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일본 천 년의 역사(794~1868)가 지금도 살아 숨쉽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오래된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고 또 아름답습니다. 오사카나 도쿄에 비해서는 시골같은 느낌도 나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주같은 느낌이랄까요? 주말을 이용한 여행이라면 오래 머물 수 없어 오늘 소개하는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3일 정도 머물 요량이라면 고민없이 따라가도 성공할 코스 열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1박2일 정도로 짧은 여행이라면 여기서 맘에 드는 곳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교토에서 4일을 머물렀는데, 오늘 소개하는 장소 보다 더 많은 곳을 다녔어요. 그리고 호텔, 식당 등은 취향이 천차만별이라 코스에세 제외했는데, 혹여 제가 어디서 자고 뭘 먹었는지 궁금하다면 글 맨아래에 적어둔 링크를 따라가시면 전체 여행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니 계획에 참고하세요.
교토 금각사(金閣寺)
1. 가장 교토다운 돌계단 '니넨자카, 산넨자카'
가장 교토스러운 곳을 고르라면 니넨자카(二年坂)와 산넨자카(三年坂) 돌계단을 꼽겠습니다. 큰길 버스정류장에 내려 키요미즈테라(靑水寺, 청수사)까지 올라가는 대략 20분 정도의 옛 거리인데요. 고즈넉한 교토의 골목 풍경을 즐기기에 더 없이 훌륭해요. 일본의 드라마에도 단골로 등장합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야사카의 목탑을 따라 걷다 보면 기모노 입은 게이코도 종종 만나고 골목 속에는 수백년 넘은 고건축물에 다다미방으로 된 스타벅스도 꼭 구경하세요.
2. 400년간 교토의 부엌 '니시키 시장(錦市場)'
니시키 시장(錦市場)은 일본의 수도가 교토였을 때부터 400년간 왕실의 식자재를 공급하던 시장이었습니다. 물 맑고 차디찬 온도 때문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었어요. 1615년부터 어시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다양한 채소와 먹거리가 있는 재래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교토의 오래된 국보급 문화재와 비교해도 역사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는 입도 즐겁고 눈도 호강하고 소리도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특히, 쌀겨에 절인 전통 채소인 (우리에겐 쓰케모노로 알려진) 교야사이(京野菜)와 50년 된 가마보코(어묵가게) 마루쓰네에서 어묵은 꼭 경험해보세요.
3. 게이샤의 거리로 시간여행 '하나미코지(花見小路)'
야사카 신사 앞 기온 거리는 교토가 수도였던 시절에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늘 술과 음식이 풍족하기 마련인데, 일본 전통가옥이 몰려있는 하나미코지에는 가부키극장과 전통 일본 요리를 파는 식당, 술집이 많이 모여 있어요. 손님을 접대하는 게이코(교토의 게이샤를 이르는 말)와 기모노 차림을 한 관광객이 섞여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시죠거리에서 골목 끝 켄닌지(建仁寺) 사찰까지의 대략 300미터 정도의 골목인데요. 현업에 종사하는 진짜 게이코는 밤이 돼야 총총걸음으로 나타난답니다.
4. 사찰 가운데 로마 수로각이 놓인 사찰 '난젠지(南禅寺)'
난젠지(남선사)는 한국인 관광객은 잘 안가는 곳인데요. 정권에 밉보여 사찰 가운데로 로마의 수도교를 본딴 아치형의 수로각이 놓인 비운의 사찰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눈으로 봤을 때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찰이 되었죠. 교토의 3대 산몬(三門, 삼문)인 22미터 높이의 문을 들어서면 넓은 경내에 사람없는 한가한 일본의 사찰을 오롯이 즐길 수 있습니다. 원래는 13세기 일왕의 별궁이었는데 그의 유언으로 지금은 사찰이 되었습니다.
