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외면한 천재 음악가 '윤이상 기념관' | 통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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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천재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이 있었다는 걸 아시나요? 그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통영에서 공부하며 자랐습니다. 14살부터 작곡에 특출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일본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하고, 해방과 함께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 선생으로 근무하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프랑스를 거쳐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군사정권에 들어서는 동백림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국내로 강제 납치 당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간첩혐의를 벗고 베를린에 다시 정착하게 됩니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동백림사건(東伯林事件)이란?


1967년에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203명의 대규모 간첩 사건인데, 다른 이름으로 동베를린사건, 동백림간첩단사건 등으로 부릅니다. 당시 동독의 수도인 동베를린에서 활동했다는 북한의 대남 공작단을 체포했는데 문화예술계에는 작곡가 윤이상 등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당시 독일에서 작곡하던 윤이상은 동베를린에 있던 북한 대사관을 왕래했고 김일성을 직접 만나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연행하고 고문을 가했는데, 독일, 프랑스는 영토주권 침해라 강력히 항의하며 외교 마찰도 있었습니다.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203명 중에서는 국내로 들어와 간첩 활동을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1967년은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 전쟁 공포심을 이용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납치, 고문으로 만들어낸 공안사건입니다. 결국 최종심에서 간첩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국제사회의 탄원운동으로 한국은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서피랑 마을이 궁금해 통영을 찾았다가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만난 윤이상 기념관.






통영은 완전히 봄이 왔습니다. 겉옷을 벗고 얇은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이제 춥지 않네요. 동백꽃 안녕.






윤이상 기념관 마당이 인상적입니다. 낮은 오르막으로 마당을 만들었는데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한편에선 아직도 윤이상 선생을 간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시는 단순히 독일에 살던 한국계 이민자가 북한 대사관을 찾았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리는 엄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아무튼... 윤이상 기념관에는 그가 사용했던 악기와 유품들을 가득 전시하고 있어요.






1971년에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오페라 「심청」의 악보. 1972년에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로 열린 오페라 「심청」의 대성공으로 세계적인 작곡가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 후, 윤이상은 1987년까지 베를린 음악대학 교수를 역임하는데, 독일에서 대공로 훈장까지 수여 받았습니다.





박물관 옆에 있던 선생이 생전에 타고 다니시던 다임러 벤츠 자동차. 차를 배경으로 한 가족 사진도 함께 전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박물관 옆에 조그맣게 있던 선생의 생가를 재현한 곳도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 직접 구경할 수 있습니다.






1층에는 사무실과 윤이상 선생이 작곡했던 악보, 그리고 독일, 일본 등에서 발매한 음반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동백림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독일로 추방된 선생의 음악은 한국에선 금지곡이 되어 우리나라에선 발매를 하지 않았어요.





윤이상 선생이 일본에서 발매한 음반들. 탐난다...





건물 2층에는 그가 살던 집을 실제 사용하시던 물건과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선생이 살던 집 사진입니다. 사진을 토대로 이 집을 재현했다고 하더라고요. 안에 들어가면 두 분의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선생이 생전에 사용하셨던 손때가 묻은 가죽 소파. 그의 딸이 통영시에 기증했고 실제 집에 있던 모습 그대로 배치했습니다.






왼쪽의 장롱은 윤 선생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겁니다. 윤이상 선생은 이걸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그의 서재도 생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카페트도 실제 사용했던 겁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시겠지만, 이런 귀중한 물건들을 통영시에 기증해주신 선생의 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그의 손때 묻은 물건을 볼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통영여행 가신다면 꼭 들러보세요.


◦입장료, 주차료 : 무료

◦관람시간: 월~일요일 9시~18시 (매주 목요일 휴관)

◦휴관일: 매주 목요일, 법정공휴일의 다음 날. 명절 연휴.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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