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깡패, 갬성 충만 카페 '칠성조선소 살롱' | 속초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세상은 늘 변합니다.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기도 하고, 그것과 무관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속초 교동에 있는 칠성조선소는 1952년부터 60년간 배를 만들었지만 소형 선박 시장이 사라지고 노동자가 떠난 뒤 속절없이 폐허가 되었다가, 지금은 조선소 사장의 아들래미가 카페와 박물관으로 바꾸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속초 여행자들이 아름아름 찾아와 지금은 갬성 충만한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로 요즘 뜨고 있어요.

옛 공장이나 창고처럼 큰 공간에 맨날 들어서는 거라곤 카페라, 처음엔 이곳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어요. 커피를 좋아하고 주차하기도 편해서 들렀는데, 근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ㅎㅎㅎ

입구에 건물을 들어서니 최근에 만든 작은 배가 보입니다. 지금의 주인장은 애초부터 카페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고, 최근까지 레저용 배를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팔리지 않아 지금의 카페로 바뀌었습니다.

1952년부터 최근까지 배를 만들었던 칠성조선소는 이제 껍데기만 남아 근근히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로 유지된다는 게 조금 슬퍼요.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밥 벌어 먹고 산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지금도 조선소 건물 안팎으로 배 부품과 장비들이 여기저기 전시되고 있어요. 저도 조선소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이런 것에 굉장히 익숙해요. 2층 내방은 밤이면 배에서 용접하는 불빛으로 밤새 번쩍였으니까요.

조선소 사무실로 쓰였을 2층 건물에선 옛 냄새가 폴폴 풍깁니다. 옆구리 구멍 숭숭 뚫린 나무 지붕에서 세월이 느껴지네요.

칠성조선소 바로 앞은 청초호에요. 말이 호수지 왼쪽으로 속초항과 연결되어 있는 바다예요.

한때 조선소 주인장이 살았던 1층 양옥집. 지금은 '살롱'으로 커피를 파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의 주인장도 어린 시절 여기에 살았다고 하네요.

마당에서 돌아다니던 삼색이 고양이. 길냥이인데 사람을 좋아해요. 만져주면 그르륵 그르륵 잘 따릅니다.

양옥 내부는 문틀만 남기고 싹 털어 냈네요. 인테리어 비용도 줄이고, 요즘은 사람들이 이런 것도 좋아하니까 괜찮아 보입니다.

메뉴판을 볼까요... 뭘 마실까...

카페라떼, 짜이 카페라떼, 그리고 라벤더 레몬 티 한잔씩 주문했어요.

나눠 마실 것도 아닌데 똑같은 걸 시키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나봐요.

한번은 일행 12명이 카페를 갔는데, 12가지 음료를 주문하더라는... ㅎㅎ

살롱 벽에는 사진들이 걸려있고, 무심이 내린 조명과 노출 콘크리트와 시멘트 벽돌이 은근 분위기 좋아요.

어디 앉아서 마실까...

바다가 보이는 창문이 좋겠어.

추위에 강하다면 바다를 완전히 다 가질 수 있는 2층 옥상도 강력추천함.

분위기 깡패, 감성 충만은 좋다만, 그런데 음료가 별로 맛이 없어요. 제가 다년간 카페도 운영하고 라떼아트 퐁퐁 날리던 바리스타 경력이 있는 쪼끔 아는 눈으로 봤을 땐, 이분들은 커피에 대해 공부를 많이 안 한 분들이 아닐까. 우유는 스팀이 덜 되어 거품이 없거나 거칠고 음료도 충분히 따뜻하지 않아요. 중요한 커피 맛이 별로라 약간 아쉽긴 하네요. 마침 내가 찾은 날만 그런 걸 지도 모르고, 암튼.

마카롱은 안 먹어 봤는데, 혹시 이분들 커피 말고 마카롱 전문가는 아닐런지.... 서리태, 오미자 등 종류가 좀 독특해요.

분위기는 은근히 좋네요. 배는 완성되면 바다로 기울어진 레일을 따라 스르르 밀어내려 물에 띄우는데, 배가 있던 기울어진 땅을 사람이 채워 활기가 넘치네요.

독특한 구조물의 놀이터도 있고...

갬성 충만한 칠성조선소 전경.

강원도가 요즘 커피로 유명한 곳이 많아요. 강릉도 그렇고 속초도 종종 있죠. 독특한 구경거리도 있고 차도 마시고, 속초여행에서 잠시 쉬었다 갈 곳이 필요하다면 칠성조선소도 좋~습니다. 저는 일요일에 찾았더니만 사람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심지어 커피 주문할 땐 줄까지 섰다는!!! 속초 여행에서 꼭 들러보세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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