5. 자연과 인공 정원의 완전한 조화 '은각사(銀閣寺)'
은각사는 무로마치시대 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별장으로 지은 동산전(東山殿)이 이후 사찰로 된 곳입니다. 요시마사의 할아버지는 근처에 금각사(金閣寺)란 별장을 먼저 지었는데, 그것을 본따 만들었다고 '은각사'라 이름 붙었습니다. 금각사는 진짜 건축물을 금으로 만들었짐나 은각사는 은이 들어있진 않아요. 삼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멋진 동백나무 울타리와 일본 정원의 백미인 하얀 모래로 만든 긴샤단(銀沙灘, 은사탄), 후지산 모양을 한 고게츠다이(向月台, 향월대), 언덕 위로 올라가면 만나는 이끼정원과 교토 전경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6. 일본 초대 쇼군이 머물던 궁전 '니조성'
니조성은 혼란스런 일본의 중세, 근대 역사 400년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에도막부(1603~1867)의 창시자이자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에 일왕이 머무는 교토 고쇼(京都御所)를 보호하고 자신도 머물기 위해 지었습니다. 화려한 장식의 당문을 들어서면 6개의 건축물을 이어붙인 니노마루 궁전이 있는데, 그 속에는 33개의 방과 800개의 다다미로 된 구불구불한 긴 방들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금색으로 그린 그림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워요. 사진촬영 금지라 보여드릴 수 없는 게 정말 안타까울 정돕니다. 모두 일본 국보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7. 아름다운 이끼정원 '산젠인'과 700년 소나무 풍경을 담은 액자정원 '호센인'
교토 북쪽 끝에 있는 오하라(大原)는 수행자들이 은거하며 살아가던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오하라에는 몹시 아름답운 이끼정원 '산젠인(三千院)'과 사찰 쇼린인의 주지스님이 머무는 호센인(宝泉院)의 700년 소나무가 굉장히 이색적입니다. 땅에선 흙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이끼로 뒤덮혀 있고 세상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어요. 호센인의 너른 방에 앉으면 따끈한 말차와 과자를 하나 가져다 주는데, 조용히 앉아 바라보는 문 너머 700년 소나무에서 영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교토 여행에서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같은 곳이었습니다.
8. 매혹적인 붉은 터널. 여우 신사 '후시미 이나리(伏見稲荷大社)'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꼬마 여자 아이가 뛰어가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입니다. 강렬한 붉은 색 토리이(鳥居) 1만개 정도가 신사 주변 길에 빼곡히 박혀 있어요. 토리이는 사업번창, 가내평안 등 일본인들의 소원을 담은 구조물인데, 24시간 365일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신사 입구부터 호수까지 1구간, 호수부터 교토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중간쉼터 2구간, 중간쉼터부터 이나리산 정상까지 3구간으로 나뉘는데, 전부 돌아보려면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9. 국보 문화재와 벼룩시장의 만남 '도지(東寺)'
794년 일본은 수도를 나라(奈良)에서 교토(京都)로 옮겼습니다. 도지는 그때 함께 지어진 사찰인데요. 일본에서 가장 높은 55미터 높이의 오층목탑과 여러 건물에 들어 있는 온통 국보 투성이 불상과 만다라가 눈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특히, 매월 21일에 딱 하루만 열리는 벼룩시장도 굉장히 즐거워요. 교토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중 가장 큰 규모인데 의류, 일용품, 음식, 옷, 악세서리, 장난감, 골동품 등 온갖 잡동사니를 다 팝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쇼핑하는 재미, 구경하는 재미, 맛있는 음식 먹는 재미도 쏠쏠 하답니다. 그리고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는 규모는 조금 작지만 골동품만 파는 벼룩시장도 열리니 꼭 구경해보세요. 구경은 공짜니까요!
10. 금으로 만든 건축물이 있는 럭셔리 사찰 '금각사(金閣寺)'
금각사 매표소에서 말을 묶어두던 말 주차장(주마장이라 해야 하나?)을 지나면 진짜 금으로 만든 럭셔리 건축물을 만납니다. 가로세로 10cm의 금박 20만 장을 옻칠로 붙여 꾸몄는데, 여기에 들어간 금만 무려 20kg입니다. 금각은 연못 끝에 새초롬이 놓여있는데 건물을 둘러싼 정원 또한 몹시 아름다워요.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이곳은 사찰이 아니고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장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1397년에 지은 별장이었습니다. 절간이라 생각 말고 굉장히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 산책한다고 생각하고 한 바퀴 돌아보세요.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한 간사이 여행은 보통 오사카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내고 교토에서는 1박2일 정도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일정을 소화하려면 2박3일, 또는 3박4일 정도의 일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1박2일 정도만 머물 계획이라면 니시키시장, 하나미코지, 니조성, 금각사 정도를 추천합니다. 저는 오늘 소개한 곳보다 더 많은 곳을 다녔는데, 호텔, 식당 등을 포함한 전체 교토 여행코스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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