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에 밥 말아먹자요 '쿠라마 오차즈케'-일본 교토 여행 #31[완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한국도 옛날에는 보리차에 밥 말아먹는 문화가 있었어요. 요즘도 보리굴비 먹을 땐 보리차에 밥 말아 먹기도 하죠. 아마 그 문화는 일제강점기시절 일본에서 왔거나, 아니면 반대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거나, 두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입니다. 일본에는 오차즈케(お茶漬け)라는 대중적인 음식이 있는데, 밥을 녹차에 간단하게 말아먹는 음식이 있어요. 녹차라는 뜻의 오차(お茶)와 담근다는 뜻의 쓰케루(漬ける)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국물있는 반찬도 거의 없는 일본에서 밥을 물에 말아먹는 문화라니 굉장히 독특해요. 한국 발음으로는 오차쓰케, 오차츠케 등으로 부릅니다.


교토역 남쪽 출구 1층에는 아스티(ASTY)라는 쇼핑몰이 붙어 있어요. 거기 1층에 쿠라마(くらま)라는 오차즈케 식당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백반집 같은 곳인데 전체적으로 짜지 않고 담백해서 달달한 일본음식이 안 맞다면 여긴 괜찮을 겁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는 여기서 해야겠네요.






메뉴판을 볼까요. 밥 위에 올린 메인 요리와 곁들이는 밑반찬이 조금씩 다르나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합니다. 두 번째 치킨과 네 번째 장어를 하나씩 주문했어요.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긴 한데 음식 품질이 조금 높을 겁니다.






오차즈케는 한국에서도 나이가 좀 든 사람이나 익숙한 음식이지,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잘 모를 거예요. 처음엔 본 재료의 맛을 그냥 먹어보고, 다음엔 계란을 넣어 먹고, 마지막으로 '다시'라 부르는 오차를 넣어 말아먹는 겁니다. 설명이 복잡한데 편하게 순서 상관없이 먹고 싶은데로 먹으면 돼요.





이건 닭덮밥입니다. 수란, 새콤한 채소 절임, 튀김 4가지(새우, 다시마, 고추 등), 누룽지볼, 다시마채, 생겨자, 오차다시, 진한 된장국 등이 상에 함께 올라옵니다.


일본의 음식은 대부분 한그릇 요리가 많아요. 가끔 현지인들이 가는 가정식 백반집 가더라도 밑반찬을 무료로 주는 경우는 없고, 하나하나 따로 다 계산을 하는 방식이거든요. 심지어 건설현장에 있는 함바집에서도 밑반찬 가격은 따로 받습니다. 이렇게 한상으로 내어주는 음식이 비싼 이유는 따로 다 계산에 넣어서 그럴 겁니다.





닭덮밥은 부드러운 닭다리살을 달콤 짭잘하게 양념한 덮밥입니다. 처음에는 닭고기 덮밥과 반찬을 먹어 봅니다.






튀김은 방금 튀겼나 보네요. 따끈합니다.






조금 진했던 일본 된장국.






쟁반에 있는 작은 주전자를 열면 '다시'라 부르는 따뜻한 국물이 들어 있어요. 색은 말차같지만 북어를 약하게 우려낸 국물에 녹차를 진하게 섞은 맛입니다. 






그리고 이건 장어백반이라 불러야 하나요. 초절임처럼 새콤한 채소절임과 마즙으로 양념한 무말랭이, 채소 유부 무침, 달게 양념한 명란, 진한 된장국, 그리고 다시에 말아먹었을 때 섞어먹는 생겨자, 누룽지볼, 소금에 절인 다시마채 등이 함께 나옵니다.





장어덮밥은 달콤짭쪼름한 간장양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먹던 맛과 조금 다르게 뭔가 약간의 풍미가 있어요. 생강같기도 하고 약초같기도 한...






처음에는 장어덮밥에 반찬을 함께 먹어 보세요. 새콤하게 절인 생강 줄기가 입맛 돋워줍니다. 장어는 부드럽고 밥은 고슬고슬하네요. 오차즈케라고 먹는 방법이 특별할 건 없어요. 물에 말아 먹어도 안말아 먹어도 누가 뭐라할 사람 없고, 정해진 대로 먹지 않는다고 틀린 것도 아니예요. 그래도 순서대로 경험해보려면 먼저 장어덮밥의 맛을 오롯이 즐겨보세요.






닭에는 튀김이 나오던데, 장어에는 조금 고급스러운 밑반찬이 나옵니다. 마즙으로 양념한 무말랭이, 채소 유부 무침, 달게 양념한 명란은 달콤짭쪼름한 장어와 잘 어울려요.






어느 정도 먹었다면 이제 밥 그릇에 밥을 담고,






수란에 비벼 먹어 봅니다. 순서라고 말하니 뭔가 절차가 있는 거 같은데, 우리가 한국에서 밥 먹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순서를 바꾸거나 생략한다고 틀린 것도 아닙니다. ㅎㅎㅎ






마지막엔 생겨자, 누룽지, 다시마채를 원하는 만큼 넣고 다시를 부어줍니다.






녹차 다시를 부으면 덮밥이 약간 밍밍해지는데, 말린 다시마채가 간간히 씹히면서 간을 맞춰주네요.






장어덮밥은 달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물에 말아먹으니 오히려 더 좋네요. 장어도 많이 들어 있어 가격도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아요. 저렴하게 장어덮밥과 오차즈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그릇 요리보다는 오차즈케가 훨씬 더 좋았어요. 뭐... 가격은 좀 비싸지만... ^^*


이글을 마지막으로 교토 여행기는 완결되었습니다. 지금은 태국과 그 주변 국가를 한 달 정도 다녀올 궁리를 하고 있어요. 그간 일본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올라올 여행기도 많이많이 읽어주세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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