년 4월이면 어마어마한 벚꽃나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연못에 비치는 목탑이 참 아름답습니다.




교토와 나라에서 목탑을 여러 개 봤는데, 목탑이 주는 멋스러움이 또 있어요.




9세기에 만들어진 도지 오층목탑은 높이 55미터로 일본 목탑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딱 봐도 그 웅장함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에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도지보다 거의 200년이나 앞선 시기인 신라 선덕여왕 때 황룡사지 9층 목탑을 만들었어요. 그 높이가 무려 80미터 이릅니다. 안타깝게도 13세기 몽골과의 전쟁에서 깡그리 불타 사라졌지만...





경주에 황룡사지 9층 목탑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복원한다는 말이 있긴 한데, 80미터가 넘는 목탑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면 100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탑은 본디 들어가 쉬는 곳은 아니죠. 불교에서 탑이란 내부엔 무언가를 모시고 바깥을 돌면서 기도하는 곳입니다. 오층목탑 내부는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불상이 모셔져 있어요.






탑을 두어바퀴 돌면서 구석구석 감상하는 맛이 있네요. 좋~습니다.






오층탑 왼편으로는 두 개의 건물이 있는데 먼저 위 사진은 강당입니다. 도지 경내에선 가장 중앙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데, 구카이가 835년에 도지를 만들 때 함께 지어진 건물이에요. 안으로 들어가 보면...





태장계만다라<양계만다라도> 만다라는 득도의 세계를 다수의 부처상을 배치함으로써 나타내는 예술 작품을 말하는데요. 만다라 그림 또한 이곳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왼쪽은 태장계 만다라, 오른쪽은 금강계 만다라인데, 이 두개를 '양계만다라'라고 불러요. 당연히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늘 관람할 수는 없고 특별한 날에만 일반에 공개합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이 나옵니다.)금강계만다라






강당 내부는 거의 불상 전시관을 방불케 합니다. 총 21개의 불상을 모셨는데, 대부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불상들입니다. 이것 또한 양계만다라와 마찬가지로 많은 불상을 배치함으로서 밀교의 가르침을 표현한 겁니다.






그리고 이건 아까 처음 보셨던, 도지 남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던 금당(곤도)의 뒤편입니다. 입장권을 끊으면 이렇게 뒤로 와서 내부로 들어가 볼 수가 있어요.






내부에는 월광보살(좌), 약사여래(중), 일광보살(우)이 나란히 앉아 계십니다. 보살이란 득도할 자격이 충분함에도 득도하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는 부처를 말하는데요. 일광과 월광은 인간계의 낮과 밤을 보살피고, 약사여래는 사람의 신체와 마음의 병을 지켜주는 부처입니다. 약사여래의 정함도 놀라워요. 아래로 12개의 작은 부처가 떠받히고 있고, 후광으로는 7개의 부처가 둥둥 떠있네요.


도지는 벼룩시장 구경하는 재미로 많이 갑니다만, 매달 21일을 맞추기 어렵다면 그냥 불상, 목탑 구경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구경거리가 됩니단. 교토 여행에서 도지를 혹여 안 가는는 않겠지만, 코스에 꼭 넣어 보세요~


이글 보시는 모든 분들,

올해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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